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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토크 | ||||||
잔혹연애사(2) 그닥 | 2011.08.22 | 조회 6,936 | 추천 3 댓글 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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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pter 2
우린 가난한 커플이었어.
아니 정확히는,
나는 알바를 넉넉히 하고 있었지만 그는 용돈을 받아쓰는 대학생이었던거지.
그도 알바를 하면 되겠지만 체육인은 알바를 할 시간이 없을만큼 바쁘다더라구.
데이트 비용이야 내가 좀 더 내면되지
바쁜 사람을 뭘 또 알바까지 시켜.
문제는. 내 돈을 내 마음대로 쓸 수 없다는 거였어.
그의 자존심을 고려해서 그가 서운하지 않을만큼, 그의 마음에 들만큼[만] 써야 하니까.
그는 본인이 가진 일정한 기준(-_-보다 내가 돈을 많이 쓰는 걸 매우 싫어했어.
예를 들면,
나는 연극이나 뮤지컬 보는 걸 좋아하는데 그런건 사실 좀 가격이 있는 편이잖아.
대학로 소극장에서 하는 것도 영화값보단 더 줘야하자너.
그에겐 나의 이런 취미가 사치로 느껴졌던 가봐.
어쩌다 한 번 본다해도 그는 내 경제개념을 참 많이 걱정해줬어.
그러니 내가 돈이 있어도 쓸 수 없었으므로 우리는 가난한 커플이었던거야.
가난한 커플의 데이트는 대부분 공원이나 걷고 싶은 거리에서 이루어지고
식사는 김밥천국. 맥도날드에서 먹게 되지.
체육인이랑 사귀면서 수도권에 있는 공원은 다 다닌 것 같아.
공원산책! 그건 괜찮아. 겨울만 아니면 나도 좋아한다구.
하지만 난...
김밥천국이 싫어.
김밥천국에서 밥을 먹으면
한끼 잘 챙겨먹었다라는 만족감이 아니라 대충 떼웠다는 생각이 들거든.
거긴 밥을 즐기면서 먹기엔 정신이 너무 사나워.
게다가 김밥천국에서 파는 음식의 1/3은
내가 만들어도 이것만큼은 만들 수 있을 것 같고
1/3은 레토르트를 데워서 파는 것이니
이것 역시 내가 마트에서 사서 데워도 이 맛은 날 것 같아.
그리고 나머지 1/3은 내가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 음식군이야.
끈적거리는 테이블까지 다 마음에 안들어.
그런데 체육인은 김밥천국을 찬양하는 아이였던 것.
Chater 2의 사건은 내가 알바비에 보너스까지 두둑히 받았을 때 일어났어.
성과급을 받은 나는 기분이 좋아져서 이 아이와 캥거루네 스테이크집에 갔어.
가는 길에도 아무말도 안 하길래 당연히 체육인도 찬성이라 생각했어.
주문할 때까지도 별 말이 없었거든,
우리는 체육이 고른 메뉴 하나와 내가 고른 메뉴를 하나씩 주문했어.
그. 런. 데.
주문이 끝나자마자 시작된 해주지 않아도 될 걱정.
정말 세세하게, 열심히, 내가 무슨 문제라도 있는 사람마냥.
“꼭 이렇게 비싼 음식을 먹어야겠냐.
오늘은 아무날도 아닌데 너 그렇게 돈 버는 족족 다 쓰면 어쩌려고 그러냐.
이게 김밥천국에 가면 몇 그릇짜리인지 아냐.
김밥천국이 얼마나 싸고 맛있는데 꼭 이런데 와야 맛있는거냐.
너에게는 경제관념이 부족한 거 같다.
블라블라”
"이왕 온거 맛있게 먹자. 내가 성과급받은 게 있어서 그래.
오늘은 기분 좋아서 내가 한 턱 쏘는거고
김밥천국은 보통 때에도 많이 갔었자나.."
요래 달래봐도 김밥천국 찬양을 안 멈춰.
빵이 나오고 스프가 나와도 나는 계속 혼나고 있는거야.
체육인에게 난 경제관념없이 씀씀이 큰 된장녀가 되어있었어. 이미.
예전에 연극 보러 간 것까지 다 끄집어내서 혼내.
“꼭 그렇게 비싼걸봐야 했냐.
