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없니더’
포항사투리 ③
포항 지방에 처음 발길을 한 사람이라면 서술형 종결어미나 청유형 종결어미로 자주 쓰이는 '-니더' 또는 '-시더'라는 말이 어떻게 해서 생겨난 말인지 궁금해 한 적이 있을 것이다. '없습니다'를 '없니더'라고 하고 '꽃입니다'를 '꽃이시더'라고 하는 말은 포항 인근 지방에서는 흔히 들을 수 있는 이 지방 특유의 사투리다.
이 말은 존대말이다. 따라서 '-니더'나 '-시더'는 존칭서술형종결어미 또는 존칭청유형종결어미이다. 이런 서술형 어미가 어떻게 해서 생겨났는지 문법적, 음운론적 해석을 동원하여 한번 추적해 보는 것도 재미있는 일일 것 같다.
'-니더·-시더'에서 '-더'는 '-다'가 변한 말로서, 경상도 말에서 흔히 발견되는 사투리 발음이다. '했습니다'를 '했심더'라고 하는 것과 같은 음운변화 현상이다. 이런 현상을 모음교체(ablaut)라고 한다. 모음교체 현상은 우리말뿐만 아니라 유럽 계통의 언어에서도 광범위하게 나타난다. 'sing / sang / sung / song'의 변화가 이런 현상이다.
우리말에서는 특히 시늉말에서 양성모음과 음성모음이 교체되면서 말의 느낌을 약간 달리 하는 경우가 많다. '찰랑찰랑↔철렁철렁'과 같은 경우이다. 그렇다면 '-니더·-시더'를 '-니다·-시다'로 바꾸어 놓고 생각해 볼 수 있다. 이제 남은 것은 어미의 첫머리인 '-니·-시'의 정체를 밝히는 일이다.
역사극 같은 데서 많이 들어볼 수 있고 오늘날에도 일상 대화에서 널리 쓰지는 않지만 아직도 공손한 말씨로 남아있는 것으로 '-나이다·-사이다'가 있다. 비록 현재 우리가 쓰고 있지는 않더라도 '제가 말씀 드리겠나이다' '여기 좀 앉으사이다'라는 말투가 그리 낯설지는 않을 것이다.
이 '-나이다·-사이다'가 줄어서 '-니다·-시다'로 되었다. 이와 같은 변화에 따라서 '없나이다'는 '없니더'로 되었고 '꽃이사이다'는 '꽃이시더'로 되었다.
현재 '-니더·-시더'는 움직씨, 그림씨, 잡음씨에 붙어서 서술형 종결어미로 쓰이고 있다. 다만 '-시더'가 움직씨에 붙을 때는 청유형(권하는 꼴)으로 쓰인다. '가시더'의 뜻이 '갑니다'가 아니라 '갑시다'이기 때문이다.
이와 비슷한 사투리 형태는 경상남도 남해 지방에도 있다. '많이 잡수시다' '이리 좀 앉으시다'라고 한다. 그러나 거기서는 '-시다'가 존칭명령형으로 쓰인다. '많이 잡수십시오' '이리 좀 앉으십시오'라는 말이다.
전라남도 여수 지방에도 이와 비슷한말이 있다. '-시다'에서 [ㅅ]이 탈락된 형태인 '-이다'가 쓰이고 있다. 이 역시 명령형으로서 '오이다'는 '오십시오'라는 말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