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이 좁은 곳에서는 한 걸음 멈추어 남을 먼저 가게하고, 맛있는 음식은 다른 사람에게도 나누어 주어 함께 즐기는 것이 좋다. 이것이 세상을 살아가는 데에 있어 지극히 편안한 방법 중의 한 가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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칠흑같이 어두운 밤에 영국 왕실 소속의 요트 브리테니카 호가 항해를 하고 있었다. 영국의 여왕이 애용하는 요트인 만큼 브리테니카 호는 그 위용도 대단했고, 선원들의 자존심 또한 대단했다.
파도를 가르며 전진하는 브리테니카 호 앞에 갑자기 정체불명의 불빛이 나타나더니 브리테니카 호를 향해 다가오기 시작했다. 당황한 선장이 스피커를 들고 소리를 질렀다. 「 비켜라, 불빛을 내는 배는 비켜라! 여기는 거룩한 영국 황실의 브리테니카 호다.」
그러나 그 불빛은 들은 척도 하지 않고 계속 다가오고 있었다. 선장은 다시 소리 질렀다. 「 어서 비켜라, 여기는 거룩한 영국 황실의 브리테니카 호다. 비켜라! 」
그러나 불빛은 더 가까워져서 마침내 충돌할 위기에 처하게 되었다. 머리끝까지 화가 난 선장은 스피커의 볼륨을 최대한 높이고 고함을 질렀다. 「 야, 이 미친놈들아! 어서 빨리 비켜라, 여기는 거룩한 대영 제국 황실의 요트 브리테니카 호다. 어서 비키지 못하겠느냐? 」
마침내 불빛 저쪽에서 응답이 건너왔다. 「 미친놈은 바로 너희들이다. 여기는 거룩한 등대이시다. 」 영국에서 전해져 오는 우스개 소리이지만 생각해 보면 참으로 시사하는 바가 크다.
어두운 밤길을 가면서 조심조심 길을 살피듯 언제나 겸손하고 양보하는 마음으로 살아간다면 세상은 더욱 아름다운 세상이 되지 않을까. 비켜야 할 것은 밤바다를 밝히는 등대가 아니고 바로 브리테니카 호임을 자각하지 못하는 데서 비극은 비롯되고 있다.
(이야기 채근담 손풍삼 엮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