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발 재정위기가 2차 금융위기로 이어질 것이란 염려가 좀처럼 가라앉지 않고 있다. 유럽연합(EU)이 급하게 남유럽발 들불을 끄면서 글로벌 시장이 안정을 찾는가 싶더니 다시 고꾸라지는 등 변동성이 커지고 있다.



지난번 금융위기 때 극과 극을 오가는 변동성에 할 말을 잃었던 투자자들에겐 다시금 불안심리가 팽배해 있다.



하지만 `공포`가 시장을 지배하는 요즘 오히려 불안을 먹고사는 재테크 상품들이 뜨고 있다.



안전자산으로 평가되는 금과 달러, 원금은 지키면서 높은 금리를 내세우는 주가연계상품, 금ㆍ환율ㆍ상품가격을 기초로 한 파생연계상품까지.



안정기엔 훌륭한 틈새상품으로 불안정기에도 더할 나위 없는 대체상품으로 투자자들이 가려워하는 곳을 긁어주는 든든한 보험성 상품이다.



◆ 위기엔 역시 금ㆍ달러

= 최근 일주일 새 금과 달러 시세를 보면 위기에 왜 안전자산이 강한지 드러난다.



4월 말 한때 달러당 1100원대를 위협했던 환율은 유럽 재정위기가 부각된 뒤 불과 이틀 만에 50원이나 급등했다. 지난 7일 현재 기준환율로 계산하면 일주일 새 4.5%나 달러값이 뛴 셈이다. 한 주 수익률이 1년 정기예금보다 높다.



금값 역시 4월 말에 비해 온스당 40달러 넘게 오르는 강세를 이어가고 있다. 은행권 재테크 전문가들은 "금과 달러에 적립식 투자를 고려하는 자산가들이 늘고 있다"고 말한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금과 달러를 분할 매입해 평균 매입가격을 낮추고 경제 위험요소가 부각돼 가격이 급등할 때 환매하면 평균 10~15% 투자수익률 달성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물론 개인이 직접 금이나 달러를 사는 것은 거래비용 때문에 곤란하다. 시중은행 가운데 신한과 국민은행이 금 관련 저축상품을 내놓고 있다.



달러 적립식적금은 외환은행 등 대부분 시중은행이 다양한 상품을 제공하고 있다.



◆ 똑똑해진 ELD

= 주가가 오르거나 떨어지는 것을 조건으로 약속한 수익률을 주는 주가연계상품도 불안에 강한 상품으로 꼽힌다.



주가 변화를 점치기 힘들 때 시장금리보다 높은 이자를 보장하면서도 원금손실 위험은 낮은 까닭이다.



특히 최근 선보이는 주가연계예금(ELD)은 초과수익률을 달성할 수 있는 조건을 대폭 완화하는 업그레이드로 투자자들을 끌어들이고 있다.



실제로 지난 4월 출시된 모 은행 안정형 ELD는 "가입 초기 주가지수 수준만 유지해도 5% 이상 수익률을 준다"는 조건으로 500억원 한도가 조기 매진되기도 했다.



은행들은 최근 앞다퉈 조건이 유사한 주가연계예금을 모집하고 있다. ELD와 달리 원금손실이 생길 수 있는 주가연계펀드(ELF)도 최근에는 손실발생 조건을 최대한 완화하는 추세다.



이관석 신한은행 PB팀장은 "저금리 상황이 지속되면서 주가연계상품이 목표수익은 낮추더라도 달성 가능성을 높여 기존 정기예금 수요를 가져오려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개념은 낯설지만 파생결합증권(DLS)도 재테크 시장에 먹구름이 낄 때 주목받는 상품이다. DLS는 주가연계증권(ELS)과 비슷하다.



다른 점은 기초자산이 원유, 금, 곡물 등 원자재는 물론 신용도, 금리차, 환율, 탄소배출권까지 다양하다는 것. 이들 기초자산 변화에 따라 수익률을 지급하는 상품이다.



변동장에서 짭짤한 수익률을 기록할 수도 있고 반대로 손실이 클 수도 있지만 국내시장에 선보인 DLS는 대부분 원금보장형 상품이라 고객들 위험부담은 크지 않다.



다만 DLS는 정해진 만기일이나 조기상환일에 원금과 이자 지급이 이뤄진다.



따라서 중도환매 시엔 수수료를 떼기 때문에 원금 손실이 발생할 수도 있다.



정병민 우리은행 테헤란지점 PB팀장은 "경기 회복과 함께 원자재 수요 증가로 앞으로 원자재 가격은 더 오를 것으로 보인다"며 "이 때문에 DLS에 대한 투자자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 그래도 욕심은 금물



= 전문가들은 정기예금이나 펀드가 아닌 이들 상품에 대한 투자가 말 그대로 위험과 불안에 대비하는 수준에 그치는 것이 좋다고 말한다. 특히 원자재가격 예측은 전문가들도 어려운 분야인 만큼 권장되는 투자비중은 많아야 본인이 소유한 금융자산 중 20% 안팎이어야 한다.



주식이나 펀드가 깨졌을 때, 부동산이 하락할 때 이 부분을 보완하는 정도에 그쳐야 한다는 얘기다.



정병민 팀장은 "공격적인 투자유형이더라도 포트폴리오에서 10~20%를 넘지 않도록 투자에 유의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 시중은행 PB는 "금이나 달러, 주가연계상품은 카테고리가 여전히 대안형 상품"이라며 "금융과 상품시장을 보면서 공부한다는 개념으로 너무 욕심을 부리지 않는 것이 좋다"고 충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