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아가신지 벌써 4년째가 가까워진 울 아버지 산소. 떼가 뿌리를 내려 이젠 제법 무덤 티가 완연하다. 돌아가셨을 땐 그리도 슬프더니만 이젠 무덤 앞에 서 있어도 참을 만한 것 보니 ´산 사람은 어떻게든 살게 마련이다´ 라는 말이 실감난다.
며칠 전 누군가 다녀간 듯한 꽃 한다발이 무덤 앞에 놓여 있어 누가 놓고 간 거냐고 엄마께 여쭤 보니 아버지랑 절친했던 친구 분이
요즘도 가끔씩 꽃 한다발을 갖다 놓고 막걸리 한잔 부어 놓고 몇 시간씩 앉아서 울다 가신단다.
아버지 살아 계셨을 적 두 분의 우정은 참 부러울 정도였었다. 자식들 키우면서 속상한 것, 인생 살면서 뜻대로 되지 않는 것, 많지 않은 기쁨 몇 가지 등 인생의 희로애락을 막걸리 몇 잔에 나눠 드셨던 두 분.
이제 인생의 귀로, 한 분은 이승에서 한 분은 저승에서
아직까지 우정을 나누고 계신다. 자식도 일년에 한두 번 찾을 듯 말 듯한 아버지의 묘를 그 친구 분은 가끔씩 들러서 막걸리 부어 놓고 울고 가신단다.
이 이야기를 듣고 얼마나 가슴이 아려 오던지... 집으로 돌아오는 내내 많은 생각을 하게 했다.
자식들에게 못 받은 복, 이승에서 못 누린 부귀영화 우리 아버진 이런 친구 분이 계셔서 그나마 조금의 위안은 되셨을까?
오늘, 친구라는 존재에 대해서 난 많은 생각을 할 것 같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