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보여행이나 자전거여행은 차로 하는 여행에 비해 그 지나는 길에 대한 기억이 훨씬 선명해지게 된다. 느림에서 오는 시선의 다양성과 집중성이 무의식중에 기억속 각인을 유발하여 시간이 지난후 그곳을 다시 보게되면 각인된 기억이 또 무의식중에 유출되게 되는것이다. 서울에서부터 충주호까지 이동하는 도로상의 대부분이 나에게는 그런 일련의 과정이다. 한편 일찌감치 핸들의 짐을 석이형에게 넘겨버린 HJ형은 어느새 회장님모드로 돌입, 그 와중에 미처 챙기지못한 담배 한개비를 위한 편의점 물색에만 여념이 없으시다.

충주에서 빠지는길을 그만 놓쳐버리고 제천쪽으로 길을 이어가는데, 그 중간에 마주친 박달재 터널에서 일어난 자동차사고로 인해 우리는 박달재를 온전히 타고넘게 된다. 그 옛날 울고넘는다는 박달재, 그 고갯길을 넘어 바라본 제천쪽의 산야엔 골골마다 들어찬 희뿌염한 안개로 그야말로 한폭의 산수화가 펼쳐져있다. 제천IC 부근에서 국도38번길은 잠시 접어주고 82번도로를 따라 충주호로 향한다. 그리고 10여분뒤 마침내 충주호의 물길을 마주하게되고, 호숫가를 따라 이어진 도로를 달리며 비로소 드라이브의 맛을 느껴본다. 이번 로드투어의 첫번째 목적지인 청풍대교, 그 바로 옆엔 신청풍대교가 한창 건설중인데 조만간 완공된다면 아마도 꽤나 멋진 풍경이 연출될것 같다. 기념삼아 청풍대교를 건너 청풍문화재단지를 끼고 가볍게 한바퀴 돌아나오니 5년전 청풍나루를 통해 충주에서 건너왔던 자전거여행의 추억이 되살아난다. 그리고 청풍대교에서부터 금수산 자락을 끼고 충주호를 따라 옥순대교까지 이어지는 한적한 길, 일반적으로 잘 알려진 명소는 아니지만 개인적으로 참 아름다운길로 꼽는 구간이다. 특히 단풍이 붉게 물든 가을의 절정에 이 길을 달려본다면 그 매력을 백분 느끼게 될것이다. 예전 고글분실의 씁쓸한 추억이 깃든 도화교앞에서 다함께 잠시 휴식을 취한뒤 잠시후 우리는 두번째 목적지인 옥순대교에 도착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