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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토크
3만원드렸잖아요..
고뭇니 | 2011.06.02 | 조회 5,074 | 추천 10 댓글 0


그 분.

첫인상은 나쁘지 않았어요.

제 키가 170이고, 그 분 키가 175라고 들었지만

실제로 170에 좀 모자랐던 걸 제외하면 뭐 괜찮았습니다.

키를 따진다기보다, 듣고 온 것과 많이 달라 흠칫했달까요.

그분은 저보다 작아보였지만 어쨌든 인상은 나쁘지 않았어요.

 

그 분은 정말 평범했어요.

좋지도 싫지도 않고, 예의없지도 그렇다고 과하지도 않고,

정말 아무 색깔없는?

대화도 그냥 정말 맞선 따라하기교본에 나올 것 같은,

재미없고 흥미없고.. 깜빡깜빡 졸 것 같은 대화.

물론 그 분도 재미없어보였고요.

 

그래서 전 그날 또 땡이로구나!’ 생각했어요.

차 마시고, 저녁 먹자고 하시길래,

"죄송하다. 회사일이 밀려서 요즘 야근했더니 컨디션이 별로다.”

고 사과하고 헤어졌어요.

 

오늘 만나서 반가웠습니다.” 라고 문자가 오길래,

저도요. 조심해서 들어가세요.”라고 정중히 끝맺음 했고요.

전 그냥 예의 문자라고 생각했거든요.

 

하지만 그 분은 주선자에게...

제가 너무 맘에 든다며, 정말 잘 해볼거라며,

몸매도 이쁜데 단아하고 거기에 귀엽다며!!!!!!!!





내가요
?


-_-???????



막 막 난리가 났다고 합니다
.

 

....?

어디서 다른 소개팅을 하시고 헷갈리신 건가?

 

근데 정말 애프터가 들어오고,

망설이던 저는 주선자의 강추 강추 강추

+ 협박(이 뇬아, 너 그러다가 처녀귀신으로 확~)에 두번째 만남을 갖게 되었습니다.

 

밥 먹고 차마셨어요.

숭할 것은 없었지만 정말....... 재미가 없었어요.



일단 서로 통하는 게 하나가 없어요
.

음악 취향, 영화 취향 다르고,

스포츠 취향도 다르고, 개그세계도 다르고.

그러다보니.. ㅠㅠ 대화가 두마디 주고받고 뚝.

또 두마디 주고받고 뚝.

뚝뚝 끊깁디다.

 

저는 막 너무 힘들었어요.

그래서 미리 풍겼습니다.

우린 잘 안맞는다.”

인연이 있다더라.”

그래도 취향 같은 건 좀 중요하더라.”

 

대꾸가 별로 없으셔서 저런 말들에 대해 뭐라고 생각하셨는지는 모르겠어요..-_-a

 

제가 아는 건 주선자를 통해

"내가 여자를 많이 안 만나봐서 어떻게 해야 좋을지 모르지만,

정말 맘에 드는 여자고 놓치기 싫다." 고 하셨다는 것 정도..

 

 

정말요?

저를요?

(그 분위기에서) 그럴리가... --;;

 

, 정말 미스테리입니다.

저만큼 그 분도 재미없어보였는데요....

 

그렇다고 제가 소피마르소처럼 생긴 미녀도 아닌데요.



정말 저의 어디가 마음에 드신 걸까요
?

아님 혹시 그 분은 즐거우셨던 걸까요?

 

증말 미스테리합니다...

 

시종일관 표정은 시큰둥해해서 절 난감하게 만드셨는데..

전 진짜...모르겠어요.


그래도 뭔가 좀 맞고, 대화도 활발하고, 개그 코드도 맞고 그래야 재미있잖아요.;;;



그 님이 킬킬거릴 때
@.@ 이러고 있고,

제가 빵 터지면 그 님은 정색하고, “농담이 아닙니다.”

이런 분위기였는;;;;;;;;;;;;;;;


이런 반응 초난감;;;;;;;;;;;;;;;;;;;;

 

주선자는 [사람은 삼세번]이라며 한 번만 더 만나보라더군요.

사실 주선자가 제 상사였기때문에.. -_-;;;

전 딱 잘라 거절하기가 힘들었어요.

점심도 막 사주면서 권하시는데 어떻게 싫소! 싫소! 난 싫소!”할 수 있겠슴꽈.



게다가 그 분은 이
.......

예의에 어긋나거나 그런 거는 하나도 없었거든요.

그저 좀 소심하고, 요령없는..

여자는 많이 안만나보신.. 그런 분이라는 느낌정도...

 

그래서 세번째 만남을 가집니다.

세번째 만남은 야외였어요.

제가 동물원을 좋아한다는 팁을 주선상사분께 얻으셨는지,


동물원에 가자고 하십니다.

 

하지만 엄동설한..

겨울에 동물원은 너무 춥다. 동물들도 밖에 잘 안나온다.”고 말씀드렸지만...

"xx 씨 동물원 좋아하신다며요? 그니까 거기 가요.

XX씨 좋아하는 거 하고 싶어요." 라고만.... 하아...




못알아 잡수신 것 같아서 단도직입적으로 말씀을 다시 드렸어요.

"죄송한데 동물원은 나중에 가요. 저 추위를 많이 타요."




하지만 이미 이 분은 동물원에 꽂혀 계셔서 제가 뽑을 수가
-_-;;"없었습니다.



