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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억 밍크원단 ‘홀라당’…돈이 불탄 것” 막막한 제일평화시장 상인들
부서빠 | 2019.09.25 | 조회 334 | 추천 0 댓글 0

“건물이 불탔어도 어떻게 하든 장사는 해야죠.”

23일 저녁 서울 중구 동대문디자인플라자는 외국인 관광객과 나들이를 나온 시민들로 붐볐다. 거리를 누비는 인파 사이에서 언뜻 탄 냄새가 났다. 전날 도로 건너편 의류도소매 전문상가인 제일평화시장에서 큰 불이 난 탓이었다. 22일 0시39분쯤 발생한 이 화재는 상가 건물 3층을 전소시키고 23시간이 지나서야 진화됐다.

화재가 발생한 이튿날 저녁, 점포가 전소된 재난 상황에서도 상인들은 꾸역꾸역 서울 중구청에서 세운 현장 지원상황실 천막 앞으로 모여들었다. 제일평화시장 건너편 공터에 마련된 임시점포에서 장사를 시작하기 위해서였다. 한 상인은 “하루라도 쉬면 손해가 너무 커서 장사를 안 할 수가 없다”며 “건물이 불탔어도 어떻게서든 장사는 이어가야 한다”고 말했다. 다른 상인들도 대답은 한결 같았다. “무슨 일이 있어도, 어쨌든 장사는 해야 해요.”

국민일보 인턴기자들은 이날 갑작스러운 화재에 터전을 잃은 상인들을 직접 만나 심정과 고충을 직접 들어봤다.



통째로 타버린 밍크 원단… “옆집 20억 날렸다더라”

저녁 7시쯤 공터는 일터를 잃은 상인들로 빼곡했다. 몇몇 상인들은 임시점포를 세우기 위해 천막을 설치하고 짐을 나르며 분주히 움직였다. 임시점포를 세우기 위한 번호표를 받지 못했거나 미처 소식을 전달받지 못한 상인들은 발만 동동 구를 뿐이었다. 이들은 서로 피해 상황을 공유하거나 간혹 어디론가 바쁘게 전화를 걸기도 했다.

제일평화시장 2층에서 3년 동안 도매업을 해왔다는 상인 A씨는 “일단 내 물건을 확인만 해볼 수 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그는 “타버린 물건들도 문제지만 불에 타지 않은 원단도 연기 냄새가 다 배었을 거다. 드라이클리닝은 비싸서 엄두도 못 낸다”며 “그게 아니더라도 소방대원들이 물을 12시간 넘게 쏴댔는데 재고가 멀쩡할 리 없다는 걸 잘 안다. 다만 일말의 희망이라도 품게 물건을 확인만 해볼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현재 제일평화시장 출입은 안전상의 이유로 통제돼있는 상황이다.



제일평화시장 외 별도의 창고가 있어 재고 손실을 피했다는 상인 B씨의 상황 역시 녹록지만은 않다. 인건비와 임대료를 이미 지출한 상황이라 장사를 당장 재개하지 않으면 하루하루가 손해라는 것. B씨는 옷자락으로 코를 가리고서는 “건물에 다시 들어가 장사를 시작하더라도 매캐한 연기 냄새 때문에 손님들이 다시 찾아올지 걱정”이라고 덧붙였다.

화재 시기도 좋지 않았다. 상인 대부분이 가을 겨울을 대비해 비싼 겨울용 원단을 잔뜩 들여놓은 상황이었다. 비교적 고급 원단을 도매로 취급하는 제일평화시장 특성상 피해 규모는 일반 재래시장보다 훨씬 더 컸다. B씨는 “재고 손실액만 얼추 1억원 정도”라며 “박스에 밍크 원단을 넣어놨다는 옆 가게 사장은 피해 규모가 20억이 넘는다고 하더라”고 말했다.

A씨도 “옷 장사가 많이 남는 것 같지만 현금이 아니라 다 재고로 가지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재고가 탔으니 이들 상인들에게는 현금다발이 탄 것과 마찬가지라는 뜻이었다.

