벗 하나 있었으면
- 황주철-
울적한 마음 적셔줄 저녁
강 물 같은 벗 하나 있었으면
해 기울어 산 그림자 몸에 잠기듯
포근히 한곡 흘러줄 친구 하나 있었으면
비 오는 날
물에 흠뻑 젖은 고무신
그대로 찾아가도
반가이 맞이해주는 벗 하나 있었으면
두드려도 울리지 않는 악기처럼
내 마음 낮은 소리로 살포시
빗질하여 되살려주는
오래된 친구 하나 있었으면
까닭 없이 슬플 때 가만히 팔짱끼고
어두운 길 밝은 뜻
함께 걸어갈
벗 하나 있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