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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드라마 | ||||||||||||||
먹고 기도하고 사랑하라 아우성 | 2011.10.05 | 조회 2,993 | 추천 0 댓글 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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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1#
매우 감성적이고 섬세한 영화 한 편을 보았다. 남자인 나의 입장에서 이 영화는 황당하다. 논리적으로 따져서는 이해할 수 없는 영화이기 때문이다. 영화를 볼 때 이야기의 전후를 살피지 않을 수 없는데 이 영화는 그 전후가 생략돼 있다. 이 영화가 주는 황당함이란 아내가 이유없이 화를 내고 말도 없이 자기 세계를 고집하면서 저 혼자 실컷 놀다오는 것을 볼 때와 같다고 할까.
결혼 8년차 여행 저널리스트 리즈(줄리아 로버츠)가 잘 생긴 남편(빌리 크루덥)과 흔하디 흔한 부부의 모습을 보여주다 어느 날 갑자기 이혼을 선언하는 장면이 이야기의 시작이다. 왜 그래야 하는지 기대를 하고 보는데 아니나 다를까 젊고 섹시한 배우 데이빗(제임스 프랑코)과 플라토닉 사랑을 나눈다. 그럼 그렇지.
그런데 그게 아니다. 그녀는 젊은 사랑도 마다하고 떠난다. 그것을 영화사는 용기있는 선택이라고 부추겨 놓고 있지만 영화에서는 그런 용기는 발견하기 힘들다. 그 정도 걱정, 힘들지 않은 가정이 어디있나. 왜 그래야 하는지 거기에 어떤 고민의 시간이나 고개를 끄덕일만한 이유도 발견되지 않는다. 그렇게 떠난 그녀가 도착한 곳은 이탈리아. 그녀는 왜 이탈리아를 선택한 것일까. 아니 이 영화는 세 도시를 여행한 이야기인데 왜 이탈리아인지, 왜 인도 아쉬람인지, 왜 발리인지 알 수가 없다.
#사진2#
로마에서 리즈는 ‘일하는 것 못지않게 중요한 게 놀고 쉬는 것’임을 깨닫는다. 그녀가 피자 한 입을 베어물며 행복해 하는 장면은 그런 점에서 먹는 즐거움의 진수를 보여주는 것이라 할만하다. 그녀가 지금까지 살기 위해 먹어왔다면 오로지 먹는 즐거움만으로도 삶의 이유가 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과연 먹는 것만으로 매일 매일이 즐거울까? 이 영화는 충분히 그렇다고 말하고 있다. 영화의 절반 가량의 분량을 로마의 먹고 쉬는 생활 이야기로 채우고 있는데 매우 경쾌하고 리드미컬하게 그려내 보는 것만으로도 유쾌할 수 있다.
#사진3#
통상적으로 마음이 치유된 것으로 그녀의 여행은 끝이 나야 옳다. 그러나 마음이 치유된 것만으로는 부족했던지 그녀의 여행은 계속된다. 무엇이 부족했던 것일까?
그녀의 다음 여행지는 발리. 그녀가 왜 발리를 택했는지부터 의아스럽다. 예컨대 로마는 인생을 즐겨야 한다는 이유로, 인도 아쉬람은 정신적 허기를 채운다는 이유로 충분히 공감할 수 있다. 그러나 발리는? 결과론적으로 발리는 그녀 여행의 완성이 된다. 그러나 만일 그곳에서 새로운 사랑 펠리페(하비에르 바르데)를 만나지 못했다면 발리는 무슨 의미를 가지는 것일까. 그녀는 마치 그곳에 자신의 사랑이 기다리고 있다는 예감이라도 한 것일까. 만일 발리에서 펠리페를 만나지 못했다면 리즈는 과연 여행을 끝낼 수 있었을까. 그러나 이런 의문은 부질없는 것일 뿐. 펠리페가 아니더라도 누군가와 사랑을 발견하는 공간이 곧 발리인 셈.
그렇다면 육체적인 휴식, 정신적인 치유 이외에 그녀에게 필요했던 것은 무엇인가? 발리 여행으로 그녀는 여행을 끝낸다. 그녀가 찾은 것은 새로운 사랑인가? 아니다. 그녀가 유지해내려던 것은 삶의 균형이다. 무엇과 무엇의 균형일까? 육체적인 것과 정신적인 것의 균형인가. 아니면 사랑과 사랑과의 균형인가? 너무 사랑에 빠진 삶도 아니고 너무 정신적 사랑만을 강조하는 삶도 아닌 그런 삶의 균형인가? 영화는 '이것이다'라고 분명히 하지는 않는다.
#사진4#
하지만 리즈의 고민만큼은 분명하다. 다시 사랑하는 사람을 만났지만 과연 사랑해도 될 것인지, 그 사랑으로 인해 다시 상처를 입고 아파하지는 않을지, 돌이키고 싶지 않은 자신의 트라우마 때문에 망설이는 그녀의 모습에서 왜 이 여인의 여행이 인도에서 끝나지 않았는지 이해할 수 있게 된다. 이 영화는 발리를 끝으로 막을 내리지만, 리즈는 그녀의 새 사랑에게 '함께 건너자'고 한다. 그리고는 배를 타고 새로운 여행을 떠난다.
혼자는 균형을 이루기 어려운 법. 어쩌면 두 사람이라야 균형은 완성되는 것일지 모른다. 배를 타는 것도 균형을 이루지 못하면 뒤집히고 마는 이치, 삶이란 그런 것. 사랑에 완성이란 없는 법. 사랑이란 끊임없이 치우치지 않도록 균형을 맞추는 데 있다는 사실, 삶이란 사랑만도 아니고 그렇다고 사랑만이 아닌 것도 아닌 그런 균형. 리즈는 그 위태위태한 여정을 다시 떠나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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