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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대시절 선임병의 실화...
영사실 | 2011.08.17 | 조회 9,964 | 추천 74 댓글 2

눈팅만 하다가 처음 글을 써봅니다.


날씨가 무지 더운데 제 글 읽고 조금이라도 시원해지셨으면 좋겠네요.^^


 


저는 군대를 다녀온지 꽤... 된 20대 후반 총각입니다.


제 군대 선임병이 겪었던 얘기를 해볼께용.


저는 파주 모 부대에서 군생활을 했는데요. 그 선임은 저랑 나이는 동갑이지만 저보다 3개월 빠른


고참이었습니다. 고향은 제주도였는데 키크고 몸도 짱짱하고 애들도 적당히 잘 갈구고... 암튼


소대 살림꾼이었습니다. 좀 무서운 사람이긴 했지만 워낙 일 잘하고 빈말없는 묵묵한 사람이라


후임병들이 믿고 따르는 그런 사람이었죠.


 


 자 이제 얘기 시작합니다. ㅎㅎ


 그 선임은 상병 4개월 정도, 저는 이제 막 상병을 달아서 삐약삐약하다가 꼬꼬꼬 겨우 하면서


같이 뺑이치고 있을때 갑자기 이 선임이 휴가를 가게 되었습니다. (집이 워낙 멀어서 짧은 휴가는


반납해버리거나 모아서 가는 사람이었습니다.) 나중에 알고보니 아버지가 갑작스럽게 돌아가셔서


급히 휴가를 간 거였습니다. 워낙 말이 없고 특히 사적인 얘기는 거의 안하던 선임이라 아버지가 왜 돌아가셨는지 아무도 모르는 상태였습니다.


 약 일주일정도의 휴가를 마친 후 선임이 복귀하였습니다. 자기 사생활얘기를 잘 안하는 사람이고 큰일을 당한 상태라 모두 조심조심하며 아버지가 어떻게 돌아가셨는지 물어보지도 못하고 있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취침을 하기 위해 불을 끄고 누웠는데 말년 병장이 드디어 그 선임에게 물어본 것이었습니다! '야! j야. 너네 아버지 원래 좀 편찮으신 거였냐?' 머 이런식으로요.


 약간 뜸을 들이던 그 선임. 성격대로 무덤덤하게 말을 해 주더군요.


 선임의 아버지는 제주도에서 귤 농사를 지으시는데 외적으로나 내적으로나 아주 건강한 분이셨다고 합니다. 집에서 주무시다가 돌아가셨는데 사인은 급성심장마비였답니다. 선임은 얼마나 억울했을까요. 안그래도 집과 부대가 멀어서 자주 찾아뵙지도 못했는데 건강하시던 분이 심장마비라니요... 아무튼 장남이었던 선임은 집에 내려가자마자 여독도 풀지 못하고 상주노릇을 하며 거의 3일을 잠 한숨 제대로 못 잤댑니다. 3일째 되는날. 이제 어느 정도 손님도 뜸해지고해서 어머니가 방에 들어가서 눈 좀 붙이고 나오라고 했답니다. 몇일동안 잘 씻지도 못해서 샤워도 할 겸 집으로 갔는데 선임의 방은 이미 친척들이 차지하고 있어서 할 수 없이 안방에 가서 잠을 청했답니다. 아버지 생각에 마음이 측은해진 선임은 평소 아버지가 눕던 자리에 누웠습니다.


 기절하다시피 자고 있는데 잠결에 자꾸 발목이 아프더랍니다. 누군가 두 발목을 꽉 쥐고 있는 느낌이 들더랍니다. 왜이러나...하고 눈을 떠 고개를 들고 발목쪽을 봤는데 하얀 소복입은 여자가 등을 돌린채 자기 발목을 두 손으로 조르고 있더랍니다. 깜짝 놀란 선임은 발을 움직이며 소리를 질렀고


소복여자는 선임을 한번 휙 돌아보더니 그대로 사라지더랍니다. 선임은 한동안 멍하니 있다가 거실로 나갔고 마침 옷가지를 챙기러 오신 어머니께 방금 겪었던 일을 얘기했습니다. 잠자코 듣고 있던 어머니가 선임에게 '너 들어가서 누워있던 그대로 다시 누워봐라'고 하셨고 선임은 그대로 하였습니다. 선임이 눕는걸 보고있던 어머니는 갑자기 주저앉으시더니 이러셨답니다. '니 아버지 돌아가신날 너하고 반대로 누워서 주무셨는데...아이고 아이고~'


 여기까지가 제 선임이 해준 이야기입니다. 당시 내무실 분위기... 한참 숨소리도 안들릴만큼 조용하다가 서로 야간근무 안나간다고 바꾸자고 하면서 한바탕 난리가 아니였습니다.ㅋㅋ


짧은 얘기인데 글로 쓰니 무지 길어진 느낌이네요. 별로 무서운 것 같지도 않고...


역시 무서운 얘기는 밤에 끼리끼리 모여서 말로 해야 느낌이 확 온다는...


암튼 그 선임, 아니 이젠 친구죠 동갑이니깐. 잘 살고 있나 모르겠네요.


길고 안!무서운글 읽어주신 분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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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기애애 | 추천 0 | 08.20  
요 선임의 경험은 정말 무섭고, 미안하기도 하고 그러네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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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박 무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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