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은 비닐봉지 유정임 무엇이든 담고 있어야만 지속되는 그의 생 그러나 지금 그는 빈 몸이다 너무 성한 몸으로 끝나버린 목숨을 이고 그가 무모하게 로터리에서 큰 트럭 밑으로 기어든다 트럭은 아랑곳하지 않고 그를 깔아뭉갠다 바퀴 밑에 깔렸던 그의 검은 오기가 푸르르 트럭 뒤를 잠시 따라간다 뒤따라가던 택시가 그를 받아넘긴다 그가 길 밖으로 나뒹군다 다시 비실비실 길 안으로 들어선다 깔리고 채이고 뒹구는 동안 어느새 몸이 다 찢겨져 너플댄다 휙 바람에 밀려 잠시 내 시야를 가리는 모진 영혼 하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