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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을 깁는다
싼타오 | 2020.03.23 | 조회 357 | 추천 1 댓글 2

˝어마, 반바지 만들어 입어도 되겠죠?˝

아들이 반바지 입고 내 앞에 우뚝 서 있다. 대학생이 된 막내아들이 요즘도 키가 크나보다. 바지 길이가 발목에서 복숭아 뼈 위로 대추씨만큼 올라와 있다. 허리 치수랑 엉덩이도 맞고 아직은 성해서 반바지 만들면 안성맞춤 일 것 같다. 아들의 주문에 바지를 무릎 아래쯤에서 가위로 자르고 재봉틀을 꺼냈다. 웬일인지 발대가 움직이지 않는다. 나와 같이 시집와서 생활하며 요긴하게 썼기에 아꼈던 물건이다. 재봉틀을 만든 미국의 엘리아스 하우는 가난한 기계공이었다. 늦은 밤까지 삯바느질을 하는 아내가 너무 안쓰러워 재봉틀 제작에 나섰다. 하지만 5년 동안 실패를 거듭했다.

어느날 꿈속에서 토인이 가지고 있던 구멍 뚫린 창에 힌트를 얻었다. 귀가 끝에 있는 바늘을 단 재봉틀을 만드는 데 기어코 성공했다. 아내를 사랑한 남편의 집념이 꿈속에서까지 자라서 여물더니 세계 모든 여인들의 가사 노동을 덜어주었다. 인도의 마하트마 간디는 ˝인류의 발명품 중 몇 안 되는 유용한 물품˝이라고 재봉틀을 칭찬했고, 미국의 유명한 여성지 레이디스 북의 발행인은 ˝쟁기 다음으로 가장 축복 받은 도구˝라고 찬사를 아끼지 않았다. 이백여 개의 부품으로 이루어지고 일백분의 일 밀리미터 오차라도 바느질이 되지 않는다고 한다. 이렇게 정밀한 재봉틀이 발전을 거듭하여 오늘날에는 단추 하나만 눌러도 가능한 컴퓨터형 재봉틀까지 나와 있다.

눈이 아프도록 들여다보며 한 땀 한 땀 고운 명주실로 자수를 놓는 느린 손 수에 비하면 정감이 덜하긴 해도 재봉틀은 한꺼번에 많은 양과 무늬를 만들어 낸다. 여인들이 쓰는 물건 이어서 인지 부속품들은 반달, 노루, 북, 발, 들대라는 예쁜 이름들을 가졌다. 하지만 지금은 공장에서 남자들의 투박한 손에서도 쉬임없이 돌아간다. 내 어줍잖은 기술로는 작동이 안되어 실 강이 하다 밀쳐 놓았다. 아들이 저녁에 바지를 들먹인다. 내일까지 숙제로 남겨 놓으며 부탁을 거듭한다. 이튼날도 여전히 재봉틀은 단단히 토라 졌는지 꼼작도 않는다.

혹시 아래 집에 틀이 있나 싶어 가위질한 바지를 가지고 내려갔다. 염치없이 몇 집을 두드렸지만 약속이나 했는지 한집도 없다. 세탁소에 가지고 가면 일 이천 원이면 꿰매 준다고 친절히 알려준다. 얼마 전 까지만 해도 결혼할 때 혼수 품목으로는 단연 일 순위 였다. 이런 필수 품목이 이제는 슬그머니 밀려나 자취를 감추다니 애석한 일이다. 여자 의 가치를 바느질 솜씨로 잣대질 할 정도였다. 이제 여성들의 능력도 전문직에서부터 다양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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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봉 | 추천 0 | 03.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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