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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토크
마성의 오남씨(1)
아리따워 | 2011.02.17 | 조회 5,343 | 추천 3 댓글 0


때는 지금으로부터 7년 전쯤이었습니다.

그때 전, 남친한테 버림받은 충격에서 허우적대고 있었어요

 

당시 저는 학생이었고


여름방학을 맞아 고향 집에 내려가 붕괴된 멘탈과 몸뚱이를 달래고 있었어요.

그러던 한여름밤, 심심풀이로 들어갔던 채팅사이트에서 그 남자를 만났습니다.



근데 그 남자는 말이죠
...

그런데서 만난 여타의 남정네들이 끈적하게 불러제끼는

'전번타령' '동네타령'같은 게 전혀 없었어요,

유식하고 지적이었고 저와 관심사도 비슷했습니다.

학교는 무려 S대 법대랍니다.



제가 한참 똑똑한 남자에 꽂혀 있을 때였어요
.

절 버리고 간 남친이 스마트한 타입이었기 때문에

더 그런 스타일을 찾으려고 했던 것일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채팅사이트에서 만났으니만큼 초큼 거리를 뒀습니다.

전화번호도 교환했지만 그 남자도 저도 연락을 하지는 않고, 잊고 지냈어요.

. 그 만남은 그냥 거기서 끗. 이었어야 했어요.

 

그랬다면 '한여름밤의 꿈'이라는 제목 정도는 붙일 수 있었겠죠. ㅠㅠ

 

방학이 끝나 개강을 하고 정신없이 지내던 어느날.

낯선 번호로 문자가 띠리링 왔습니다.

. 그 남자였어요.

 

밥이나 먹자길래 뭐 별거 있겠나 싶어서 강남역 길바닥에서 만나기로 했습니다.

그렇게 처음 만난거에요.

 

하지만 . 지쟈쓰.

대학교 4학년의 외모라기에는..-_-;;

저보다 3살 많다고 했는데 10살은 많아보이는 외모.

(저도 동안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진짜 저보다 10살은 많아 보였어요.)

아마도 고시준비때문에 받은 스트레스가 노화를 촉진한 듯 했습니다.

 

남의 외모갖고 왈가왈부할 처지는 아닙니다만,

나이보다 훨씬 들어보이는 모습은 조금 당황스러웠어요.

 

그러나 놀란 것도 잠시.

늙어보인들 어떠하리.

소개팅도 아닌데 외모가 무슨 상관.

밥이나 맛있게 처묵처묵하자 생각했습니다.

 

이 남자를 이하 오남이라고 부르겠습니다.

오남이는 5등신남의 줄임말입니다.

 

근데 밥이나 먹자던 첫만남에 오남씨는 노리타를 가자고 하더군요!

당시 빈털터리였던 저는 됐다고 했지만

자기가 예약했다안가면 자기가 곤란해진다쏘겠다더라구요.

 

20대 초반의 여대생에게 무려 유명 스파게티집을 예약했다는 건

“도저히 거절할 수 없는 제안입니다.



외모는 아수웠지만
, 내 남자 아니니 알 바 아니었고,

그와는 관심사도 비슷했고, 말도 잘 통했고, 박학다식하여


시간가는 줄 모르겠더라구요.

 

당시 저는 토익의 늪에 빠져서 허우적대고 있었는데

오남씨는 무려 미드를 자막없이 볼 수 있다고 했어요. -

영어 울렁증이 심각했던 저한테는 아마도 존경이 눈빛이 발사되었을 겁니다.

 

그리고 옷걸이는 안습이었지만

입고 있고 들고 있는 모든 것이 무려 명품! 

오남씨는 처음 말한대로 커피까지 쏘고

제가 집에 간다고 하니까 '우리집 타령' '쉬다갈래 타령' 같은 건 꺼내지도 않고

강남역에서 일산까지 택시까지 태워줬어요.

 

남친에게 차이고 그때까지 정신 못차리던 저에겐

그야말로 가뭄의 단비같은 매너와 럭셔리함이었습니다.

 

그날 이후 오남씨와는 가끔 연락하면서


밥도 먹고 영화도 보고 친구처럼 지냈어요.

내심 언제 저 놈이 컴컴한 속내를 드러낼 것 아닌가?’

경계하고 있던 제가 무색하게도

오남씨는 되도 안한 스킨십 따위는 시도조차 않았고

저를 정말 편안하게 대해 주었습니다.

 

그리고 어느새 저는 오남씨에게 속이야기를 털어넣을 정도로

친분이 두터워져 있었구요.

