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가 남자에게 결별을 선언한다.
남자는 아직 아니라며
육개월 정도만 유예기간을 가져보자고 애원한다.
여자는 단호하게 고개를 젓는다.
알았어.
남자가 벌떡 일어선다.
친구의 별장으로 둘은 이별여행을 떠난다.
남녀는 말없이 잘 냉장된 캔맥주를 마신다.
여자가 마시다 만 캔을 놓고 잠깐 화장실에 간 사이
남자가 기다렸다는 듯 주머니에서 뭔가를 꺼내 여자의 캔에 털어 넣는다.
“ 괜찮지? ” ........ 조금은 미안한 여자의 표정.
“ 그럼 ” ......... 체념한 듯 차분한 남자의 표정.
“정말 괜찮은거지?”
“그렇다니까. 햇볕이 죽이는데 마저 마시고 선탠이나 하러가자”
캔을 부딪친 뒤 홀짝 마시고 함께 일어선다.
복잡해진 여자의 표정 곁에 긴장한 남자의 표정이 나란히 걷는다.
비치 의자에 엎드린 여자에게 정성스럽게 오일을 발라주는 남자.
여자는 까무룩히 잠에 빠진다.
승용차에서 하트 모양의 은박지를 꺼내온 남자가
여자의 엉덩이를 깐다.
여자는 시체처럼 꼼짝도 않는다.
남자의 얼굴에 미소가 번진다.
은박지엔 이미 오려둔 글씨가 새겨져 있다.
은박지에 부딪친 땡볕이 두세시간 튕겨 오른다.
여자의 얼굴에 덮혀진 타월이 흥건히 젖는다.
여자를 지키던 남자가 재빨리 은박지를 집어 구겨버린다.
여자가 긴 하품을 하며 일어난다.
“이제 그만 갈까?”..... 남자가 빙글빙글 웃으며 말한다.
“벌써?”...... 여자는 어안이 벙벙하다.
말을 꺼낸 건 자신인데
감정 정리는 남자가 먼저 된 것 같아 서운한 감 마저 든다.
집에 돌아와 샤워를 마치고 전신거울에 선 여자가 뒷모습을 본다.
‘너는 내거야’
뽀얀 하트 바탕에 새겨진 구릿빛 글씨.
..여자가 자지러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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