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리수거 최영미 너를 향한 나의 애증을 분리수거할 수 있다면 원망은 원망끼리 그리움은 그리움끼리 맥주 깡통 따듯 한꺼번에 터트릴 수 있다면 2주마다 한번씩 콱! 눌러 밟아 버린다면 너를 만나 오월과 너와 헤어진 시월을 기억의 서랍에 따로 모셔둔다면 아름다웠던 날들만 모아 꽃병에 꽂을 수 있다면 차라리, 홀로 자족했던 지난 여름으로 돌아가 네가 준 환희와 고통을 너에게 되돌려줄 수 있다면 여름에 가을을, 네가 없어 끔찍했던 겨울을 미리 앓지 않아도 되리라 늦기 전에, 아주 더 늦기 전에 내 노래가 너를 건드린다면 말라 비틀어진 세상의 가슴들을 흔들어 뛰게 한다면 어느날 문득 우리를 깨우는 봄비처럼 아아 - 우우 - 허공에 메아리칠 수 있다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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