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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의이야기
북기 2020-03-12     조회 : 281

나는 매일 우리 가게 앞 버스 정류장에서 버스를 기다리는


이름도 나이도 알지 못하는 그를 사랑한다.


그는 단정히 빗어 넘긴 머리에 항상 즐겨입는 곤색 잠바가 참


잘 어울린다.


한번은 그가 우리 가게에 들어와서 딸기우유를 사며


나에게 혼자서 가게를 하는지 물었다.


˝네, 그래요.˝ 라고 속으론 말하고 있었지만


난 아주 어렸을때 부터 말을 할 수 없다


아무말도 없는 나를 보며 무척 당황해 하던 그에게 참 많이 미안했다.


그는 매일 우리 가게에서 딸기우유를 산다.


딸기 우유를 정말 좋아하나 보다.


그날도 그가 가게로 들어와 냉장고 문을 열고 딸기우유를 꺼내려 했다.


그러다 많은 음료수 캔들이 바닥으로 떨어졌다.


어쩔줄 몰라하는 그에게 ˝괜찮아요.˝ 라고 말해주고 싶었지만


난 웃음만을 지을 수 밖에 없었다


여기 저기 굴러다니는 캔들을 쫓아다니며 열심히 줍는 그의 모습이


참 귀엽게 느껴졌다.


난 하루종일 그의 모습을 생각하며 웃고 또 웃었다.


그 일이 있은 다음날 난 딸기우유를 미리 꺼내 손에


가지고 있다가


그가 오면 건네주었다. 딸기우유를 받아들던 그가 얼마나


기뻐하던지


난 그날 이후로 매일 매일 딸기우유를 직접 그에게 건네주었다.


그는 항상 7시30분 쯤에 버스정류장에 나온다.



그런데 언젠가 부터 7시에 나와서는 기다리던 버스가 와도


7시30분이


지나서야 그 버스에 타곤했다.


버스를 기다리고 있는 그의 모습을 난 몰래 몰래 바라보다가


그가 버스에 올라탈때면 무척이나 아쉬워 했다.


난 그가 딸기우유를 좋아하기 때문에 매일 그를 만날 수 있다.


그렇게 매일 만나면서 그와 이야기를 나눌 수 없다는게


아쉽긴 했지만 그를 매일 볼 수 있다는 것 만으로도


하루하루가 참 행복했다.


어느날 아침이었다. 그가 밖에서 딸기우유를 마시고 있었는데


갑자기 비가내렸다. 그는 가게쪽으로 몸을 바싹 붙였다.


그러다 나와 눈이 마주쳤다.


난 재빨리 창고에서 우산을 찾아 그에게 씌어 주고 가게 안으로 들어왔다.


부끄러움에 얼굴이 화끈거렸다.


내 우산이 하루종일 그와 함께 할거란 생각에 기쁘기도 했지만


한편으론 괜히 우산에게 질투가 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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