“XX
씨가 사막 여우 보면서 눈이 막 요래 하트가 되어서 귀여웠다고

(회사에서 야유회 갔을 때 이야기입니다.) 차장님이 말씀해주셨어요.

XX씨의 그 얼굴 꼭 보고 싶네요.


제가 사막여우 보여드릴게요."

 

허허허허허허허허허허허허허허.

 

그렇게 동물원에 가게 됐습니다. 

추위에 몹시 취약한 저는 애당초

두꺼운 패딩, 털 신발, 모자, 목도리, 장갑으로 무장하고,

뒤뚱뒤뚱. 차렷이 안 될 것 같은 차림새로 나갔습니다.

 

어멋. 이 분.. 정말로 되게 좋아하셔요!!

우리가 친해진 것 같다....

 

저는 정말 동물원 좋아합니다.

그래서 언제 가야 동물들이 많고 재미있게 놀 수 있는지 알아요.

 

한겨울은... 절대.. 아니에요.




왜냐믄... 동물들도 춥거든요.


야외의 동물들도 다 제 방으로 드간다구요.

오가는 이도 없는 썰렁한 동물원에서 칼바람을 맞으며

정말 너무 추웠던 전..


그날 뭐했는지 사실 하나도 생각이 안나요.



너무 추워서 미칠 것 같았던 거랑

그 분이 제가 하트눈깔이 안된다고 자꾸 실망하시는 바람에

옆에서 눈치보고 불안했던 거... 뭐 이런 것만 생각나요.



그니까 그분 혼자 막 실망해서 시무룩해지고 분위기는 다운되고
..

전 또 그게 미치게 싫어서 시켜보려고 애쓰고 이런 거..

근데 디지게 춥고.. ㅠㅠ

 

....느무 힘들었어요.

 

결국 전.. 절 데려다주시는 길에


(저희 집이 동물원에서 그 분집 가는 길이었어요. 처음 데려다주신겁니다.)


이렇게 말하게 됩니다.

"저기, 정말 좋은 분이신데, 저희는 잘 안맞는 것 같아요. 죄송합니다."

 

그랬더니 그 분...

얼굴색이 흙빛이 되면서 표정이 ...

 

1. 데려다주기 전에 말하지 그랬냐. 너 지금 나 기사로 쓴 거냐.




2. 너 그래서 동물원비는 네가 낸거냐? 정말 계산적인 애구나.




3. 싫으면 진작 싫다고 말하는 게 예의다. 너는 나를 갖고 놀았다.

 

어머.

어떡해.

 

 

 


 

 

전 그냥 죄송하다고 했어요.

그런 의도 아니었고, 좋은 분인 거 같아서 노력해보고 싶었다.

사람 한 번 만나고 모른다기에 몇 번 더 뵌 거라고.

기분 상하셨으면 그런 의도 아니니까 이해하시라고 했어요.

 

대꾸없이 분노의 표정으로 차 앞유리를 뚫어져라 보고 계시길래..

한참을 쭈뼛거리다가 걍 인사하고 들어왔죠.

 

 

 

 

그리고.

 

 

 

 

 

문자폭탄...

 

 

 

1. 이야기 좀 하자. 내가 실수 한 게 있다면 직접적으로 말해달라.

나는 남중-남고-공대 테크라 여자 맘같은 거 잘 모른다.

그냥 말해주면 고치겠다.

 

..

 

2. 한 번만 나와라. 얼굴 보고 이야기하자. 나 이제 너 없으면 못살 거 같다.

 

?;;

 

3. 우리 엄마한테 네 이야기도 다 했다.

키도 크고 머리도 좋다했더니 상당히 맘에 들어하신다.

 

으읭?;;;;;

 

4. 너 나이도 있는데 까불지 마라. 뭐가 잘났냐?

네 나이면 여자로는 한물 간거다.


나나 되니까 널 구원해주려고 하는 거다.

 

어머;;

 

5. 너 나한테 얻어먹는 거 다 뱉어내라!!!!!!!!



-_-
저 얻어먹은 적 없어요.


첫날은 커피만 마셔서 얻어먹었지만,

그 담날 밥 사주기에 디져트샀고요.

셋째날은 그 분이 밥사고, 제가 동물원 표랑 주전부리랑 음료수 다 샀어요.



↑ 
이 얘기 했더니 주유비는 왜 안 따지냐고... 쿨럭;;;

그럼 내 차비는 계산에 왜 안넣냐.

 

6. , 나 이렇게 무시할 거냐?


너 내가 컴퓨터 잘하는 거 아냐? (이 분 직업인데요..;;)

너네 집을 아는데 그럼 아이피를 알 수 있어서 네 컴퓨터를 해킹할 수 있다.

네 컴퓨터를 털어버리겠다.


내가 너를 지.....

 

.......

 

 

문자테러에 시달리던 저는,


결국 주선자 차장님께 문자를 보여드렸고,

주유비 30000 드리면서 그 사람한테 좀 전해주시고,

저 좀 어떻게 해달라고 사정해야습니다... ㅠㅠ

 

우리 차장님은 얼굴 벌게지셔서,


얘 그런 애 아닌데 어쩌구저쩌구..

 

 

아니긴 뭐가 아닙니꽈!!!!!!!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그렇게 끝난 줄 알았는데

얼마전 제 페이스북이 누가 친구신청을 ㅠㅠ

 

 




나는 너랑 친구하기 싫다, 이 놈아!!!!!

 

 



 

이것이 제가 페이스북도 안하고 트윗도 접게 된 사연입니다...


설마 요즘도 절 지켜보고 계신걸까요...?











끗..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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