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팥죽 할머니와 호랑이>
때 : 옛날 아주 먼 옛날
곳 : 어느 깊은 산골
등장 인물 : 할머니, 호랑이, 알밤, 송곳, 쇠똥, 홍두깨, 토끼들, 다람쥐들.
첫째 마당
산골짜기, 무대 오른쪽에 큰 나무, 참꽃이 피어 있다. 막이 오르면 새들이 지저귀는 소리,
장구 소리에 맞춰 토끼와 다람쥐 춤을 추며 나온다.
할머니 밭에서 일을 하고 있고, 토끼들, 다람쥐들 노래한다.
토끼들(한 목소리로) : 꽃이 피는 봄이구나!
다람쥐들(박자에 맞춰) : 그래, 그래!
토끼들 : 새가 우는 봄이구나!
다람쥐들 : 정말, 그래!
토끼들 : 아이들도 신이 나고.
다람쥐들 : 맞아, 맞아!
토끼들 : 좋은 구경 해 보자고.
다람쥐들 : 얼쑤! 얼쑤!
토끼들 : 여기 모두 모였구나!
다람쥐들 : 우와-! 좋다. (흥겨운 장구 소리)
토끼, 다람쥐 장구에 맞춰 춤을 춘다. 다시 제자리로 간다.
다람쥐들 : 아니! 아니! 저 할머니.
토끼들 : 어디? 어디?
다람쥐들 : 폭삭 늙은 저 할머니.
토끼들 : 그래! 그래!
다람쥐들 : 한숨을 쉬고 있네.
토끼들 : 무슨 걱정하고 있나.
다람쥐들 : 어디 한 번 들어 볼까?
토끼들 : 무슨 걱정하고 있나.
다람쥐들 : 어디 한 번 들어 볼까?
다람쥐, 토끼 조용히 퇴장한다. 할머니 호미로 밭을 매며 일하고 있다.
할머니 : (땀을 닦으며) 을라? 저 새 소리 잠 들어 봐. 어허! 저 참꽃 참 좋네. 아-주 이뻐.
(다시 일을 하며) 이 밭에다 팥을 갈아 누구랑 먹는디야.
영감도 새끼도 없는디…
(마음을 다지듯) 아니여! 나 혼자래두 팥죽 쑤어 먹구 기운을 내야 히여!
암- 그래야 허구 말구! 나는 시방도 (장구 소리) 쌩뚱쌩뚱한 할미여!!
할머니 열심히 일한다. 멀리서 호랑이 울음소리 들린다. 울음소리 점점 가까워진다.
할머니 : (놀라는 표정으로) 이? 아니 이게 뭔 소리랴? 호, 호, 호랭이 아니여?
이때 고양이가 익살스럽게 지나간다.
할머니 : (손을 가슴에 대고 소리치며) 아이구! 저 놈의 괭이가 사람 간 떨어지게 허네!
할머니 다시 열심히 일을 한다. (장구 소리)
호랑이 살금살금 할머니 뒤로 다가온다. 어린이들에게(관객) 조용히 하라는 손짓을 한다.
호랑이 : (큰 소리로) 어- 흥!(장구 소리)
할머니 : (놀라며) 워 ,워, 워메. 호, 호랭이…
호랑이 : (점점 큰 소리로) 배고프다! 배고프다! 배고파!
먹고 싶다! 먹고 싶다! 먹고 싶다아!
할머니 : (말리는 손짓을 하며) 저, 저, 호랭아, 이 밭을 봐라. 이 밭은 내 자식인겨.
내는 밭의 에미란 말이여. 내가 죽으면 이 밭은 워치켜 응? 그러니 승격 좋은 니가 참아 주먼 안 되긋냐?
호랑이 : (단호하게) 안 돼, 지금 당장 먹을 테야. 먹을 테야. 먹을 테야!
할머니 : (사정하듯) 시방 내가 너한테 먹히면 요놈의 팥농사는 누가 짓냐?
호랑이 : 나는 몰라 몰라 몰라!
할머니 : (두 손을 모으며) 농사는 중요한 거여. 사람의 목숨이란 말이여.
야들아(관객을 향해) 농사가 중요하냐? 안 하냐?
호랑이 : (외면하며) 나는 몰라! 몰라 몰라!
할머니 : (화난 듯이) 뭘 그렇게 몰러!
호랑이 : (수긍하는 듯) 으응? 그럼 할멈 말이 다 맞아! 맞아맞아!
