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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억의박물관
60년대 마산여고 체력장
바바 | 2011.06.06 | 조회 13,331 | 추천 151 댓글 2


‘총각 선생님’앞에서 민망해 하던 순진한 아이들



5월의 햇살이라고는 믿기지 않을 만큼 무더운 오월의 어느날. 그늘에 가만히 앉아 있어도 시원찮을 날씨에 달리고, 던지고, 매달리고…. 간만에 가벼운 가방 메고 등교했을 아이들의 얼굴에 들뜬 피로감이 몰려있다. 그래도 뛰는 아이는 즐거운지, 어색하게 오므린 발등을 쳐다보며 함박 웃음이 떠오른다. 제자리 멀리뛰기 하는 모습. 68년 아니면 69년 5월, 마산여고 운동장에서 있었던 ‘체력장’의 모습이다.



흑백사진이란 참 재밌는 것이다. 담장을 따라 울창하게 서있는 소나무 그늘이 아이들의 하얀 체육복에 대비되어 유난히 또렷하다. 아이들의 차르르 윤기나는 머리카락과 운동화도 새까맣다. 그리고 지금은 드문드문한 검은머리가 온 머리를 덮고 있는 젊은 시절의 내 모습도.



출석부로 햇볕을 가리고 앉아 다리를 꼬고 있는 교사가 바로 나. 멋을 낸 모자를 쓰고 앉아있는 여선생의 이름은 잘 기억나지 않는다. 키순으로 순번을 기다리는 아이들의 모습도 재미있다. 손수건을 머리에 덮고 한손을 허리에 얹은 채 한 다리를 내밀고 있는 아이도 있고, 유일하게 카메라쪽을 의식하고 뜨악한 눈으로 쳐다보고 있는 아이도 있다.



1957년 스물일곱의 나이로 아이들을 가르치기 시작한 나는, 63~64년 마여고 교사로 재직중이었고 곧이어 65년 아내와 결혼했다. 결혼은 했어도 기실 ‘총각선생님’에 가까웠던 것은 당시 마여고에 젊은 교사가 많이 없어서이기도 했거니와 내가 가르치는 과목이 ‘글’의 매력을 후광에 업은 국어과목이어서 이기도 했을 것이다. 아이들은 내 앞에서 유난히 수줍어했다. 하긴, 그때 아이들이 워낙 순진하기도 했다.



교실의자에 얌전히 앉아 선생님 바라보기도 수줍은데 체력장이라고 선생님 앞에서 훌쩍 뛰고 덜덜덜 떨면서 매달리는 모습 보여주기가 딴엔 민망했을 터였다. 아이들은 등이나 배가 보일까봐 연방 체육복 상의를 끄집어 내리고 길지도 않은 머리를 귀뒤로 훔쳐댔다.



그 순진하던 아이들은 60대인 지금의 내 앞에서도 여전히 수줍어한다. 몇 년전 교사가 된 그때의 마여고 졸업생들이 모임을 만들어 나를 초청한 적이 있었다. 세월의 흔적이 서린 나이든 모습은 잠시, 곧이어 내 눈에 떠오르는 것은 그때 귓불이 빨갛도록 수줍어하던 고등학생 그대로였다. 그때 그 시절은 가고 없지만 그때 그 사람들은 더욱 아름다운 모습으로 남아있다. 때로 아니 많은 것들은 세월이 흐를수록, 빛이 바랠수록 더욱 아름다워지는 법인게다.



(진재수.63.마산시 내서읍 상계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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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AG #60년대추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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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블레스 | 추천 0 | 08.27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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훈남 | 추천 0 | 08.27  
오랜만에 보는 것들이네요.
0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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