임시 판매대 도매상들에겐 실효성 없어

일터를 잃은 상인들은 궁여지책으로 임시 판매대에서 장사를 시작했다. 중구청의 현장 지원상황실 천막 앞은 임시점포 추첨번호를 받기 위한 상인들로 꽉 차있었다. 몇몇 상인들이 도로로 밀려나면서 지나가던 오토바이와 충돌할 뻔하기도 했다.

하지만 상인 B씨는 지자체의 임시 판매대 운영이 도매상들에게는 별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도매업은 재고가 있는 매장으로 거래처 관계자가 와서 원단을 보고 거래하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매대에 물건을 올려놓고 지나가는 사람에게 옷을 파는 건 소매상에게나 적합한 방식이었다. B씨는 “마음은 고마운데 사실 천막 하나 주는 게 무슨 의미인지 잘 모르겠다”고 답답함을 토로했다.



“언제까지나 천막 장사만 할 수는 없는데…”

상인들이 현재 가장 알고 싶은 건 재입점 시기였다. 임시 매대에서 버틸지, 대체 점포를 알아볼지를 결정하려면 대기 기간을 정확히 알아야 했다. 상인 C씨는 “나도 그렇고 여기 상인들도 (재입점 시기에 대해) 아는 게 전혀 없다. 장사를 하긴 해야 하는데 언제까지나 여기서 천막 장사만 할 수는 없다”며 “한 달 이내에 복구 작업이 완료돼 재입점할 수 있다고 하면 여기(천막)서 버티겠지만 그게 아니라면 다른 곳을 알아봐야 한다”고 말했다.

C씨는 특히 화재 발원지인 3층에서 장사를 한 탓에 더욱 답답한 처지다. 그는 “3층은 아마 피해 정도도 가장 심하고 복구 기간도 길텐데 정확한 대책이 없어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다”고 하소연했다.

이에 대해 정부는 정확한 재입점 시기를 말하기는 아직 이르다는 입장이다. 경제적 피해를 최소화하는 것만큼이나 안전문제를 해결하는 게 중요하기 때문이다.

서울 중구청 관계자는 24일 국민일보에 “1차 합동감식을 진행한 이후 정밀안전진단을 추가로 실시할 계획”이라며 “최종 결론이 정확히 언제 날지는 모르겠다. 임시상가 운영, 조속한 안전진단 등 대책을 강구하고 있으며 (상인들이) 하루빨리 재입점할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하고 있다”고 밝혔다. 서울 중부소방서 홍보팀장 역시 “아직 현장감식을 진행하고 있어서 건물 안에 있는 대원들이 나와봐야 정확한 결과를 알 수 있다”고 답했다.



“바로 옆 건물은 텅텅 비었는데…”

또 다른 상인 D씨의 얼굴은 근심으로 가득차 있었다. 하루에 3시간씩 쪽잠을 자며 장사에 매진해왔다는 그는 “옆 건물에 비어있는 점포가 많다”며 “마음 같아선 화재 건물이 복구될 때까지만 그 곳에 월세를 내고 장사하고 싶지만 누가 한 두 달만 계약을 해주겠나”라고 아쉬움을 전했다. D씨 역시 임시 가판대에서 얼마나 버틸 수 있을지를 가장 많이 걱정했다.

삼삼오오 모여 있는 피해 상인들 사이에서는 제일평화시장 옆 건물에 대한 이야기가 많이 오갔다. 인근 건물이어서 물건을 옮기기도 용이한데다가 무엇보다 건물의 공실률이 90% 정도로 사실상 텅 비어있다는 점이 매력적이었다. 어차피 빈 건물이니 단기 임대가 가능할 거라는 게 상인들의 기대였다. 실제 찾아가본 해당 건물은 1층부터 3층까지의 점포 대부분이 하얀색 천막으로 덮여 있어 매장을 찾아오는 손님들은 거의 없었다. 이 건물에서 장사하는 상인들은 “아직 리뉴얼 전이라 빈 곳이 많다”고 말했다.

그러나 화재 현장 인근의 빈 점포를 활용하는 것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중구청 관계자는 “한정된 점포 안에 모든 상인들이 입점하는 건 한계가 있다”며 “추첨식으로 자리를 내주는 것도 형평성 문제가 있다. 상인회와 이야기를 나눠봤으나 내부 사정으로도 불가능할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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