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은 비구름과 강풍을 동반한 제17호 태풍 `타파`가 22일 오후 제주 서귀포 앞바다까지 북상하면서 제주와 남부지방을 중심으로 피해가 속출하고 있다. 특히 이번 태풍의 예상 경로 안에 있는 부산 지역은 아직 직접 영향권에 들지 않았는데도 강한 바람으로 인명 피해가 발생하는 등 태풍 이동으로 인한 추가 피해가 우려된다. 기상청은 23일 오전까지 일부 지역을 중심으로 강한 바람과 폭우가 이어지겠다고 내다봤다.
22일 기상청에 따르면 타파는 이날 오후 7시 부산 남남서쪽 약 170㎞ 해상에서 시속 39㎞로 북동쪽으로 이동했다. 시간대별 예상 경로를 살펴보면 23일 0시께 부산 동쪽 약 130㎞ 바다에 위치하면서 한반도에 가까워지고, 이어 오전 6시께 독도 동쪽 약 120㎞ 바다를 지나 낮 12시께 독도 동북동쪽 약 470㎞ 바다를 지나간다. 최종적으로 오후 6시 독도 동북동쪽 약 840㎞ 부근 해상에서 소멸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번 태풍은 지난 7일 강한 바람을 몰고 온 제13호 태풍 `링링`과 달리 한반도 도달 전부터 비를 뿌리는 등 폭우로 인한 피해가 컸다. 타파의 중심기압은 970hPa(헥토파스칼), 중심 부근 최대 풍속은 초속 35m(시속 126㎞)다. 초속 15m 이상 강풍이 부는 반경만도 350㎞에 달한다. 기상청은 "태풍이 거대한 비구름을 몰고 오면서 한반도 상공의 찬 공기와 부딪치며 강하게 발달한 것으로 본다"고 설명했다.
타파가 많은 비구름을 동반하면서 전국에 많은 비가 쏟아졌다. 특히 태풍의 직격탄을 맞은 제주 어리목에는 22일 오후 7시까지 767.5㎜의 비가 내렸다. 같은 기간 울산 매곡에는 283㎜의 비가 내렸으며 전남 광양·순천, 전북 정읍 등 남부 지방에 230㎜ 이상의 비가 쏟아졌다. 이에 따라 피해 상황도 속속 집계되고 있다. 22일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에 따르면 이날 오후 7시 기준 강원, 광주·전남, 부산·울산, 경북, 경남 등 전국 8개 권역 8093가구의 전기 공급이 끊겨 현재 6807가구가 복구된 상태다. 하늘길과 뱃길도 잇따라 막혔다. 제주 김해 김포 인천 등 11개 공항에서 항공기 248편이 결항됐고, 연안여객선 100개 항로 166척의 선박은 운행이 통제됐다. 국립공원 20곳의 탐방로 504개도 출입이 금지됐다. 도로 통제도 이뤄져 경남 거가대교, 국도2호선 광양 세풍대로 상행선 등 전국 16개 도로의 출입이 금지됐다.
강풍과 폭우로 제주 지역과 남부지방을 중심으로 각종 사고가 잇따르고 있다. 부산에서는 1명이 숨지고 부상자가 다수 발생했다. 21일 오후 10시 25분께 부산 부산진구 부전동의 한 단독주택에서 기둥이 무너지는 사고가 발생해 잔해에 깔린 거주자 A씨(72)가 숨진 채 발견됐다. 이 사건이 태풍 영향권에 들기 전에 발생해 중대본 측은 A씨를 인명피해 집계에 반영하지 않았다.
21일부터 22일 오전까지 500㎜의 폭우가 쏟아진 제주에서도 피해가 속출했다. 서귀포시 서호동의 한 주택에서는 강한 바람으로 태양광 패널이 무너지고 하원동의 나무가 인도로 쓰러져 안전조치가 이뤄졌다. 이 밖에도 농경지와 도로, 주택 등이 침수됐고 강풍으로 인한 시설물 피해 등이 100건가량 접수됐다.
광주·전남에서도 피해가 잇따랐다. 광주시와 전남도소방본부에 따르면 전날부터 이날 오후 4시까지 87건(광주 30건·전남 57건)의 피해 신고가 접수됐다.
이 중 인명 피해는 2건으로 곡성과 목포에서 유리창이 파손되거나 건물 외벽에서 벽돌이 떨어져 총 5명이 다쳤다. 이날 오후 2시 52분께 곡성군 한 초등학교 체육관의 통유리가 깨져 B씨(54) 등 40·50대 남성 1명과 여성 3명이 다쳐 병원으로 이송됐다.
사고가 난 체육관에서는 이날 곡성심청배 배드민턴 축제가 열리고 있었다. 또 오전 10시 50분께 목포시 석현동 한 교회 외벽에서도 벽돌 일부가 떨어져 C씨(55)가 중상을 입었다.
기상청은 태풍 이동 경로에 따라 강원 영동과 경상도에서도 23일 오전까지 누적 강수량이 350㎜ 이상을 기록할 것으로 내다봤다. 같은 기간 경기 남부·강원 영서 남부·충청도·전북에는 20~70㎜, 서울과 경기 북부, 강원 영서 북부에 5~40㎜ 안팎의 비가 내릴 것으로 보인다.
[제주 = 조한필 기자 / 부산 = 우성덕 기자 / 서울 = 최현재 기자 / 이희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