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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토크
천운도 스스로 생명을 소중히 하는데서 온다
마운틴코리아 | 2011.09.03 | 조회 12,184 | 추천 0 댓글 2

8월 25일 대원들과 오아시스 옆 ‘생공사길’ 2마디 크럭스인 오버행 자유등반을 하기 위해서 연습을 하고 있었다. 암벽등반이라는 것은 미세한 손과 발 한마디 차이에 등반이 되고 안 되고 한다. 또 그것을 발견하는 눈썰미와 섬세한 몸동작 하나하나를 놓치면 안 된다. 겨우 오른발 재밍을 하여 오버행 자유등반을 성공하였다. 역시 암벽등반은 발로 하는 것이라는 말이 새삼 실감난다.


해냈다는 성취감도 잠시 무전에서 사고 신고가 접수되었다. 백운대 정상 밑 등산로에서 벗어난 암릉 지대인 오리바위 옆으로 확보 없이 등반하다가 잡았던 바위가 떨어져 나가 2미터 추락한 사고였다. 대원들과 사고지점까지 뛰어 가보니 사고자는 우측 발목이 골절되면서 절창상까지 입어 출혈이 많았다. 평소 늘 가지고 다니는 멸균 처리된 생리대 패드를 상처 부위에 직접 대고 압박을 가한 후 붕대를 감고 부목을 대고 헬기이송장소로 이동하는데 추락 장소가 사람 한 명 정도 설 수 있는 공간 밖에 되지 않았다. 이에 5미터 위 나무에 로프를 걸고 사고자를 확보하고 올려 경찰헬기로 후송하였다.


 


대형배낭 덕에 바위틈에 걸려 목숨 건져


사고자는 추락하면서 50리터 배낭을 멘 덕분에 바위틈에 걸려 2미터밖에 추락하지 않았다. 만약 배낭의 용량이 작아 바위틈에 걸리지 않았더라면 100미터 아래로 추락해 바로 사망으로 이어졌을 것이다. 천운으로 살아남은 것 같다. 생명은 한번이다. 등산로를 벗어나 암릉으로 갈 때는 반드시 자신을 확보하고, 안전벨트가 없을 때는 3미터 로프를 이용하여 안전벨트를 만들어 사용해야 한다.


지난 9월 5일 김포 해병대 수색대 암벽교육 훈련 강사로 갔을 때, 군에서 사용하는 작전 장비가 많은 관계로 부피가 큰 안전벨트 대신 3미터 로프를 사용하여 안전벨트를 만들었다. 약식 안전벨트는 수색대에서 쓰는 방식으로 수많은 시행착오를 거친 것으로 가장 실용적인 방법으로 고안한 것이었다. 암릉 등반자는 시중에서 5천원 정도면 7밀리미터 되는 로프를 살 수 있으니 꼭 이 방법(아래 사진 우측)으로 자기 확보를 해서 안전등반을 해야겠다.


8월 28일 오후 2시 경 ‘숨은벽’ 정상에서 순찰 중이었다. 검은 옷을 입고 인수봉에서 하강하는 사람을 보면서 밑을 두리번거리는 것을 볼 때 직감적으로 로프도 없이 고독길로 올라와 내려갈 코스를 찾고 있는 리지꾼인 것 같았다. 잠시 후 서면 하강코스에서 인수리지 옆에 있는 ‘인수C’길로 클라이밍 다운을 하는 것이 아닌가. 겁도 없이 막무가내로 내려오고 있었다. 중간 부분까지 아슬아슬하게 내려왔는데 크랙에서 밸런스가 나오지 않아 불안하게 매달려 있지 않은가. 필자가 소리쳐 옆에서 등반하고 있는 등반자에게 로프를 내려주라고 하여 다행히 로프를 잡고 내려오게 하였다.


이 분이 어떤 생각으로 올라갔는지 물으니 그냥 앞 사람이 가기에 올라갔다고 하는 것이 아닌가. 어이가 없어 할 말을 잃었다. 인수봉은 동네 뒷산처럼 가볍게 오르고 내릴 수 있는 곳이 아니다. 안전한 암벽장비를 착용해도 위험요소가 많은데 아무런 장비도 없이 올라간다는 것은 자살 행위나 다름이 없다. 인간의 생명은 하나뿐이다. 사람들이 이런 암벽에서 만용을 부리지 말고 안전등반을 하는 것이 필자의 바람이다.