연극도 대학로에서 공짜로 하는 것도 있는데 그게 그거이지.”
공짜연극.
그거 프로모션 같은 거라서 완성도도 좀 떨어지고 내용도 엽기적인 경우가 대다수야.
난 얼마짜리가 중요한게 아니라 재미있는걸 보고 싶은데
이 아이에게는 허세로 보였나봐.
"그렇게 싫으면 올 때 싫다고 하든지. 주문하기 전에 나가자고 해야지.
다 시켜놓고 맛있게 먹으면서 왜 왔냐고 하면 어떻게 해.
나한테 좋은 일 있는거 축하하는 의미로 온거잖아.
우리 기분 좋게 즐기다 가자."
스테이크를 자르면서 그가 말했어.
"꼭 비싼데 와서 이런 거 먹어야만 축하하는 거 아니야.
김밥천국처럼 싸고 양도 많은 곳이라고 해서 축하못한다는 건
순전히 네 허영이야.
너 진짜 돈 이렇게 펑펑 다 쓰면 부모님이 뭐라 안해?
내가 보기에 너는 너무 사치스러워.
부모님이 경제개념을 잘못 가르치신 것 같아."
아 젠장.
스테이크 오물거리며 씹는 저 입은 양심도 없나.
그럼 스테이크 시키지 말든가.
먹지 말든가.
거기서 우리 부모님은 왜 끄집어내.
(지랄이 출현임박)
"어. 나 가계부도 다 쓰고 있고 내가 벌어서 나한테 쓰는거니까 믿으셔." "그럼 다음에 만날 때 가계부 좀 갖고와봐. 내가 한 번 봐야겠어."
..
......
..........
지랄이 출동.
"너 그만 먹어. 너 지금까지 먹은 거 벌써 만원어치는 넘게 먹었어.
만원이면 김밥천국에서 두끼야. 너 먹지마.
나 혼자 다 먹을거니까 넌 이제 먹지마.
내가 너 좋아하는 김밥천국 사줄테니까 이런 거 불만이고 싫으면 안 먹으면 돼.
그 포크 내려놔."
난 체육인의 나이프와 포크를 뺏고 오기로 남은거 싹싹 다 먹었어.
그리고 나가서 정말 김밥천국 데리고 가서
체육인에게 억지로 김밥 한 줄을 먹였어.
어디서 가계부 검사를 한다만다야. 물론 난 그 날 체했어.
아마 그도 이 날 체했을거야.
그리고 우린 그 날 이후.
다시 캥거루네 스테이크 집에 가게 돼.
Chapter 3
내 안의 지랄이가 살고 있다는 걸 잘 아는 친구들은 내게 남친이 생겼다니 궁금해했어.
더 정확히는, 나의 남친생김을 믿으려 하지 않았지. 훗.
계속 보고 싶다는데 소개하려면 우리가 밥이든 술이든 사는게 모냥새가 좋잖아.
난 그에게 전화를 걸었어.
시간이 괜찮은지 확인하고 친구들이 보고 싶어한단 것도 얘기했어.
체육인은 쿨하게 지금 나오겠대.
오. 감사합니다.
덕분에 나 친구들에게 당당해졌어.
와 준 그가 너무 고마워.
친구들도 그가 제법 마음에 드나봐.
체육인은 말은 재미있게 잘 하거든. 빵빵 터져.
밥을 먹으러 가야하는데,
분위기상 이런 건 남친이 쏴(주는 척이라도 해)야 멋지잖아.
친구들은 앞세워 먼저 보내버리고
난 지갑에서 5만원을 꺼내서 체육인에게 쥐어줬어.
우리까지 네명이니까 그 정도면 될 것 같았거든.
밝아진 체육인은
"밥 뭐 먹을래요? 제가 맛있는거 사드릴께요."
친구들은
"음.. 저흰 점심 늦게 먹어서 밥 생각 별로 없는데..."
"에이.. 그래도 식사하셔야죠...
그럼 캥거루네 스테이크 가실래요?"
의...읭......?
나랑 갔을 때엔 이런데 왜 오냐고 질할을 해싸트만!!!
친구들이랑 가는 건 괜찮은거야!?
그럼 5만원은 적겠는데..?
나머지 카바할 정도는 있으니 가자는건가?