그때마다 그 박학다식함을 바탕으로 한 언변으로 블라블라블라

저에게 큰 위안이 되어 주었습니다.

 

오남씨는 먹고 살 만한 집안의 자손인지 툭하면 해외로 여행을 가곤 했는데

다녀올 때마다 네 생각이 나서 샀다,

, 귀걸이, 구두, 와인도 깜짝깜짝 사다 날라주었어요.

감동이었죠. 취업전의 어린녀는 뿌리째 흔들렸습니다.

 

언제나 택시이동, 럭셔리 식당에서의 식사에서도

절대 제 지갑을 못 열게 했던 오남이 오빠야는

제 지갑대신 마음을 열었나 봅니다.

 

더구나 널 위해 무리해서 돈을 씀이면 부담스러웠을텐데,

난 원래 이런 사람”, “지하철이나 버스는 불편해서 못탐.”을 주장했기에,

어린녀의 허영심은 빵빵히 충족되어 갔습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동성친구같은 편안함에


저는 오남씨와 더욱 가까워졌고

급기야 오남씨의 자취방에 놀러 갈 정도로 친하게 되었어요.

 

그러던 어느날.

오남이 오빠는 저에게 1 2일 여행을 가자고 하더라구요.

근데.. 아무리 편하고 친구같아도 여자는 여자고, 남자는 남자인데,

1 2일 여행이라는 말에 처음엔 뜨악했던 게 사실이었습니다.

 

하지만 오남씨와 친하게 어울린 지도 벌써 반년.

작은 키와 나이들어 보이는 외모만 빼면 썩 잘 맞는다고 생각했기에

사실 거기 가서 뭔 일이 벌어지고 사귀어도 괜찮겠다

'미필적 고의'도 있었다는 걸 부인하지는 않겠습니다.

 

오남씨는 본인의 평소 취향대로

돌침대 광고마냥 별이 다섯개 ★ 붙은 럭셔리 호텔예약해놨다며

스케줄따윈 자기가 알아서 할테니 넌 그냥 오기만 하면 된다고 했고..

대화끝에 결국은 그날 사귀기로 합의도 하고 관계가 급진전되었습니다.

 

1 2일의 여행 이후..

어느새 칼자루는 오남씨에게 넘어갔어요.

 

그 놈은 저를 만날 땐 정말 잘해줬습니다.

아끼지 않는 씀씀이와 매너는 여전했고,

길거리 헌팅 따위 먹는 건줄 알았던 제게

무려 이자벨 아자니같다는 칭찬폭격까지.

(이자벨 아자니님, 그녀의 팬분들, 그리고 이글을 읽을 무고한 분들, 죄송합니다.. -_- 그냥 그놈이 그랬단 말이어요)

그의 물심양면공략에 저는 완전 무력화되었습니다.

 

근데.

그렇게 잘하던 사람이 떨어져 있을 땐 연락이 잘 안됩니다.

툭하면 잠수를 탔어요.

 

지금 같았으면 잠수 즉시 산소통은 분리해서 저 멀리 던져버리고

사뿐히 연락 끊었겠지만 그땐 택시만 태워줘도 가슴이 설렜던

천지분간 못했던 꼬꼬마
였어요
.

잠수만 탔다하면 내가 뭘 잘못했는지도 모르고

울고불고 잘못했다고 싹싹 빌었습니다.

 

그렇게 사람 애간장을 숯검댕으로 만들고 나서야 연락을 받기를 몇차례..

또 만나면 언제 그랬냐는듯 잘해주고..

이것은 개미지옥이었습니다.

 

그러나 아무리 그래도 크리스마스에 못 본다고 할 때는 촉이 섰어야 했을까요?

고모가 아파서 못 만나겠다는 그 말을 믿었드랬습니다..

 

이십대 초반의 여대생에게는 허영 충족과 더불어

이런 말같지 않은 핑계도 꽤 잘 먹힘을 알려드리는 바입니다.

 

사귈 때 전 오남씨가 사는 자취방에 자주 놀러갔드랬어요.

그 날도 그 집에 놀러갔는데, 그 놈이 화장실에 간 사이,

그 날따라 책상 위에 놓인 그의 지갑이 자꾸 눈에 띄더란 말입니다.

그때까지 지갑이라든지 핸드폰 따위 볼 생각도 못했었는데.

웬일인지 이상한 촉이 서서 지갑을 열어봤는데,

 

 

주민등록증을 보니 오마이갓.