로프없이 고독길 올라 인수C로 클라이밍 다운


인수봉 ‘동양길’ 마지막 지점인 반달크랙 상단에 길이 2미터, 두께 80센티미터, 무게 2000킬로그램이 바위가 있다. 대형 낙석의 위험이 있는 것으로 만약 남측 주변으로 이 낙석이 떨어지면 주변이 초토화된다. 특히 휴일 남측 밑은 톱로핑(바윗길 위쪽 마디에 있는 확보물에 로프를 매달아 내려서 오르는 것) 방식으로 등반하는 사람이 평균 50명 정도가 된다. 이 낙석위험 바위는 암석에 붙어있는 것이 아니라 몇 년간 조금씩 바위무게가 눌려 틈이 벌어지면서 떠 있는 상태여서 등반자가 잡으면 텅텅 걸리며 가을철이 시작되면 더욱 많은 사람이 등반하기 때문에 큰 인명사고를 초래 할 수 있다.


신속히 처리하기 위해서 북한산 국립공원 관리공단과 의논하여 처음에는 인수봉 남측 주변을 통제하여 낙석 바위를 털어 내는 것으로 가닥을 잡았다. 그러나 전문 암벽등반가인 김선종씨가 바위가 떨어지면 남측길 손상이 불가피하여 2차 사고를 유발 할 위험이 있어 자신이 직접 제작한 길이 20센티미터, 지름 20.5밀리미터 정도의 고정핀을 기울어진 부분에 지지대로 하면 큰 문제가 없다고 의견을 내놓았다. 최대한 자연을 훼손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작업이 가능한 것 같아 이 방법을 선택하였다. 단순하게 바위를 밑으로 떨어지게 하면 끝나는 것으로 생각했는데 그것이 전부가 아니었다. 무엇보다 자연훼손이라는 것을 생각하지 못한 스스로가 부끄럽다.


 


인수봉 동양길 상단 대형낙석 고정 작업


8월 31일 통제요원인 국립공원 직원 5명과 평일임에도 직장 일을 뒤로하고 전체 암벽등반자 안전을 위해서 나온 김선종씨와 오늘 작업에 대해서 기본 설명을 하고 각자 임무 분담과 장비점검을 하고 인수봉에 올랐다. 정상에 있는 ‘하늘길’과 ‘동양길’이 만나는 지점에서 하강하여 현장 낙석을 확인하니 낙석위험이 있는 암석의 틈은 사람 한 명이 충분히 들어갈 정도로 벌어져 있었다. 바위는 떠 있어 텅텅 걸려 심각한 상태였다. 확실하게 지지할 수 있는 간격을 어느 정도 가늠하고 왼쪽 편 상단과 하단 두 곳에 장비를 이용해 스텐 고정핀을 박아 지지시켰다.


작업을 마치고 남측 정면으로 하강하는데 정말 오래된 녹슨 볼트와 등반이 되지 않는 상태에서 억지로 인공으로 박은 볼트로 인해 인수바위가 상처투성이였다. 몇 만년동안 순결한 살결처럼 인간의 때가 묻지 않았던 인수봉과 선인봉이 불과 몇 십년 사이에 클라이머들의 하켄과 볼트, 온갖 인공 확보물로 상처투성이가 되었다. 우리 자손 대대로 물려줄 바위가 아닌가. 인수봉이 몇몇 몰지각한 클라이머가 이렇게 한다는 것은 너무나 안타깝다. 또한 인수봉에서 길을 만들어 놓은 산악회에서는 1년에 한번 정도는 보수를 해야 하는데 그것마저도 행해지고 있지 않다.


녹슨 볼트에 녹이 나와 바위를 더럽히고 어떤 볼트는 약하게 박혀 등반하는 사람의 위험요소가 될 뿐만 아니라 몇 년 동안 방치된 슬링들이 색 바랜 걸레처럼 널려있다. 이렇게 보수 한번 제대로 하지 않음에도 뜻있는 사람이 미리 양해를 구해 보수를 하겠다고 하면 내 길이니 손대지 말라는 식이다.


인간의 욕심이라는 것이 끝이 없다. 내가 만든 길이니 남이 하면 안 된다는 사고방식, 인수봉이 자기 산악회만의 것이라고 마치 착각하고 있는 것 같다. 길을 냈으면 그 길에 대하여 클라이머들이 안전하게 등반할 수 있도록 보수를 하고, 미리 위험요소를 제거하여 안전을 추구하는 것도 중요한 부분이라는 생각이다.


 


김창곤|1993년부터 암벽등반 시작. 한국산악회 암벽반 졸업. 1996년 3월 경찰 임관 후 청와대 제 101경비단 근무. 현 북한산 경찰구조대(대장) 근무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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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중독 | 추천 0 | 09.05  
내가 아는형 산행중에 죽은 형이 있어서....그 뒤로는 왠지 산을 가기가 무서워졌다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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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무신 | 추천 0 | 09.04  
맞아요 산에서는 특히나 조심 또 조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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