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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혼 ..그 허무함
싼타오 | 2020.01.05 | 조회 209 | 추천 1 댓글 0

난 아침마다 20-30분간의 여행을 한다

다름이 아니고 지난 여름부터 남편의 사무실로 출근을 하게 되었기 때문이다

버스로는 다섯 정류장이며 보도로는 2 0-30분 거리이다

그래서 아침 운동삼아 걷기에 딱 좋은 길이다

집안일 후다닥해 치우고 집을 나서니 이젠 제법 쌀쌀한 바람이 코끝을 맵게 건드리고 지나간다

노인정을 지나 쌍굴앞의 급커브길을 올라오면

군부대 정문이 나온다. 여기만 오면 군대갔을때의 아들이 생각나서 한참을 들여다본다

요즘은 군부대의 담장도 철휀스로 되어있어서 부대안이 다 보인다

이 부대는 물품보급창고이다보니 보초병은 안보이고 정문 양옆으로 하얀 진돗개가

지키고 있다

이 녀석들 매일 지나가는 나를 보고는 무표정하게 눈만 껌벅인다

처음엔 경계하느라 어찌나 짖던지......

그래서˝진정해..나 대한민국국민일세...그놈 참 잘생겼네...앞으로 잘 사귀어보세나....˝

그 다음부턴 이놈 나를 보면 몸은 꼼짝도 않고 집밖으로 까만 코만 내놓고

귀를 뒤로 제치고 까만 눈만 껌벅인다

아마도 꼬리도 흔들것이다...개집안에서....

부대를 지나면 큰 도로에서 옛 동넷길로 접어든다

난 이길을 좋아한다 ..꼬불꼬불한 동네길이 정겹다

산밑의 옛가옥들이 옹기종기 모여있어서 마음마저 푸근해온다

동네입구에 들어서면 길옆의 평상에 늘 같은 자리에 같은 자세로

지팡이 짚고 중절모를 쓰고 그림처럼 앉아계신 할아버지가 계신다

또 그옆엔 사람으로 치면 그 할아버지의 나이벌인 늙은 애완견(요크셔테리어)이

털이 뭉쳐서 눈도 안보이는것이 나를 보고 아구아구 짖으며 쫓아온다

이방인이 나타났다는 신호이다..그래서 ˝그러지마아...너 이동네 지킴이로구나..자주 볼껀데 잘 사귀어보자...응?...˝

이놈 계속 짖으면서 할아버지 발밑으로 숨어든다

아마도 도시에서 자식들이 기르던 애완견이 늙어서 할아버지댁으로 온것같다

이 동넨 집집마다 예전엔 고급스러웠을 애완견들이 늙어서 털이 뭉치고 볼품없어져서 줄에 메여있는 개들이 많다..

그런데 오늘은 그 중절모의 할아버지가 콩밭에서 콩검부지기를 태우던 할머니에게

부지깽이로 다리를 얻어맞고 계시는게 아닌가...

할머닌 허리가 많이 굽으셧는데 아주 깔끔하시고 부지런하시며

성격또한 괄괄하셔서 목소리도 크시다

할아버지를 때리며 ˝이 영감탱이야..왜 빨리 죽지도 않고 속을 쌕여...아이고....˝

할아버지는 백내장이 있는 듯한 눈을 슬프게 내리깔고 말이 없으시다

난 속으로 그 할머니 참 고약하시네...라고 생각햇다

그런데 알고 보니 하루는 할머니가 나를 붙들고 하소연을 하신다

˝에고....저 영감이 나보다 먼저 죽어야 하는데....내가 먼저 죽게 생겻어..

그래서 나보다 먼저 죽어야 내가 안심을 하지...˝

하며 할아버지가 성질이 고약하셔서

자식들과도 살지 못하신단다. 그래서 자식들이 모신다고 해도 안가시고

오로지 할머니가 거둬주셔야만 한단다

할머니가 먼저 돌아가시면 자식들도 괴롭고 또 며느리에게 구박받을까봐

할머닌 그게 가장 큰 걱정이신게다

하긴 알고 보니 할머니를 이해하겠다

모두가 자식과 할아버지를 편하게 하자는 깊은 뜻이었다

갑자기 선듯한 바람이 가슴으로 파고 든다

저분들도 젊어서는 자식들과 얼마나 행복하게 살으셨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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