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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억의박물관
남자 군에 가면 여자는 친정생활
수비수 | 2011.06.09 | 조회 11,005 | 추천 130 댓글 1


63년에 치른 결혼식...처가 마당에서 치른 예식 사진



1963년 음력으로 12월이니까 양력으로는 1월이겄제. 거창군 신원면 과정리 장지마을 처가 마당에서 치른 결혼식 기념사진이라.



당시 나는 일병으로 군 복무중이었는데, 결혼식 때문에 휴가를 나왔는기라. 내가 군대를 늦게 갔거든. 스물일곱에 결혼했으니까 늦어도 한참 늦었제. 호적에는 내가 네 살이나 늦게 올라 갔기 때문에 주민등록 나이로는 스물 세 살이라.



옛날 사람들은 이래저래 여러 가지 이유로 호적에 늦게 올렸으니까 이상한 것도 아니라.



당시 군에서 일병을 달고 생활하고 있는데, 집안끼리 결혼 얘기가 오고 가고 했나보데. 그 덕에 나는 25일정도 휴가 받아 나왔다 아이가. 휴가 나오자마자 처가될 집에 인사를 하고 1주일만에 결혼 안 했나.



그런데 재미있는 건 처가에 인사하러 가면 여자와 남자가 직접 대면을 못하는 거라. 그저 여자는 멀리 일 나가지는 않고, 부엌이나 마당에서 얼핏얼핏 보는 정도지. 평생 함께 할 배필을 그저 먼발치서만 만나는 기라.



집사람은 나보다 여섯 살이나 적게 먹었지. 같은 마을사람이긴 했지만, 그전에는 일면식도 없었어. 결혼한다고 처음 만났는기라. 결혼식날 본 집사람은 무지 이뻤는기라.



이날 나와 집사람, 그리고 작은 아버지와 장인 어른이 예복을 입고 기념사진을 찍은 사진이라. 나는 사모관대를 하고, 집사람은 옥비녀에 족두리를 썼지. 혼례상에는 삶은 돼지, 동백나무 가지와 대나무 가지, 마른 오징어, 명태포, 쌀, 떡, 밤, 대추 등을 올려놨을 거야.



왼쪽 서 계신 분이 돌아가신 작은 아버지라. 부친이 일찍 세상을 뜨셔서 작은 아버지가 이날 아버지 노릇을 대신했는데, 이분이 어찌나 꼬장꼬장한지 친구놈들 찍소리도 못하게 했는기라.



“니놈들, 함부래 신부한테 돈 뜯어낼 생각들 말거래이.” 작은 아버지가 일언지하에 무지르는 소리에 친구놈들 찍소리도 못 했지. 내가 다 무안하더만.



옛날 결혼식은 말 그대로 동네 잔치였제. 동네 사람들이 마음껏 먹고 한바탕 흐드러지게 노는 잔치 말이야. 평소 못 먹던 아이놈들도 이날만은 배터지게 포식할 수 있어 너무들 좋아했제.



나는 결혼식을 끝내고 다시 1년정도 남은 군 생활을 위해 군대로 복귀했제. 당시 마을 풍습으로는 말이야, 남자가 군엘 가면 여자는 친정에서 계속 생활하는 거야. 동네 사람들이 다 그랬기 때문에 하나도 이상한 게 없었어.



제대후에는 부산에 신접살림을 차렸는데, 그 뒤 부산과 마산을 뻔질나게 오가면서 생활했는데, 아마 마산에서만 열 번도 넘게 이사를 다녔을 거야.



간혹 내가 몸이 좋지 않아서 할멈이 고생 많이 했제. 내 자식들이 결혼해 또 자식을 낳을 정도로 세월이 흘렀지만 생각해보면 모두 한 순간의 꿈 같은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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