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식점 중에 ‘뼈다귀 해장국’이라는 간판을 내건 집이 꽤 많다. 물론 해장국은 쇠뼈를 오랫동안 곤 국물이 기본인데 요즘에는 편리하게 국물 내는 가루를 풀어 맛을 내는 집도 있으므로 자기네 집에서는 진짜 뼈다귀를 쓰고 있음을 강조하기 위해서일 것이다.
해장국은 술을 먹지 않아도 누구나 즐기는 국밥이 되었는데, 서울을 비롯한 중부 지방에서는 고깃국에 우거지를 넣은 된장국을 해장국으로 즐긴다. 소의 잡뼈를 오래 고아 배추우거지, 무청, 콩나물을 건지로 넣고 된장을 풀어 끓이며 갓 잡은 소의 싱싱한 선지를 끓는 물에 삶아서 국에 뚝뚝 잘라 넣는다. 해장국은 건지가 많아서 굳이 밥을 말지 않아도 되며, 몸 속에 남은 알코올을 잘 분해하고 소화도 잘 된다. 단백질과 비타민이 충분히 들어 있는 영양식이다.
술로 시달린 속을 풀어 주는 술국
조선 시대에 주막을 소재로 한 풍속화를 보면 목로 술집의 광경이 많이 나온다. 그림에는 대개 큰 가마솥이 걸려 있는데 아마 국밥이나 해장국을 끓이는 솥으로 보인다. 해장국의 원래 명칭은 ‘술국’이었는데 8·15 해방 이후에 술로 시달린 속을 풀어 준다는 뜻에서 ‘해장(解腸)국’으로 바뀌었다고 한다. 옛날 음식책에는 ‘해장국’이 전혀 나오지 않다가 『해동죽지(海東竹枝)』(1925년)에 ‘효종갱(曉鐘羹)’이란 해장국이 나온다. “광주(廣州) 성내 사람들은 효종갱을 잘 끓인다. 배추속대, 콩나물, 송이, 표고, 쇠갈비, 해삼, 전복을 토장에 섞어 종일 푹 곤다. 밤에 이 국 항아리를 솜에 싸서 서울에 보내면 새벽종이 울릴 때쯤 재상의 집에 도착한다. 국 항아리가 아직 따뜻하고 해장에 더없이 좋다”고 하였다. 경기도 광주에서 떠나 새벽종이 울릴 적에 서울에 당도했다 하여 ‘효종갱(曉鐘羹)’이라는 아름다운 이름이 붙었다.
고려 말엽에 나온 중국어 학습서인 『노걸대(老乞大)』에 해장국의 일종인 듯한 ‘성주탕(醒酒湯)’이 나온다. 설명을 보면 “육즙에 정육을 잘게 썰어 국수와 함께 넣고 천촛가루와 파를 넣는다”고 하였으니 해장국의 시초가 아닐까 생각된다.
술국은 쇠뼈다귀를 푹 고아서 된장을 섞고 배추우거지, 콩나물, 호박이나 때로는 감자를 넣기도 한다. 조풍연의 이야기로는 예전의 술국에는 선지나 양을 넣지 않았다고 한다. 또 해방 전 서울 민가에서는 일찍 등교하는 아이들을 위하여 냄비를 들고 술국집에 가서 국을 사 와 찬밥을 토렴해서 먹여 보냈다. 손님들은 대개 단골집을 정해 놓고 다니면서 자기만 먹는 큰 뚝배기를 맡겨 놓고는 베보에 밥을 싸 가지고 와서 자기 뚝배기를 찾아서 밥을 담아 국 마는 사람에게 내밀면 끓는 국으로 토렴한 뒤에 다시 국을 가득 부어 말아 준다. 술국집이 유명할수록 맡긴 뚝배기 수도 많았으며, 반찬은 여름에는 짠지와 외지, 겨울에는 막김치 정도였다. 술꾼들은 술국을 안주삼아 해장 술을 마시는데 반드시 짝수로 두 잔을 마셨다고 한다.
각 지방의 해장국
중부 지방과는 달리 호남 지방에서는 해장국으로 콩나물국을 으뜸으로 친다. 특히 전주의 콩나물국밥이 유명한데 콩나물을 삶아서 나물은 건져서 양념하여 고루 무치고, 국물은 따로 만든 멸치장국과 합한다. 뚝배기에 밥을 담고 콩나물 무친 것을 얹고 국물을 가득 부어 새우젓으로 간을 하고 뚝배기째 끓인다. 펄펄 끓을 때 달걀을 하나 깨뜨려 넣고 깨소금과 고춧가루를 뿌리고 불에서 내려 바로 손님에게 내준다. 콩나물국밥에 곁들이는 모주(母酒) 또한 별미인데 대추, 계피, 흑설탕, 찹쌀로 만든 막걸리이다.
