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한테 밑도 끝도 없이 미안해질 때가 있어요.
그 깊이를 가늠할 수 없는 미안함 때문에 종일 가슴이 먹먹하더이다.
그래서 참 오랜 시간 요리를 했어요.
오늘 꼭 읽고 싶은 아니 읽어야만 하는 책이 있었는데 과감하게 던져버리고
책 대신 칼을 들었지요.
눈물 한 방울에 사랑 열 스푼 넣어 나물을 무치고, 전을 부치며 생각했어요.
숨이 멎는 그 순간까지도 온 영혼을 다해 사랑할 수 있는
그들이 있으니 내 인생은 얼마나 축복인가 하고 말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