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가 바뀌어도 우리는 -도종환-
해가 바뀌어도 어둠은 물러가지 않을 것이다. 해가 바뀌어도 우리들은 걸음을 멈추지 않을 것이다. 그토록 많은 날을 열망하고 기다리던 밝은 햇살은 우리 앞에서 처참하게 깨어지고 거꾸러지고
우리들은 흙탕처럼 몸에 어둠을 묻히고 어제도 별 없는 거리에 섰었다.
나직이 부르던 아늑한 노래를 잊은 지 오래고 포근하고 부드럽던 목소리도 쉬어 갈라진 지 오래 되었다.
혼자 소중하게 간직하고 싶던 것들도 바람 속에 잃어가며 많이도 험한 길을 넘어오고 넘어갔다.
내일에 대한 희망 때문이었다. 내일에 대한 믿음 때문이었다.
어느 날 그 품에 꼭 서고픈 빛나는 아침에의 그리움 때문이었다.
기쁘게 손을 잡고 맞이할 새날 새아침에 대한 바램 때문이었다.
해가 바뀌어도 우리는 걸음을 멈출 수 없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