부산에서는 재첩조개에 소금 간을 한 재첩국이나 대구머리에 무를 넣고 맑게 끓인 대구뽈국도 시원하여 해장국으로 인기가 있다. 대구 사람들이 좋아하는 대구탕은 뼈가 붙은 쇠고기를 결이 풀릴 정도로 푹 고아서 파, 풋고추, 부추, 토란대, 마늘 등을 넉넉히 넣어 끓인 매운 국을 말한다. 또 ‘갱식’이라 하여 배추김치를 숭숭 썰어 물을 붓고 김치국을 끓이다가 찬밥을 넣고 끓인 김치국밥도 있다.
충청도 청주에서는 해장국으로 ‘올갱이국’을 끓여 먹는다. 올갱이 속 알맹이를 삶아 우러나온 파르스름한 국물에 된장을 풀어 넣고 고추장과 마늘로 양념하여 부추를 많이 넣고 푹 끓인 다음 이 국물에 밀가루와 달걀을 입힌 올갱이를 넣어 잠시 더 끓이는데 해장에도 좋고 속병이 있는 이도 즐겨 먹는다.
조리법
재첩국
재첩조개에 소금만 넣어 끓인 해장국으로 뽀얗게 우러나서 감칠맛이 난다.
재첩국
재료(4인분)
재첩 400g, 물 8컵, 소금 적량
* 계량 단위
1작은술 - 5ml(cc) / 1큰술 - 15ml(cc) / 1컵 - 200ml(cc) / 1되 - 5컵(1,000ml)
만드는 법
1. 재첩은 묽은 소금물에 하룻밤 담가 두어 모래를 토하게 한 다음 깨끗이 씻어서 건진다.
2. 냄비에 재첩을 담고 물을 부어 불에 올리고 끓기 시작하면 불을 약하게 하여 끓인다.
3. 재첩이 익어서 입이 벌어지면 소금으로 간을 맞추고, 그릇에 담는다.
부추를 송송 썰어 넣으면 더욱 좋다.
선지해장국
선지에 콩나물, 우거지 등을 넣고 된장을 풀어 끓인 해장국이다.
선지해장국
재료(6인분)
쇠뼈 1kg, 물 4리터(20컵), 파 1뿌리, 마늘 5쪽, 선지 3컵, 소금 약간, 된장 3큰술, 콩나물 150g, 우거지 150g, 고추장 1큰술, 다진 마늘 1큰술, 청장(재래식 간장(국간장)) 적량
* 계량 단위
1작은술 - 5ml(cc) / 1큰술 - 15ml(cc) / 1컵 - 200ml(cc) / 1되 - 5컵(1,000ml)
만드는 법
1. 쇠뼈는 찬물에 담가 핏물을 뺀 다음 물을 많이 붓고 센 불에서 끓이고, 도중에 마늘과 길게 썬 파를 넣는다. 끓기 시작하면 불을 줄여서 6시간 이상 푹 곤다.
2. 육수에 맛이 충분히 들면 뼈는 건져 내고 된장을 풀어서 끓인다.
3. 선지는 끓는 물에 소금을 약간 넣고 한 국자씩 떠 넣어 삶아서 찬물에 담가 둔다.
4. 콩나물은 뿌리를 다듬어 씻고, 배추나 무청 우거지는 끓는 물에 데쳐서 송송 썰어 고추장과 다진 마늘을 넣고 살짝 주물러서 끓는 된장국에 넣는다.
5. 한소끔 끓으면 삶은 선지를 한 숟갈씩 떠 넣고 한데 끓여서 청장(재래식 간장(국간장))으로 간을 맞춘다.
북어콩나물국
우리나라 가정에서 가장 많이 이용하는 북어와 콩나물을 함께 넣고 끓인 해장국이다.
북어콩나물국
재료(4인분)
북어 반 마리, 콩나물 200g, 무 200g, 물 8컵, 소금 1큰술, 다진 마늘 1큰술, 된장 2큰술, 실파 2뿌리
* 계량 단위
1작은술 - 5ml(cc) / 1큰술 - 15ml(cc) / 1컵 - 200ml(cc) / 1되 - 5컵(1,000ml)
만드는 법
1. 북어는 뼈를 발라내고 3cm 정도로 토막을 낸다.
2. 무는 3cm 폭으로 납작하게 썬다.
3. 냄비에 북어, 콩나물, 무를 한데 담고 소금을 뿌리고 물을 부어서 뚜껑을 덮어 충분히 익을 때까지 끓인다.
4. 국물에 채썬 파와 다진 마늘을 넣고 더 끓여서 된장을 풀어 우러나올 때까지 끓이고 간을 맞추고 실파를 넣고 불을 바로 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