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말로 오지게들 읽어주셨다.
한 평범한 농부의 사는 이야기를 담은 책 『오지게 사는 촌놈』(서재환 지음/ 전라도닷컴 간)이 지난 7월 출간한 지 5개월 만에 3쇄 발행을 했다.
1천여 권 안팎의 책을 단발적으로 소화하는 지역출판가에서는 보기 드물게 스테디셀러로서의 자리를 굳혀가고 있는 것. 지난 11월까지 초판 재판 4천여 권이 모두 판매된 후에도 꾸준히 책을 찾는 독자들의 요청이 끊이지 않아 3쇄를 찍게 된 것이다.
특히 영화 <황산벌> 상영과 함께 '거시기'라는 말이 온 국민의 인기어로 등장하면서 고조된 전라도사투리 바람도 크게 작용한 성 부르다.
전라도사투리 책이 나왔다더라는 소문을 들은 서울 독자가 이 책을 사투리교본으로 삼아 전라도사투리회화를 연습하고 싶다고 구입 문의를 해 온 즐거운 일화도 있었다.
관련기사 ▶전라도말 배우겠다는 서울남자
처음부터 끝까지 전라도사투리로 촌사람들 사는 모양을 유쾌한 웃음과 찡하게 울리는 감동으로 엮어낸 농부 서재환씨의 구성진 이야기 솜씨야말로 눈밝은 독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은 이유일 것이다. 겨울 서점가를 훈훈하게 뎁일 책 『오지게 사는 촌놈』.
"하도 찾아싸서 또 찍었당께"
그것이 3쇄를 해야만 했던 필연적 이유다.
전화문의 전라도닷컴 (062)650-2271~6
책 사러 가는 지름길
도대체 워떤 책이여?
워디서 요로코롬 꾸꿈시럽게 찾어 냈는고
오지게 사는 촌놈은 처음부터 끝까지 전라도사투리로만 씌어진 책이다.
<요새는 촌말도 누가 잘 안쓴께 다 잊히져 뿔고 있는디, '아! 이 동네 사람들이 이런 말을 씨고 살았구마!' 허고 혹간에 개득이라도 해 주먼 다행이겄그마!> 책의 지은이 서재환씨가 '농부이야기 들어가며'에 쓴 대로, 어쩌면 영 잊혀져 버릴 수도 있는 정겨운 전라도 사투리를 때를 놓치지 않고 촘촘히 기록해 낸 '전라도사투리의 곳간'이라기에 부족함이 없는 책인 것이다.
'추천의 글'을 청탁받은 소설가 문순태씨로부터 가본을 갖다 드리고 난 지 이틀 만에 전화가 왔다. "책 읽은 소감을 사투리로 써 불고 싶은디 그래도 될랑가 모르겄네"라고.
그렇게 해서 나온 추천의 글은 <어따, 전라도 사투리 한테 오부레기 모타논께 징허게도 옹골지네> 라는 구성진 추임새로부터 시작된다.
<모지락시럽게 없어져 뿐 우리 고장 사투리를 워디서 요로코롬 꾸꿈시럽게 찾어 냈는고. 나꺼정 무담시 오져 죽겄다.>는 그의 추천사는 이 책을 읽은 독자라면 누구나 고개 끄덕거릴 대목.
오목가심이 찡허네
전라도사투리로 씌어졌다는 것만이 이 책의 덕목은 아니다. 오지게 사는 촌놈을 읽는 즐거움은 <폴세 잊어 불고 온 고향 일가를 다시 만난 것맹키로 4대가 항꾸네 알탕갈탕 살어가는 이야그가 푹 곰삭은 청국장맹키로 솔찬히 개미가 있고 재미지다>는 데 있다.
특히 주민번호 '06~'으로 시작되는 98세의 느제떡 황희금 할매가 부삭으로 텃밭으로 뽀짝거리고 댕기는 걸음걸음은 누구에게라도 그리움을 불러 일으키는 전라도어머니의 모습에 다름 아니다. 자신의 웃는 얼굴이 담긴 책장을 손으로 쓸어 보며 혼자서 웃으시더라는 황희금할머니는 손주의 출판기념회에서 떡을 자르는 오진 꼴 다 보시고 나서 얼마 후 세상을 떠나 고인이 되셨다.
관련기사 ▶하늘로 마실 가신 우리 할무니
참말로 푸짐허기도 허네
농부네 식구/농부네 텃밭/백학동 사람들/이웃집 나들이로 이어지는 눈물과 웃음의 고향이야기에 이어지는 농부의 들꽃사전과 농부의 사투리 모음은 본편만큼이나 소중한 부록이다.
그저 눈에 화사한 꽃이 아니라 먹을거리로, 귀한 약재로 촌사람들 곁을 든든하게 지켜온 들꽃 이야기와 색깔 고운 사진들도 욕심나거니와, 전라도사투리의 뜻과 함께 실용회화 용례를 곁들여 사전식으로 엮은 사투리 모음은 따로 묶어 늘 곁에 두고 싶을 정도다.
이만허면 "으째 그라고 허벌나게 폴려부렀는지" 이유를 알 만헐 것이다.
관련기사 ▶그 냥반 참말 오지게 사네 이!
▶오메! 오진 꼴 보겄네!!
-오지게 사는 촌놈』책 맹근 잔치 및 전라도사투리자랑대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