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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토크 | ||||||
돌보미서비스(1) 들이대기 | 2011.05.19 | 조회 6,804 | 추천 10 댓글 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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징징남과 저는 고등학교 동창입니다.
고등학교 때 친한 사이는 아니었고요.
각기 다른 대학으로 진학하고 연락없이 지내다가
다른 동창 하나가 군대 환송식을 한다며 모였다가
다시 연락을 주고 받게 되었어요.
그때부터 슬슬 연락하며 친구다운 친구로 지냈습니다.
그 전에는 동창이지 친구가 아니었다면, 그때부터는 정말 친구였던 거죠.
편지도 주고받고, 가끔 전화도 하며 지냈습니다.
부농부농과는 무관했습니다.
전 간간히 연애도 하고,
징징남과는 뭐 달에 한번정도 연락할똥말똥의 수준을 유지한 정도였죠.
딱히 서로가 서로의 타입도 아니었고요.
문제는, 세월이 흘러 제 나이 30살 겨울.
제가 징하고도 징했던 연애를 끝내고 폐인모드로 진입하였을 때 일어납니다.
힘들다보니 집에 혼자 있기보다는 나가있으려고 애를 쓰던 때였는데,
그 때 징징남은 취업준비생의 이름표를 단 사실상 백수였어요.
시간이 무척 많았죠.
그래서 제가 함께 시간 보낼 사람을 찾으면 달려나와 주었습니다.
그러던 어느날 징징남이 말합니다.
"나 힘들어. 나 시험에 또 떨어졌어.
이제부터는 네가 내 기분은 맞춰줬으면 좋겠어."
음...
좀 황당했지만,
한달 남짓한 동안 제가 불러낸 적도 몇 번 있으니까 납득합니다.
그리고 친구는 힘들 때 옆에 있어주는 거니까요.
징징남은 취업준비중이었는데,
제가 보기엔 문제가 한 둘이 아니었어요.
학벌도 그냥 그렇고, 특기도 없고, 자격증도 없고,
학점은 나쁘고, 외국어도 신통치 않고.. 뭐든 대강대강...
시험 준비한다고 했다가 자느라 시험장에 못가고,
또 다른 시험 준비한다고, 원서만 내고, 또 딴 시험 준비하고.
도대체 하고 싶은 게 뭔지 알 수가 없었어요.
자격증 시험 자꾸 떨어진다길래 무슨 기사 시험쯤은 되는 줄알고 물어보니
컴활.
전 컴활을 이렇게 많이 떨어지는 사람 첨봤어요. -_-;;
그러고 가만있으면 모르는데,
저에게 힘들다 힘들다 하니,
저도 조언이랍시고 한마디 합니다.
“네 목표를 정확히 정해라.
시험을 볼 꺼면 맘 먹고 도서관에 앉아 공부하고,
취업할 거면 네 조건이 좋은 상황은 아니니
일단 좀 낮춰서 원서를 쓰고 면접을 봐라.
그리고 스펙을 높여서 이직을 생각하는게 현실적이다.
지금 네가 원서를 넣는 곳은 너를 뽑아줄 이유가 없다."
뭐 그냥 먼저 취업한 사람 입장에서 해줄 수 있는 수준의 이야기였죠.
그러면서 자소서를 한 번 봐줬어요.
첨삭도 좀 해주고...
감동합디다.
그 뒤로는..
수시로 직장에 있는 저에게 전화를 걸어
1. 자기소개서를 봐달라.
2. 영어자기소개서를 써달라.
3. 상식 테스트 퀴즈 좀 내달라
고 요구하기 시작했어요... ㅠㅠ 음...
전화는 밤에도 계속됩니다...
근데요. 전 8시에 출근해야하는 직장인이고..
게다가 부업도 하고 있는.. 어흑..
하지만 도와줬습니다.
제가 힘들 때 옆에 있어준 사람이라니까요.
-_- 아.. 여기에 대해 정말 할 말이 많은데,
솔직히 저는 징징남이 제 옆에 있어준 건
자기 시간이 많고, 놀아줄 사람이 없어서였다고 생각해요.
상황이 상황이다보니 징징남 주변엔 친구가 많지 않았거든요.
삼십대 초반이면 다 바쁠 나이잖아요.
제가 연애상담을 했다거나 한 것도 아니에요.
전 제 이야기를 하는 걸 안 좋아해서 늘어놓는 스타일이아니거든요.
그냥 혼자 있으면 우울해지니까
제가 영화보여주고, 영화평(?)하고,
밥먹여주고 밥얘기하고,
아이돌 이야기하고, 사회이슈 이야기하고, 이런 거였죠.
그 친구는 제 실연 덕에 잘 얻어먹은 거였다구요.
결국 그냥 제 돈으로 같이 잘 논거라구요..
