빗길을 걸으며
장마가 시작된 여름
나는 생각합니다
저 나약하고 여린 것들이
어떻게 샘이 되고 개천이 되는가를
내 머리 위로 떨어지는
빗방울을 바라보며
비로소 깨닫습니다
흙처럼 흔하고
바람처럼 흔한 것이
사랑이 되고
그리움이 된다는 것을
깃털처럼 가볍고
새순처럼 여린 것이
몸부림치며
내 가슴에 쏟아집니다
바탕이 순박하고
더없이 청초하게
내리는 꽃비가
나에게 말을 건넵니다
가장 낮고 깊이
적시고 흐르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