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드름 -박정원- 예리하지 않고서는 견뎌낼 수 없는 오기였다 가장 약한 것이 가장 강하다는 것을 증명하기 위하여 밤마다 처마밑에서 울던 회초리였다
꺼꾸로 매달려 세상을 볼 수밖에 없었던 날카로운 송곳이었다 냉혹하게 자신을 다스릴수록 단단해지던 회한이었다
언제 떨어질까 위태롭다고들 했지만 그런 말들을 겨냥한 소리없는 절규였다 복수하지 마세요 그 복수의 화살이 내게로 와 다시 꽂힙니다 절마당엔 노스님이 가리키던 동백꽃 하나 투욱, 지고 이쯤에서 풀자 내 탓이다 목이 마르다 처마끝에서 지상까지의 거리를 재는 낙숫물 소리 결국엔 물이었다. 한 바가지 들이켜지 않겠는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