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미국산 750억달러에 관세’ 발표에 트럼프, “최고 30%로 관세 올릴 것” 맞불 미국 기업들에 ‘중국에서 철수’ 압박도
‘메이드 인 차이나’라고 쓰인 상자들이 지난 5월24일 미국 캘리포니아주 사이프러스에 있는 한 창고에 쌓여 있다. 사이프러스/로이터 연합뉴스 미국과 중국의 무역전쟁이 끝을 알 수 없는 악화일로를 걷고 있다. 보복의 악순환이 깊어지면서 9월로 예정됐던 협상 전망이 불투명해지는 것은 물론이고 장기전 전망이 높아지고 있다.
지난해 3월부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관세 폭탄’으로 무역전쟁을 벌여온 미·중의 갈등 곡선은 최근 사흘 사이 수직상승했다. 중국 정부는 지난 23일 밤 미국산 수입품 5078개 품목 약 750억달러 규모에 5~10%의 추가관세를 9월1일과 12월15일로 나눠서 부과하겠다고 전격 발표했다. 이는 트럼프 대통령이 3천억달러 규모의 중국산 제품에 대해 9월1일과 12월15일부터 10% 관세를 물리겠다고 이달 밝힌 데 대한 반격이다.
중국이 추가관세 부과 방침을 발표하자 트럼프 대통령은 12시간 뒤인 23일 오후(현지시각) 최고 30%의 ‘보복관세’ 방침을 발표했다. 그는 트위터에 “현재 25%인 2500억달러어치의 중국산 제품에 대한 관세는 10월1일부터 30%로 오를 것”이라고 밝혔다. 또 “남아 있는 3천억달러어치의 중국산 제품은 9월1일부터 10% 관세를 부과할 예정이었으나 이제는 15%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기존 계획에서 5%포인트씩 더 올리겠다고 선언한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 기업들한테 중국에서 철수할 것도 압박했다. 그는 트위터에 “우리는 중국이 필요 없다”며 “우리의 위대한 미국 기업들은 회사를 고국으로 되가져오고 미국에서 제품을 생산하는 것을 포함해 즉시 중국에 대한 대안을 찾기 시작하라는 지시를 받았다”고 적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 근거로 “1977년 통과된 비상경제권법”을 들고, “나는 그것을 할 수 있는 절대적 권한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이 법은 해외에서의 상황이 국가안보나 미국 경제에 특별한 위험을 발생시켰다고 판단되면 대통령이 국가비상사태를 선포하고 외환거래를 규제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다만 그는 25일(현지시각) 프랑스 비아리츠에서 열린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와의 정상회담 시작 전 기자들의 질문에 “지금 당장 (국가비상사태를 선포할) 계획은 없다. 중국과 잘 지내고 있다”며 중국에 대한 공격적인 톤을 다소 완화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친구”라고 표현해온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을 “적”으로 언급하기도 했다. 그는 자신이 요구하는 금리 인하를 하지 않고 있는 제롬 파월 연방준비제도 의장을 비난하면서 트위터에 “제롬 파월과 시진핑 중 누가 우리의 더 큰 적인가”라고 적었다.
중국도 결사항전 의지로 맞서고 있다. 중국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는 25일 사설 격인 종성에서 “중국은 미국의 어떠한 도발에도 물러서지 않을 것”이라며 “미국의 극한 압박은 중국에 효과를 발휘하지 못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인민일보> 자매지인 <환구시보>는 “시간은 중국의 편에 설 것”이라고 주장했다. 중국 상무부는 미국을 향해 “형세를 오판하지 말고 중국인의 결심을 과소평가하지 말라”고 밝혔다.
미·중은 다음달 워싱턴에서 고위급 무역협상을 벌일 계획이었으나, 진행될지 불확실하다고 <글로벌 타임스>가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과 시 주석 모두 국가와 개인의 자존심을 걸고 물러서지 않겠다는 자세여서 타결 가능성은 갈수록 멀어지고 있다.
무역전쟁 악화에 미국 내 아우성도 커지고 있다. 23일 다우존스30 산업평균지수는 전장보다 2.37% 떨어진 2만5628.90에 마감됐고, 스탠더드앤드푸어스500 지수는 2.59% 떨어진 2847.11에 거래를 마쳤다. 미국 전국소매상연합의 데이비드 프렌치 수석부회장은 <뉴욕 타임스>에 미-중 무역전쟁 악화에 대해 “이런 환경에서는 사업자들이 미래 계획을 세우는 게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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