문제는 제가 징징남을 도와주는 시점에서
징징남이 저에게 사랑(?)을 느꼈다는 겁니다.
고백을 해오더라고요.
징징남 : 내가 지금 이러면 안 되는 거 아는데,
네가 좋은 것 같다. 너 정말 괜찮은 여자다.
나 : ....-_-;;;; 지금 내 상황은 누구와 사귀고 그럴만한 마음이 아니다.
미안하다.
징징남 : 네가 전남친과 헤어지고 아무 것도 못 먹고 힘들어할 ,
옆에 있어줬던 게 나라는 거 잊지 마라.
네 옆에 내가 없어도 되겠느냐?
이때 저는 일생일대의 실수를 하게 됩니다. -_-;;
"내 옆에 너 없어도 돼." 라고 말하지 않고.
"글쎄..."하고 머뭇거린 거죠.
성격상 "응, 이젠 괜찮으니까 없어도 됨." 는 못하겠습디다.
징징남 : 결혼하자는 거 아니지 않느냐.
다만 정식으로 사귀자.
내가 지금은 이런 상황이지만, 올해까지만 취업준비를 하고,
안되면 내년에는 작은 사업을 해볼까 싶다.
이런저런 생각해놓은 것도 있으니까
너 하나 책임지는 건 문제 없을 거다.
널 혼자 두는 게 불안하다.
내가 네 옆에 당당하게 있을 수 있게 해다오.
-_- 제가 등신인 것이요.
쥐뿔도 없는 게 저리 말하는 걸 '남자다운 자신감'으로 생각했던 거에요.
'저에 대한 깊은 사랑'으로 생각했던 거예요.
'나보다 더 중요한 게 있었던 남자'로 인해 깨진
前연애의 트라우마였을지도 몰라요.
제가 혼자서 뭐든 잘할 수 있을 거라며
저를 방치했던 전 남친에 비해,
절 불안하게 여겨주는 징징남은
나를 사랑하는 게 분명하다고 생각한 거죠.
현실적으로 그가 책임지고 있는 게 아무 것도 없다는
중요한 사실을 그 때 보지 못했던 겁니다.
하아..
그렇게 우리는 사귀기 시작했어요.
손을 잡고, 뽀뽀를 하고, 함께 커피숍에서 노닥거리면서
시시한 이야기를 나누는 건 황폐해질 때로 황폐해진 제 마음에
따땃한 바람을 불어넣어줬거든요.
좋았던 적도 아주 없지는 않았지요.
댓가가 엄청나서 그렇지. ㅜㅜ
그러나 시간이 갈수록,
징징남의 징징거림과 저에 대한 의존도는 높아졌어요.
1. 제가 시키지 않으면 아무 것도 하지 않았어요.
채용공고가 난 회사를 알아보고 이력서를 내라고 알려주는 것도 저였고,
자소서나 서류를 최종 점검해야 하는 것도 저였어요.
이 정도는 챙겨 주는 것이 여자친구의 의무라며 요구했어요.
제 회사 일때문에 못보거나 너무 피곤해서 알아서 하라고 하면
한숨을 쉬면서 자존심 상하는 표정을 지어서.. -_-;;;
그 놈의 남자 자존심이 뭔지,
그걸 꺾으면 안 된다는 말은 또 어디서 주워들은 기억이 나서,
참고 또 참았습니다.
전 누구 탓 안합니다. 계속 참은 제가 미친년이었어요.
2. 징징남은 새벽 2시에 자든 3시에 자든,
아침, 아니 점심, 저녁까지 퍼잘 수 있는 백수지만,
저는 8시 출근해야하고 기상시간은 6시인데
1시가 넘어도 재울 생각을 안했어요. ㅠㅠ.
전 잠이 많아서 보통 11~12시 사이에는 자던 사람이거든요.
그런데 징징남의 자소서 봐주느라!
상식시험 대비 퀴즈 문제 내주느라!
회사 분석해주느라!
토익 도와주랴!
2시, 3시에 자기 시작한 거죠.
미칠 지경이었어요.
제가 졸리다고 하면 “이것만 봐주고 가라..”고 하는데.....
어익쿠... 이게 또 20분이 지나고 30분이 지나고...
전 메신져 켜놓고 컴터 앞에서 졸고 있고.. ㅠㅠㅠㅠ
정말정말정말 몸이 너무 힘들었어요.
3. 아니, 도대체 왜 공부하는데 제가 옆에 있어야 하는 겁니까?
전 할 공부도 없는데요.
징징대면서 계속 찾아요.
주말에 집에서 쉬고 싶어 나가 노는 것도 힘겨워했던 저는...
토요일 새벽이면 도서관을 찾아야 했어요. ㅠㅠ
제가 안데리고 가면 그조차도 안하니까...
엄마노릇 자처한 제 잘못입니다.