` 하지만! (갑자기 큰 소리로) 난 배고파! 배고파 죽겠다구!(아주 큰 소리로)
` (땅을 구르며) 바로 지금! 지금지금! 지금!!
할머니 : (울먹이며) 그럼, 동짓날까지만 기다려 줘.
팥죽 한 그릇 쑤어 묵고서 니 밥이 될 테니. 흑흑.
호랑이 : (의기 양양해서) 동짓날? 동짓날? 동짓날! 알았다.(장구 소리)
팥 거두고 너는 내 밥,
팥죽 먹고 너는 내 밥,
동짓날에 너는 내 밥,
딴소리 마 너는 내 밥,
으하하하! 어흥~ (장구 소리)
둘째 마당
할머니 부뚜막에 앉아 팥죽을 쑤고 있다. 알밤, 송곳, 쇠똥, 홍두깨 들이 각자 자리에 움직이지 않고 있다.
할머니 : (솥을 들여다 보며) 아이구, 다 되얏네. 팥죽이 다 되얏어. 어디 맛 좀 볼끄나?
(맛을 본다.)
이때 알밤이 호기심 어린 표정으로 할머니에게 다가가 말을 건다.
알밤 : (귀엽게) 할머니, 할머니! 뭐 해요?
할머니 : (놀라며) 아니 누구랴? 이 느 알밤이냐? 귀엽기도 생겼네에 이.
알밤 : 할머니, 이거 팥죽이네요. 그럼 오늘이 동짓날이군요?
할머니 : (이상한 표정으로) 동짓날이라…알밤아, 아무래도 기분이 이상히여.
팥죽… 동지…? 아이구매(두 손을 모으며) 오늘이 동지?
장구 소리 크게 나며 할머니의 두려운 마음 표현한다.
할머니 : (울먹이며) 알밤아, 오늘은 내가 죽는 날이여. 호랭이헌티 물려가기로 헌 날이여.(체념한 듯 바닥에 주저앉는다.)
이때 알밤, 송곳, 쇠똥, 홍두깨 모두 한 발 나오며 외친다.
모두 : (큰 소리로) 호랑이라고요? (장구 소리 맞추어 모두 외친 뒤 스톱 모션.)
할머니 : (흐느끼다 말고) 잉? 누구여? 알밤이 너 말고 또 다른 놈들도 있는게비여.
빨랑 나와 봐아!
송곳 : (뾰족한 목소리로 톡톡 튀어나오며) 저는 송곳이에요. 콕콕 (장구 소리 딱딱) 찌르는 게 특기예요.
홍두깨 : (뚜벅뚜벅 절도 있게 걸어나오며) 나는 홍두깨. 홍두깨는 (장구 소리 딱딱)
방망이같이 생긴 거예요.
(앞으로 한 발 나서며) 어린이 여러분도 알고 있죠?
할머니 : (코를 킁킁거리며) 아니, 시방 이게 무슨 냄새여?
모두 구린 냄새를 맞다 말고 알았다는 듯이 킥킥 웃으며 쇠똥을 향해 손가락질 한다.
쇠똥 : (서운하다는 듯 느릿한 말투로) 그래요-. 나는 쇠똥이에요-. 냄새나는 쇠똥이라구요-. 어쩔- 거예요?
할머니 : (힘없으나 타이르는 소리로) 쇠똥아, 화내지 말어. 이 할미는 오늘 죽는 날이여.
죽는 사람헌티 화내는 법도 있냐?
알밤 : 할머니, 힘을 내세요.
할머니 : 누가 조금만 도와 준다면 헐만도 헌디. 혼자서는 어림도 없어.
아무리 내가 (장구 소리) 쌩뚱쌩뚱 씩씩한 할미래도 혼자서는 (손을 저으며)
안되여. 안돼구 말구. (뒤에서 모두 할머니 동작을 따라한다.)
아이고! 분해라 분해!
할머니 뒤에서 지켜보던 알밤, 송곳, 쇠똥, 홍두깨 모두 모여 의논한다. 잠시 후,
알밤 : (야무지게 나서며) 할머니 우리한테 그 뜨끈한 팥죽 한 그릇씩 주면
우리가 할머니를 구할 수 있지롱-.
송곳 : (손에 든 송곳을 찔러대며) 구할 수 있지!
쇠똥 : (느긋하게) 구할 수 있다!
홍두깨 : (힘차게 팔을 들고) 구할 수 있다구!!
할머니 : (놀라며) 증말이여? 팥죽 한 그릇만 주면 그리 해 준다구?
