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날 충주 지방에 아주 인색한 부자가 있었어요. 얼마나 인색했는지 지방을 기름에 절여 놓고 제사 때마다 되풀이해서 쓸 정도였지요. ‘지방’이란 제사를 지낼 때 죽은 사람의 이름을 종이에 적어 모셔 놓는 것으로, 제사가 끝나면 태워 없애고 다음에 새로 만드는 법이에요. 그런데 이 부자는 그 종이 한 장을 아까워했던 거예요. 다른 일도 아니고 부모님 제사를 모시는 데 쓰는 것을 말이지요.
이 부자처럼 인색한 사람을 ‘결은 고비’라고 했어요. ‘결은’의 으뜸꼴은 ‘겯다’로 물건을 기름에 담그거나 발라서 흠뻑 묻게 하는 거예요. ‘고비(考妣)’는 한자어로 돌아가신 아버지와 어머니를 뜻하는데, 여기서는 제사 지낼 때 모셔 놓는 지방을 가리켜요. 이 결은 고비가 변해서 ‘자린고비’가 되었고, 자기 부모 제사에 종이 한 장 태워 없애는 것도 아까워할 만큼 인색한 사람을 뜻하는 말로 쓰이게 된 거지요.
인색한 사람을 뜻하는 말로 ‘구두쇠’도 많이 쓰여요. ‘노랑이, 고바우, 가린주머니’도 씀씀이가 인색한 사람을 비난하듯 일컫는 말이에요. ‘수전노’ 역시 한번 손에 넣은 것은 도대체 쓸 줄 모르고 돈을 모으기만 하는 사람을 말하는데, ‘돈의 노예’라는 뜻이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