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일 오후 3시쯤 그룹 ‘빅뱅’의 대성(30·본명 강대성)이 소유한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 A빌딩. 세입자의 ‘유흥업소 불법 영업’ 의혹이 제기된 이 빌딩 앞에 양주와 맥주 수십 박스를 실은 트럭이 도착했다. 술은 이 건물의 ‘폐쇄구역’인 8층으로 배달됐다. 8층은 건축물 대장에는 ‘사진관’으로 등록된 곳이다. 배달업자는 기자가 함께 엘리베이터를 타려 하자, 딴청을 피우면서 ‘먼저 타라’는 손짓을 했다. 기자는 배달업자를 먼저 8층으로 보낸 뒤, 뒤따라 엘리베이터를 타고 8층으로 올라갔다.
8층 문이 열리자마자, 배달업자가 엘리베이터 안으로 먼저 몸을 들이밀었다. 배달업자 등 뒤로 보이는 8층은 불빛 하나 없이 컴컴했다. 8층을 더 들여다볼 새도 없이 엘리베이터 문 바로 앞으로 셔터가 내려갔다. 1층에서 기자와 함께 내린 배달업자는 "낮에는 나 같은 술 옮기는 사람만 이 건물에 들어갈 수 있다. 셔터가 잠깐 열린다"며 "더 묻지 말라. 진짜 곤란하다"고 했다.
대성이 소유한 강남 빌딩에서 불법으로 유흥업소가 운영됐다는 의혹이 보도된 이튿날인 이날에도 이 빌딩에 양주가 운반되는 등 ‘영업’을 계속하고 있는 정황이 포착된 것이다. 전날까지 1층에는 없던 상주 경비원도 이날 오후부터 새로 생겼다. 그는 건물 전체 폐쇄회로(CC)TV를 들여다보고 있었다.
26일 오후 3시쯤 한 주류업체의 배달업자가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 대성 소유의 빌딩 8층 유흥업소로 맥주와 양주 박스를 나르고 있다. 이 배달업자는 기자에게 “낮에는 술 옮기는 사람만 저곳에 들어갈 수 있다”며 “자세한 사항은 묻지 말아달라”고 했다. /최지희 기자
26일 오후 대성이 소유한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 A빌딩 8층에서 엘리베이터 문이 열린 후 모습. 엘리베이터 문 바로 앞으로 셔터가 내려져 있다. 건축물대장에 ‘사진관’으로 등록돼 있지만, 실제로는 유흥업소가 영업 중이다. /최지희 기자 ◇ 지하1층, 지상 5~8층은 접근 불가… "간판도 없는 빌딩에 매일 밤 남녀 드나들어"
A빌딩은 대성이 지난 2017년 8월 310억원에 매입했다. 대성은 7개월 뒤인 지난해 3월 현역으로 입대했다. 조선일보 디지털편집국이 확인한 A빌딩 건축물 대장에 따르면, 이 건물은 지하 1층, 지상 8층이다. 지하 1층과 5~6층은 일반음식점, 7층은 사무실, 8층은 사진관으로 등록돼 있다. 채널A는 전날 "2005년부터 이 건물 5~8층이 유흥업소로 운영되고 있었다"며 "접대부를 고용하는 유흥주점들이 불법영업을 하고 있으며, 비밀스럽게 성매매도 이뤄지고 있는 정황을 확인했다"고 보도했다.
기자가 직접 9개 층을 확인한 결과 정상영업을 하는 곳은 1층 프랜차이즈 카페와 4층 성형외과뿐이었다. 유흥업소가 영업 중인 것으로 알려진 지하 1층과 5~8층은 접근 자체가 불가능했다. 5~6층은 엘리베이터 버튼 자체가 눌리지 않았다. 아예 내릴 수 없도록 통제된 것으로 추정된다. 지하1층과 2~3층, 7~8층은 엘리베이터 문 바로 앞에 셔터가 내려져 있었다. 셔터에 손을 대자 ‘삐삐’ 거리며 경고음이 울렸다.
이 빌딩 인근 건물 경비원들과 인근 부동산중개업소 관계자들은 "A빌딩 일부가 유흥업소로 이용된 것은 주변 사람들은 공공연하게 알고있던 사실"이라고 했다. 인근의 한 부동산중개업자는 "건물 지하 1층에 먼저 문을 연 유흥업소가 높은 수익을 올리면서 5~8층까지 임차해 사용한 것으로 안다"며 "이 건물의 월 임대수익은 층당 1000만원 안팎"이라고 했다.
