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엔 이해정 기자]

'놀면 뭐하니?'가 대놓고 PPL(간접 광고)을 했는데도 호평을 받고 있다.

4월 17일 방송된 MBC 예능 '놀면 뭐하니?'는 유재석이 남성보컬그룹 MSG 멤버를 뽑는 오디션을 진행하는 것으로 시작됐다.

유재석은 본격적인 오디션에 앞서 "오디션 보실 분들 오기 전에 식사나 하자. 일단 배를 먼저 채우자"며 PPL 먹방을 시작했다. 흰쌀밥, 김치, 김부각, 누룽지를 먹은 유재석은 마무리로 사이다까지 마시며 식사를 마쳤다. 이 과정에서 브랜드 로고가 클로즈업 되며 PPL 효과를 제대로 누렸다.

보통 예능이나 드라마에서 적극적으로 PPL을 하면 시청자들은 눈살을 찌푸리곤 한다. 뜬금없는 PPL이 전체적인 맥락을 망친다는 것.

그러나 '놀면 뭐하니?' 속 PPL은 오히려 시청자들로부터 찬사를 받고 있다. 최근 중국 누리꾼들을 중심으로 확산되고 있는 문화계 동북공정을 시원하게 지적한 '사이다 장면'이라는 평가 때문이다.

동북공정(東北工程)은 중국 국경 안에서 전개된 모든 역사를 중국 역사로 만들기 위해 중국 정부가 2002년부터 추진한 역사 왜곡 연구 사업이다. 유적지나 문화유산을 중심으로 펼쳐지던 동북공정은 최근 들어 김치, 한복, 설날 등으로 번져가고 있다.

일부 중국 누리꾼들은 김치, 한복, 설날이 각각 중국의 파오차이, 한푸, 춘절과 같은 것이거나 베낀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이 때문에 설날 기념 테마 스킨을 내놨던 국내 게임 업체가 중국 소비자로부터 비난받거나 한복을 입은 애먼 우리나라 연예인들이 중국 팬들의 타깃이 되는 일이 발생하기도 했다.

이러한 동북공정 논란은 무분별한 중국 제품 PPL로 더욱 불씨를 키웠다. 역사 왜곡 논란으로 방송 2회 만에 폐지된 SBS '조선구마사'는 중국풍 소품과 음식 등을 사용해 비판을 받았다. tvN '빈센조'는 중국 제품 비빔밥을 먹는 기이한 장면으로 주연 배우 송중기 이미지까지 타격을 입는 후폭풍을 맞았다.

단순히 중국 제품을 PPL해서가 아니다. 우리나라 의복, 음식이 등장하는 장면에 뜬금없이 중국풍이 끼어드니 문제가 되는 것이다. 의식 없는 PPL은 중국이 우리나라 문화의 원조라는 잘못된 인식을 심어줄 우려가 있다.

이런 와중에 '놀면 뭐하니?'가 한복을 입고 한식을 맛있게 먹는 PPL을 선보인 것이다. 문화계 동북공정을 제대로 비트는 이 장면에 시청자들 반응은 폭발적이다. 시청자들은 "역시 선한 영향력이다", "이런 게 획기적인 PPL이지", "보면서 가슴까지 뻥 뚫리는 느낌이다" 등 이례적으로 PPL을 칭찬하고 있다.

PPL이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된 지금. 시청자가 싫어하는 것은 PPL이 아니라 의식 없는 PPL이다. 전체적인 맥락을 깨뜨리고 부적절한 인식을 심는 PPL을 거부하는 것이다.

'놀면 뭐하니?'는 올바른 인식과 정확한 의도를 바탕으로 하면 PPL로도 감동을 줄 수 있다는 걸 보여줬다. '놀면 뭐하니?'가 PPL이 단순히 카메라가 제품을 비추는 것을 넘어 프로그램의 위상까지 드높일 수 있는 장치로 발전하는 데에 기여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앞으로도 시청자가 편안하게 볼 수 있는 PPL이 많아지길 기대해본다.

(사진=MBC '놀면 뭐하니?')

뉴스엔 이해정 haeju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