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박눈 오던 날 -지연-
태수 양반이 돌아왔다 빈집을 지키던 백구가 마당을 헐겁게 뛰어다녔다 집 나간 마누라를 찾아다닌 지 삼 년 집을 지킨 백구에게 태수 양반 따순 물이라도 나눠 먹자며 아궁이로 발길을 옮기었다
눈이 하염없이 내리고 마른 솔가지가 핏발 서며 붉어지고 있었다. 태수 양반이 물을 데우는 사이 헛울음이 구들장을 지나 굴뚝으로 새어 나오는 것이었다 뒤늦게 눈치를 챈 태수 양반이 백구를 부르고 아궁이 안에 눈을 퍼붓고 솥단지를 들어내고 구들장을 걷어내는 것이었다 구들장 아래 백구가 차갑게 식은 제 새끼를 안고 껌벅이는 것이었다 아이고 백구야- 태수 양반 목 놓아 울었다 죽은 팔삭둥이 아들을 가슴에 안고 동네를 떠돌던 마누라 눈빛이라 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