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다운 노인 -김승규-
신혼 때 아내와 기차에서 본 칠십쯤 되신 할머니 한 분 백발에 화장기 없는데도 눈이 부셨다
얼굴을 가꿔서는 저렇게 안 되지 좋은 옷 입는다고 저렇게 안 되지
마음의 화장하지 않고는 방법이 없지 저런 빛은 나오지 않지 아내를 팔꿈치로 툭툭 치며 여보! 여보! 저분 참 곱게 늙었다
그러네요. 참 고운 분이에요 저분처럼 늙자고 손가락 걸었다 그날 이후 나날이 긍정의 생각으로 행복 열차를 탄 기분으로 산다
지금쯤 새싹으로 돋았을 나이를 뛰어넘어 사랑을 느꼈던 그 할머니 가슴으로 품고 살다가, 먼 훗날 어느 젊은이의 눈빛을 그리며
가끔, 얼마나 닮았는지 거울을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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