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에게
- 문정희-
아들아
너와 나 사이에는
신이 한 분 살고 계시나 보다
왜 나는 너를 부를 때마다
이토록 간절해지는 것이며
네 뒷모습에 대고
언제나 기도를 하는 것일까
내가 어렸을 때
우리 사이에 다만
아주 조그맣고
어리신 신이 계셔서
사랑한 일에도
우주가 녹아들곤 했는데
이제 쳐다보기만 해도
훌쩍 큰 키의 젊은 사랑아
무슨 신이 한 분 살고 계셔서
이렇게 긴 강물이
끝도 없이 흐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