아하! 내 친구들에겐 그만큼은 사줄 수 있다는 거구나. 올레!!
언니.. 난 정말 그가 너무 멋져보였어. 얼마나 알뜰(?)한 사람인지 내가 잘 아는데,
캥거루네에 가자는 건 그만큼 내 친구들에게 크게 잘 해주고 싶다는 의미이잖아.
식사생각은 별로라던 친구들은 막상 캥거루네 집에 가서 음식 냄새를 맡으니까
회가 동했는지, 급 식욕이 돋았나봐.
주문을 하고 맛있게 먹고 그는 여전히 매너있게 얘기도 잘해.
잘한다! 내 남친!! 멋지다!! 체육인!!
그런데 계산을 하는 그의 표정이 안 좋아.
설마 하면서 계산서를 확인해보니 7만원이 나왔구나.
‘그래도 설마 이것때문에 기분이 나빠진 건 아니겠지?’
라는 실낱같은 희망을 등신처럼 걸으며 물어봤어.
"괜찮아? 얼굴빛이 안 좋아. 체했어?"
"야. 네 친구들은 정신이 있는거야?
캥거루네 가잖다고 진짜 가고.
학생에게 7만원어치를 쓰게 하면 어쩌자는거야?"
".....그건 ..네가 가자고 했잖아...."
"배 안 고프다며. 그런데 왜 다 주문을 하냐고.
학생이 돈이 어디있어서 7만원씩이나 쓰게 해?"
"음식 냄새나니까 당연히 배고파지지.
걔네도 시키다보니까 그런거지 그렇게 많이 나온지 몰랐을거야."
"모른다고?? 어떻게 모를 수가 있어?
니 친구들 완전 이상해."
"아니.. 비싼 음식점인건 알지만 구체적으로 얼마나 나온지는 몰랐겠지.
알았다해도 네가 가자고 했으니까 마음 놓고 시켜도 되는지 알았겠지."
"그러니까. 비싼거 알면서 왜 막 시키냐고!!"
자기돈 2만원 써놓고
내 친구들을 몰상식에 인면수심으로 몰아세우고 있구나...
비싼거 너는 몰랐냐!!!!
지랄이 출현임박...
김밥천국이나 맥도날드 위로는 내가 항상 사서
그렇게까지 비싼지는 몰랐던 거시냐..
"밥 먹으러간거니까 먹고 싶은게 눈 앞에 있으니까 시킨거지.
이미 다 사준걸 어떻게 해. 당연히 비싼데 가면 그만큼 지불하는거고."
"그러니까 그 비싼델 가자고 한다고 가냐고. 거지도 아니고."
지랄이 출현. "정말. 너 계속 내 친구들 욕 할래?
네가 가자했으니까 네 책임도 있는거잖아.
야. 2만원 여기있다. 가져가."
"누가 이거 달래?"
"그럼 뭐. 왜 내 앞에서 자꾸 내 친구들 욕하는데. 뭘 잘못했다고."
"지금 네 친구라고 편드는거야?
왜 걔들이 잘 못한게 없는데?"
"어. 없어. 여기 2만원 갖고 가.
그리고 다신 친구 얘기 하지마."
체육인은 그렇게 2만원마저 받아갔어...
그 얼마 후 난 체육인의 친구를 만나게 됐어.
그 친구는 나랑도 친구였는데 걔가 날보고 그러더라.
"얼~~~~~~ 체육인이 네 친구들한테 캥거루네 사줬다며.
넌 나한테 뭐 쏘는거 없냐?"
Chapter 4
크리스마스가 되었어. 모델명을 콕 찝어서 크리스마스 선물은 특정 엠피3로 내게 주문하는 체육인.
검색해보니까 20만원이더라.
20만원짜리 엠피3라니 후덜덜했어.
뭐 내가 알바를 한다고는 하지만,
내 앞으로 들어가는 용돈, 보험료, 옷값, 책값, 화장품 다 충당해야하고,
모아서 등록금까지 보태야 하는 나름 빡빡한 금전체계를 갖고 있는 처지라
사실 몇십만원짜리 물건을 사는 일이 흔한 건 아니거든.
큰 맘먹고 코트한벌산 적 있는 정도지.
이건 이 아이도 알아.
그래서 내가 몇 만원만 써도 날 그렇게 걱정해주며 잔소릴 했던건데..
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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