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느님이 지으신 자연 가운데 우리 사람에게 가장 가까운 것은 나무이다.
그 모양이 우리를 꼭 닮았다. 참나무는 튼튼한 어른들과 같고 앵두나무의 키와 그 빨간 뺨은 소년들과 같다.
우리가 저물녘에 들에 나아가 종소리를 들으며 긴 그림자를 늘이면 나무들도 우리 옆에 서서 그 긴 그림자를 늘인다.
우리가 때때로 멀고 팍팍한 길을 걸어가면 나무들도 그 먼 길을 말없이 따라오지만, 우리와 같이 위으로 위으로 머리를 두르는 것은 나무들도 언제부터인가 푸른 하늘을 사랑하기 때문일까?
가을이 되어 내가 팔을 벌려 나의 지난날을 기도로 뉘우치면, 나무들도 저들의 빈 손과 팔을 벌려 치운 바람만 찬 서리를 받는다, 받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