아이구 고마워라. 고마워.
그려, 일단 실컷 먹자. (솥단지를 가져오며) 이 할미두 기운을 내야겄다.
(팥죽을 나누어 주며) 자, 하나, 둘, 셋, 넷, 먹자! (장구 소리)
모두 : (손을 들고) 먹자!
셋째 마당
할머니, 죽을 쑤는 시늉을 하고 있다. 호랑이 소리 멀리서 들린다. 알밤 밖을 내다보다 호들갑을 떤다. 모두 겁에 질려 우왕좌왕한다.
알밤 : (호들갑 떨며) 호랑이가 온다! 호랑이가 와!
다들 우왕좌왕하다가 제자리로 가서 서 있는다.
호랑이 장구 소리와 함께 거만하게 등장한다.
호랑이 : (거드름 피우며) 할멈! 나 왔어.
할머니 : (놀라는 척하며 과장된 몸짓으로) 아이구, 호랭이 왔냐?
죽 한 그릇 묵어 봐라. 아주 맛나다. (죽 그릇을 들이민다.)
호랑이 : (못 본 척) 필요 없어! 배가 고파 쓰러지겠다구!
할멈은 내 밥이야. 이리 와! 어-흥!
장구 소리와 함께 솥 단지를 가운데 두고 쫓고 쫓긴다.
할머니는 호랑이를 요리조리 피해 다닌다.
할머니 : (급한 목소리로) 아이고! 얘들아, 팥죽 먹은 내 새끼들아. 다 어디 갔냐?
이때 재빨리 알밤, 앞으로 나선다.
알밤 : (앙칼지게) 나는 알-밤! 에잇, (호랑이 뒤통수를 때린다.)
호랑이 : (뒤통수를 감싸며) 아이고! 머리통아…
이러는 사이 송곳 앞으로 튀어나온다.
송곳 : (뾰족한 목소리로) 나는 송곳! 이야!…(송곳으로 호랑이를 냅다 찌른다)
호랑이 : (괴로워하며) 으으- 그만, 그만!
홍두깨 : (힘차게 뛰어나오며) 나는 홍두깨! 이 놈의 호랑이 맛 좀 봐라!
(호랑이를 마구 두들겨 팬다)
호랑이 : (발버둥치며) 아이구! 호랑이 살려. 도대체 나한테 왜 이러는 거야?
홍두깨 : (홍두깨로 호랑이 등을 짚고 서서) 그걸 몰라서 물어? 힘없는 할머니를 괴롭히는 나쁜 호랑이!
다 함께 : 나쁜 호랑이!
호랑이 너부러져 다리를 벌벌 떤다. 홍두깨와 쇠똥 손바닥을 부딪치며 쇠똥 앞으로 나선다.
쇠똥 : (느리지만 단호하게) 이 놈의 호랑이 쇠똥 맛 좀 봐라!
쇠똥, 호랑이 얼굴에 똥을 묻힌다. 아직 호랑이는 제 정신, 몸을 떨며 있다.
쇠똥 : (기다렸다는 듯) 이 놈의 호랑이 쇠똥 맛 좀 봐라!
(엉덩이를 둘러대고 방귀를 뀐다. 모두 같이 '뿡' 소리를 크게 내준다)
방귀 냄새를 맡고 호랑이 기절한다.
쇠똥 : (우습다는 듯) 호랑이 냄새도 지독하군. (독한 냄새 맡는 표정)
송곳, 홍두깨 : (같이 호랑이를 때리려다가 큰 소리로 관객을 향해) 어! 호랑이가 기절했네.
다 같이 : 정말 ! (모두 앞으로 나와 살피다 기쁜 듯이) 얘들아! 호랑이가 기절했데!
할머니 : (믿기지 않다는 듯) 참말이여? (호랑이를 쿡쿡 찔러보고는)
아이고! 야들아! 우리가 해 냈다! 해 냈어!
다 함께 기뻐한다. 장구 소리 요란하게 들리고 모두 춤춘다.
할머니 : (춤을 잠시 멈추고 흥겹게)
호랭이도 물리치고!
아이들도 다 모였으니!
모두 함께 신나게 춤이나 추어 볼까?
모두 : 조-오-타!! (장구 흥겹게)
신나게 춤을 춘 뒤 음악에 맞춰 들어간다.
호랑이도 슬금슬금 기어서 들어간다. (전체 조명 꺼진다)
(안정례 님은 금천 모임에서 일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