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꼭..'
굳은 다짐을 하고 방문을 살짝 열어본다.
불 꺼진 거실. 형은 분명 자기 방에 있을 것이다.
'오늘은 꼬옥....'
다시 다짐한다. 오늘은 꼭 놀래켜주고야말 것이다.
그동안 몇 번을 놀래켜주려해도, 소리를 질러도, 죽은 척을 해도
무덤덤하게 바라보다가 겨우 꺼내는 말이라곤
"그만 해라.."
이렇게 싱겁게 끝내버리는 형을, 오늘은 꼭 놀래켜주고야말 것이다.
다시 불꺼진 거실을 확인한다. 아무도 없다.
천천히 검은 보자기를 덮어쓰고 내 방을 나갔다.
형 방의 문틈으로 빛이 조금 새어나온다.
다시 계획을 되짚어본다.
형 방문을 노크하고, 형이 나오기 전에 부엌으로 들어가 식탁 의자위에 서 있는다.
방문을 열었는데 아무도 없으니 형은 내 장난인 줄 알고 내 방으로 향하다가
부엌 식탁의자위에 서 있는 검은 형체를 보고 대경실색한다...
그래 이 정도면야..
발소리를 죽이고 방문으로 다가간다.
똑똑, 똑.
안에서 형이 움직이는 소리가 난다. 빨리 행동해야 한다!
컴컴한 부엌으로 뛰어들어가 의자 위에 우뚝 섰다.
부엌 창으로 들어오는 빛 때문에 내 모습은 더욱 무시무시해 보이리라.
드디어 형네 방문이 열리고.. 빛이 새어나오고.. 형이 발을 내딛고..
그리고..나를 보고.
...뭐야? 왜 가만히 서 있지?
형이 갑자기 핸드폰을 떨어뜨린다. 그리고 내 방으로 달려간다.
아, 굳어버렸던거구나! 너무 놀라서, 굳어버렸구나!
오늘에야말로 내가 승리했다, 누구라도 이건 부정할 수 없겠지.
형이 닫힌 내 방문을 미친 듯 두드리며 울부짖는다.
"현수야!! 문 열어봐!! 부엌에 누가 있어!! 부엌에 이상한 사람들이 잔뜩 서 있다고!!!"
뭐라고? 들? 사람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