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이 그린 그림은 말보다 정확하다. 자신의 의사를 말로 표현하기 어려운 경우 욕구와 희망, 좌절감 등을 그림으로 표현한다. 어린이의 그림을 통해 정서적인 문제와 인지발달 정도, 가족관계 등을 알 수 있다. 예를들어 평소 술을 많이 마시는 아버지의 얼굴을 빨갛게 그린다든지 자신감이 없는 아이가 도화지 한쪽 귀퉁이에 그림을 조그맣게 그리는 것 등이 단적인 예. 몇 가지 원칙을 알고 그림을 보면 평소 파악하기 힘든 아이의 상태를 읽을 수 있다.

그림치료 전문가들이 아동에게 흔히 그리게 하는 것이 자화상, 가족화, 집, 나무, 사람 등 아동이 자신과 동일시하는 사물들이다. 선이 얼마나 구체적이고 안정적인지, 특정부위를 강조하거나 생략하는지, 한 가지 주제를 반복적으로 그리는 것은 아닌지, 공간활용은 어떻게 하는지 등을 살펴보아야 한다.

선이 희미하고 자주 끊어지면 소심하고 불안한 상태를 반영하는 것이라고 설명한다. 그림의 배치도 의미가 크다. 그림이 화면 왼편으로 치우치면 위축된 상태, 오른쪽에 치우치면 충동적인 성격을 암시한다. 위쪽에 주로 그리면 들뜬 상태, 아래쪽으로 그리면 우울한 성향을 나타낸다. 나무그림에서 나무둥치는 정서적인 영역을 의미한다. 나이가 어릴수록 나무둥치를 크게 그리다가 점점 사실에 가까운 비율로 그리는 것도 그런 이유에서다. 





사람그림에서는 손을 그렸는지가 중요하다. 손이 없으면 자신감이 없다는 증거. 사람그림에 성기를 그리는 어린이도 있다. 심리학이론에 따르면 이 어린이는 성적 학대를 당한 경우에 해당된다. 나무가 웃고 있는 것은 나무를 의인화하는 아이의 상상력이기도 하지만 성격적으로 미숙하고 의존적인 성향을 나타내기도 한다. 우울한 기분을 역설적으로 묘사한 것이기도 하다.

그러나 아이의 그림을 이론에 단순 대응하는 것보다는 평소 행동과 연관시켜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처럼 그림 그리기는 일종의 감정표현이므로 그 자체로 치료효과가 크다. 찰흙, 풀을 이용한 그림 등 여러 재료를 이용해 억눌린 감정을 충분히 표출하도록 도와주도록 한다. 완성된 그림에 칭찬을 많이 해주면 아이는 성취감과 자신감을 얻을 수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