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과 결혼하면서 평생을 사랑하며 검은머리 파뿌리가 될 때까지 살자고 언약하면서 끼어 주었던 결혼반지는 서로의 사랑을 확인시켜주는 증표로 애지중지하며 아끼던 당신이었습니다. 행여나 닳을세라 중요한 행사가 아니면 반지를 낄 생각도 하지 않은지 장롱서랍 깊은 곳에서 영롱한 빛을 발하고 있던 그 반지를 고이고이 간직하여 틈틈이 꺼내보며 아끼던 그 모습이 생각납니다.
그러나 결혼 초에 삯월세 방을 구해 가난한 집안형편으로 인하여 맨손으로 시작한 신혼살림이 두사람 사는데 왜 그리 힘이 드는지 눈물을 머금고 급한 김에 돈이 되는 결혼패물을 몽땅 팔아서 당장 급한 생활비로 쓰고 말았습니다. 이 반지만은 팔지 말고 버티어 보려고 무던히 애를 쓰던 당신을 설득하여 결혼반지를 금은방에 팔아버리고 무심코 돌아오는 길.... 그때 고개를 숙이며 따라오던 당신은 눈물을 보이지 않으려고 땅만 보고 걷던 당신의 눈가에서 떨어지던 이슬방울을 보았습니다. 나중에 더 좋은 반지를 사서 선물하겠노라고 굳게 다짐하였지만 당신 마음속에 생긴 깊은 상처는 미처 보지 못한 채 돌아오는 내 마음과 발걸음이 지금까지 내 가슴에 멍에가 되어 짓누를 줄은 미처 몰랐습니다.. 그날따라 돌아오는 길에 무거운 마음을 알기나 한 듯 부슬부슬 내리는 비는 끊임없이 거리와 우리부부의 가슴을 적시며 밤새 내렸습니다.
그러나 그후 가끔씩 외출할 때면 거칠은 당신 손에 끼워진 값싼 액세서리 반지를 볼때 아직도 그 약속을 지키지 못하는 남편을 원망이라도 하련만은 당신자신보다 가족들이 먼저라며...한마디 싫은 내색도 하지 않고 차일피일 미루던 것이 지금까지 흘러와 버린 세월인 것을..
액세서리를 좋아하던 당신은 언제나 재래시장이나 거리의 좌판에서 팔고 있는 액세서리코너를 그냥 지나치지 못하고 발걸음을 멈추고 1~2만원짜리 액세서리를 사는데도 그렇게 망설이며 가슴 졸이며 좀더 값싼 것을 고르며 심사숙고하던 당신의 모습이 눈물겨웠습니다.
당신이라고 남들처럼 아름답게 꾸미고자 하는 욕망이 없을리 만무하지만 값싼 액세서리에도 마치 천진난만한 소녀 같이 기뻐하며 만족하던 당신은 보석목거리나 귀거리를 착용하면 더욱 아름답겠지만 값비싼 보석류를 팔고 있는 금은방가게를 그냥 못본척 그냥 지나쳐버리고 관심조차 없는 듯한 그 마음은 우리 가정형편을 누구보다 더 잘 알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자신을 위해 갖고 싶은 작은 장신구 하나마져 마음대로 사지 못하고 망서리던 그 모습에 투영된 것은 당신의 고달프고 힘든 삶이었습니다. 내 마음이 무척이나 쓰라렸지만 그 알뜰한 살림살이에 오늘까지 이루었던 우리의 삶은 피눈물나게 고생한 당신덕분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