4. 그리고 팟팟이 정말 그랬어요.... ☞☜
사귄다=팟의 공식은 저에게 없어요.
사랑=팟 의 공식도 없고요.
그건 그냥 제가 내킬 때 하는 겁니다.
하지만 징징남은 사귀는 사이에 팟을 하지 않는 것은
“제가 본인을 희롱하는 거다. -_-;;” 라는
희한한 논리로 저에게 화를 냈어요.
팟을 하지 않을 거면 키스도 하지 말라며.
키스를 하는 것도, 다 잠자리를 암시하는 행동인데,
키스 해놓고 잠자리는 싫다고 하면,
유혹해놓고 거절한 먹튀녀라며 비난했어요..
하.. 박차고 나오지 못한 내가 등신이에요.
그렇게 싸우고 달래고 화내고 어르던 어느날.
드디어 첫팟을 나누게 됩니다. 근데... -_-;;;
저기, 저 진짜 궁금해서 여쭙는데..
원래 30살 넘으면 남자들은 마음은 막 팟을 갈구하는데,
쥬니어는 겸손한 해리현상이 일어나나요?
저 진짜 미치게 황당하고 부끄럽고,
심지어 제가 원한 것도 아닌데!!
시간을 좀 갖자는 저를 마구마구 다그치며 옷을 홀랑 벗긴 징징남은
'어어... 나는 너를 사랑하는데, 가끔 얘가 안 될 때가 있어.'
라고 하는데 전 그냥 막 부끄럽고..ㅜㅜ
......아, 말 못 하겠어요.
그저 나체의 상황에서 무척 난감하고 어색했다는 것만 말씀드릴게요.
어흑...
그래도 결국 되긴 했어요.
하지만, “됐다!!!!” 라고 외치며
아이처럼 환하게 웃던 징징남의 얼굴은 잊지 못할 거에요..
ㅠㅠ
그 후로도 계속되는 몸은 피곤하고,
징징남과의 대화는
“너무 힘들다. 내가 낙오자가 된 것 같아 친구들 보기도 어렵고,
부모님 앞에서도 면목이 없다.” 는 식의 이야기뿐이고,
전 항상 그걸 Cheer up 시켜주느라 녹초가 되어야 했어요.
말은 이해가 가죠.
저라도 그럴 것 같으니까요.
하지만 제 불만은 뭘 좀 제대로 해보고 징징대라는 거였어요.
하여튼 뭐든! 뭐든! 하나하나 성취해야 하는 게 아니겠어요?
벌려놓은 건 오만가지인데, 토익 하나도 해결 못하면서 징징징.
아침 10시 전에는 일어나지 않기 때문에 통화도 안 되고,
밤새 다운 받아 영화보고 게임하고..
그러면서 이러는 거는 촘 아니잖슴까.... ㅠㅠㅠㅠ;;;
그래요.
이것도 인연이라고 붙들고 있었던 제 잘못이 제일 큽니다.
그렇게 또 2년쯤이 지났어요.
그동안 징징남은 단 하나의 회사에도 합격하지 못했고,
벌려놓은 시험들은 애저녁에 포기한 상태.
전 그때까지도 버티고 있었어요.
징징남을 격려하고, 영어단어를 정리해주고,
토익 시험장에 데려다주고 기다렸다가 밥 먹이면서 그렇게 버텼어요.
지금 생각하면 도대체 제가 왜 그랬나 모르겠어요.
제 정신이 아니었다는 생각만 들어요.
징징남의 집은 꽤 잘 삽니다.
정확히는 그의 아버지가 부자인 거죠.
징징남의 누나는 아버지 건물에서 식당을 하는데
그 집이 대박이라서 돈을 엄청 잘 번대요.
징징남의 동생은 미국에서 로스쿨 다니고요.
솔직히 전 징징남이 아버지 돈 믿고 이러나 하는 생각도 해봤습니다.
도대체 어떤 남자가,
33살에 취업이 안 되었는데 저렇게 한가할 수 있답니까!
하지만 징징남은 그렇게 말하지 않았어요.
제가 왜 징징남을 만났냐하면요,
말하는 건 정말 기가 막히게 반듯했거든요.
생각이 반듯하다는 느낌이요.
“부모님 돈은 부모님 돈이다.
나는 내가 알아서 내 길을 개척할 것이다.
누나와 동생은 딸들이니까
부모님 그늘에서 먹고 산다고 하는데
나는 그러지 않을 거다. 부모님 뜯어먹지 않을 거다.” 라고 했거든요.
어.... 저 이런 거 좋아해요. -_-;;;;
제가 바보같이 놓쳤던 부분은 “그런데 왜 너의 여자친구인 나의 노동은 무상으로 뜯어먹고 있으며,
부모님에게 의존하지는 않을 건데 나에게는 의존하는 거냐?” 였을 뿐...
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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