 

오남씨는 70년대 초반에 태어난, 무려 저와 띠동갑이었던 거였어요.

내가 잘못봤나 하며 이름과 사진을 몇번을 확인했는데,

신분증의 그 사람은 오남씨가 맞았어요..





어쩐지... 삭았더라니
.. -_-;;



 

단순한 사고의 꼬꼬마 여대생은 지가 더 당황해서

여죄(?)가 없나 몰래 뒤를 캐는 건 생각도 못하고

오남씨가 화장실에서 나오자마자 즉시 추궁했습니다.

 

이거 뭐냐.

너 내 삼촌뻘이었냐. -_-;;

 

오남씨가 깜짝 놀라면서 제 앞에 무릎을 꿇

 

 

 

 

 

으리라-_- 예상했던 제 생각은 완전 빗나갔고, 오남씨는 아주 담담했습니다.

 

그래 맞다.

사실 나 너보다 12살 많다.

K대 다니다가 관두고 지금 학교 온 거다.

이러면서 저에게 학생증을 보여주었습니다. -_-;;

(S대 다닌 건 사실인 거 같더군뇨. 그놈이 졸업식날 안가서

나중에 저랑 같이 학교가서 졸업장 받아온 적이 있거든요. -_-;)



하지만 고시공부한다는 것도 이었고
,

30대 중반에 취업도 안중에 없는 사람이었어요.



하지만 전남친과의 실연의 트라우마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던 저는

이 남자랑 헤어지면 또 수렁속으로 들어갈 것같은 미련한 두려움

이 사람을 계속 만나는 만행을 저지르고 말았습니다.

 

그때 모질랐던 제 생각으로는,

이 사람은 내가 알던 것보다 나이가 초큼(!!) 많을 뿐.

여전히 똑똑하고 말이 잘 통하는 사람이었고, 데이트도 주욱 럭셔리했던 거..

신은 그에게 기럭지 대신 언변을 주셨는지

그 놈과 대화하면 정말 맘이 싹풀리고 좋더란 말입니다..

 

물론 나이 거짓말이 뽀록나고 난 뒤에도 잠수는 이어졌어요.

그때마다 전 울면서 불면서 아침부터 밤까지 


꼬박 12시간을 그 집앞에서 기다리다가 돌아오기도 하고 그랬어요.

 

또 한번은 오남씨 집에서 놀다가 갑자기 헤어지자는 말 듣고

3층인 그 집에서 뛰어내려 죽겠다고 발코니에서 난리친 적도 있어요. -_-;

그 놈은 뒤에서 백허그로 발코니에 붙은 저를 뜯어말리고..

(지금 생각해보면 놀고 있죠? 그죠.)

 

그밖에 내 스케줄 상관없이 부르면

언제라도 튀어나가는 5분대기조 노릇도 자진해서 성실히 했구요.

헤어지자는 그 놈 바짓가랑이 붙잡고 이러지 말라고 울고불고..

이런 건 사건 축에도 못 들어요.

7녀전으로 돌아갈 수 있다면 노리타부터 못 얻어먹게 하고 싶구요.

등짝을 매우쳐서 집에 끌고 들어오고 싶네요.

 

그러던 어느날.

그 놈이 제주도에 가자, 이미 호텔을 예약해뒀다고 했습니다.

 

예약이 참 마법같은게요.

과년녀인 지금에야 예약은 그저


시간낭비안해도 되는 개념이나 성의정도지만,

어릴 땐 공주대접같이 느껴졌던 것같애요.





25
세 미만의 비경제인 어린녀를 공략하시려거든


오빠가 예약해뒀어.”이 한마디가 생각보다 엄청난 힘을 발휘할 것이라고 감히 주장해봅니다.

 

관계개선의 기회가 될거라고 생각한 저는 그러자고 했어요.

제주도에 저녁에 도착해서 밥먹고 구경다니고 뭐 그때까진 즐거웠습니다.

근데 호텔에 돌아와서 오남씨가 씻으러간 사이

그의 핸드폰 액정이 번쩍번쩍(벨도 아니고, 진동도 아니고 불만 번쩍번쩍)하더라구요.

 

웬 여자 이름으로 전화가 오고 있었습니다.

안 받으니까 전화가 두번, 세번 계속 오길래 받았는데,

수화기 너머에서 웬 여자가,

"거기 오남씨 핸드폰 아닌가요?"

하더라구요!

 

", 맞는데요~"

"저는 오남씨 여자친군데,

며칠째 연락이 안돼서 전화했는데 그쪽은 실례지만 어떻게 되는 분이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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