26일 오후 서울 강남 압구정동에 있는 대성 소유 A빌딩 내 엘리베이터를 타자 5~6층은 버튼이 눌리지 않았고 지하 1층과 지상 7~8층은 모두 셔터가 내려와 있었다. /최지희 기자 압구정동에서 5년째 경비일을 하는 A(60)씨도 "2년 전만해도 술집은 지하 1층에만 있었는데, 다른 주인이 술집을 맡고서는 지상 5~8층까지 전부 유흥업소로 운영하고 있다"고 말했다. 압구정로데오역 인근 부동산중개업자인 B(55)씨도 "지하 1층 술집의 주인이 바뀌고 나서 5~8층까지 전부 술집으로 사들였다. 총 5개 층이 이름도 없는 유흥업소로 운영되고 있는 것"이라고 했다. 1층 유흥업소 주인이 바뀐 시점이 대성이 빌딩을 구입하기 전인지, 후인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주변 경비원들은 "A빌딩은 낮에는 불꺼진 공실(空室)이 많지만, 밤이면 이 일대에서 가장 붐비는 곳이 된다"고 했다. 한 경비원은 "매일 오후 7시쯤 주차요원들이 앉는 간이천막이 처진 뒤 외제차를 탄 여성들이 여러 명 건물로 들어가고, 오후 8시쯤부터는 젊은 남성들이 또 한 무더기로 들어간다"며 "간판도 안 달고 (영업을) 하는데 매일 밤 이렇게 많은 사람이 오는 게 신기할 정도"라고 했다. 다른 경비원은 "아침 6시 30분~7시쯤 건물 앞에 세워둔 차를 빼달라고 전화하면, 젊은이들이 술에 잔뜩 취해 눈이 풀린 채 비틀비틀 걸어나온다"며 "밤이면 술취한 여성들을 태우고 다니는 봉고차도 자주 볼 수 있다"고 했다.
◇강남구청 "대성 매입 前 영업정지만 두 번"…부동산업계 "대성, 모르고 샀을 리 없어"
관할 구청인 강남구청은 A빌딩에 입주한 불법 유흥업소의 단속과 관련, "해당 건물은 대성이 건물을 매입하기 이전인 2016년 초반부터 유흥접대나 노래방 기계 반입 등으로 수차례 신고·단속이 이루어진 곳이며, 행정처분도 수차례했다"고 밝혔다. 대성은 이 건물을 2017년 8월에 샀다.
구청 관계자는 "2016년 당시 여성 도우미 고용이 확인돼 각각 영업정지 1개월, 1개월 15일 처분이 내려졌다"고 했다.
이에 대해 대성은 이날 소속사인 YG엔터테인먼트를 통해 "건물 매입 후 곧바로 군대에 입대해 불법 유흥주점이 운영된 사실을 몰랐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부동산중개업자들은 "매매 계약 당시 불법 영업을 몰랐다는 취지의 대성 측 주장에 의구심이 든다"고 말한다. 통상 건물을 매입할 때 관할 구청의 건축과·위생과에 불법영업 전력 등을 확인하는 것이 관례지만, 대성은 이를 건너뛰었다는 말이 되기 때문이다. 구청 측은 "행정처분은 강남구 홈페이지만 들어가도 나온다"고 했다.
대성이 군 복무 중이던 기간에도 이 건물에 입주한 유흥업소들은 행정처분을 받았다. 지난 4~5월 업소 1곳이 일반음식점으로 등록한 상태에서 여성 도우미를 고용해 영업하다 적발돼 1개월의 영업정지 처분을 받았고, 다른 3곳은 일반음식점으로 등록한 뒤 노래방 기기 등을 설치해놓고 유흥주점처럼 운영하다 적발됐다. 경찰은 "4개 유흥업소의 업주들을 식품위생법 위반 등 혐의로 차례로 기소의견을 달아 검찰에 송치했다"고 했다.
강남구청 관계자는 조선일보 디지털편집국에 "오늘 경찰과 합동 단속에 나서려고 했지만, 당장은 업소 관계자들이 잠수를 탈 것 같아 추후에 현장 단속에 나설 것"이라며 "지난달부터 이 빌딩과 관련한 동종업계와 손님 등의 제보를 받고 단속을 시행했다"고 했다. 건물주가 불법영업 사실을 몰랐다는 것에 대해서는 "건물주는 업주가 숨기려고 작정하면 모를 수는 있다. 업주가 일부러 숨기는 경우도 많다"고 했다.
대성은 이날 "불법 행위가 확인된 업소에 대해서는 즉시 법적 조치를 취하고, 건물주로서 책임도 최선을 다하겠다"고 했다.
서울 강남 압구정동에 있는 대성 소유의 8층짜리 빌딩 외관 모습. 1층에는 프랜차이즈 카페가, 4층에는 성형외과가 영업을 하고 있었다. /최지희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