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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토크 | ||||||
의심하지 않은 죄 힝~ | 2012.02.20 | 조회 6,093 | 추천 4 댓글 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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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봄.
그저 인사나 몇번 나눴을 뿐인 거래처 과장님께서
저에게 적극적으로 대시를 해오셨습니다.
그 당시 저는..
하나 남은 막내딸을 더 늦기전에 시집 보내시겠다는
부모님의 결혼 압박에 시달리고 있었고,
대학교 입학해서부터 8년을 사귄 남자친구와 헤어지고,
그 충격으로 그로부터도 수년을 연애 한번 못하고 있던 상태였어요.
마음이 무척 메말라 있었습니다.
하지만, 적극적으로 저에게 호감을 표현하시고
제 마음에 들려고 노력하시는 그분에게 끌렸고..
저도 많이 지치고 외로웠던 건지..
그동안 사람에게 마음을 쉽게 열지 못하던 제가
너무나 쉽게 그분과 사귀게 되었어요.
그 사람은 만나는 기간내내 저에게 자상했고,
조금 까칠하고 변덕스러운 제 성격도 다 받아주었지요.
‘이 사람이라면 평생을 같이 해도 되겠다..’
싶은 생각이 자연스럽게 들었고,
그 짧은 기간 동안, 너무나 많이 그를 사랑하고 있는 저를 보게 되었습니다.
그 분도 나이가 있고,
저도 적지 않은 나이다 보니,
사귄 지 얼마 되지 않아서 자연스럽게 결혼 얘기도 오갔고..
내년 가을쯤 저와의 결혼을 생각하고 있다고 하더라구요..
저도 결혼을 쫓기듯 급하게 할 생각은 없었고,
차차 진행되기를 바랬기 때문에 채근하지 않았습니다.
그렇게 그분과 7~8개월정도..
안정적인(이라고 생각했던..) 만남을 지속했습니다.
그러다 얼마전..
제가 임신 6주임을 알게 되었고,
전 당연히 결혼을 하자고 했습니다.
속도위반한건 부모님께 면목없고 죄송하지만,
어차피 하기로 한 결혼이고,
몇 달 당긴다고 크게 상황이 달라질 일은 없(을거라 생각했)었으니까요.
부모님께 인사드리고 최대한 빨리 결혼날짜를 잡자고 했어요.
그런데 그 사람의 반응은..
제가 예상했던 것과는 너무나 달랐습니다..
“서로 생각 좀 하고 만나서 다시 얘기하자..”라고 하는데..
도대체 뭘 더 생각하자는지 몰라서 일단 퇴근하고 만났어요..
만나서도 한숨만 쉬고, 도저히 믿기지 않는다는 투로
정말 임신이 맞냐고 확인하기를 수차례..
할 말 있음 확실하게 하라고 재촉하자..
그 사람 입에서 나온 말.. "나 유부남인데, 정말 몰랐어?
너도 대충 눈치채고 있지 않았어?"
정말 하늘이 무너지는 듯했어요..
저는 단 한번도 의심하지 못했어요..
저는 수시로 연락해서
남자친구의 일거수 일투족을 알고자 하는 타입도 아니였고,
먼저 연락해서 어디가자 뭐하자 투정부리는 스타일도 아니였거든요.
연애도 중요하지만..
서로의 일이나 다른 인간관계에도
충분한 시간을 할애 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이거든요.
하루에 짧은 2~3번의 전화통화만 해도 충분했고..
평일에 거의 매일 만나다시피 해서..
더더욱 전혀 상상조차하지 못했어요.
게다가 올 봄부터 제가 업무량이 늘어서,
한달에 2주정도 해외출장을 매달 다녀야 했고,
그러다보니 한달에 너댓번의 주말 중 두번은 한국에 없었고,
다른 주말에도 동호회 모임도 가고, 친구들도 만나고..
시골 부모님 집에도 매달 정기적으로 다녀왔고..
생각해보니 8개월 가량을 그 사람과 만나면서도
주말에 얼굴을 본건 고작 대여섯번 뿐이었더라구요.
평일에는 적어도 한주에 3~4일씩은 꼬박꼬박 만났고,
퇴근하고 늦게 만나니까,
헤어지는 시간이 빠르면 밤 11시, 늦으면 새벽 3~4시 였기에..
유부남일꺼라고는 생각도 못햇습니다.
누구를 탓하겠어요...
제가 미련해서.. 눈치가 없었던 탓이죠...
거래처 다른 직원을 통해 확인을 해보지 않은 제가 바보인거죠..
사실 의심조차 하지 못했으니, 확인까지는 생각도 못한거고...
‘서로 일하는데 불편하니 당분간은 회사에 비밀로 하자.’
그 말을 의심하지 않은 제가 어리석었습니다.
그렇게 청천벽력같은 소리를 듣고..
집으로 돌아가 2주가량을 울면서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할 지.. 생각하고 또 생각하고..
나도 죽겠는데..
아무것도 모를, 그 사람 와이프까지 떠올라 정말 괴로운 날들이었습니다.
이혼을 종용할 수도 없었고,
아이를 지우는 건 더더욱 생각할 수도 없었어요.
그 사람과 정리하고,
부모님께 말씀드리고 집에 내려가서 아이를 낳아서 키워야겠다..
라고 생각이 정리될 무렵..
저는 또 출장을 가게 되었어요.
그 지옥같았던 2주동안
제대로 먹지도, 자지도 못해서 체력이 바닥이였지만..
회사에 제 개인적인 일을 다 말할 수도 없고,
제 업무를 대신할 사람도 딱히 없었으므로 출장을 다녀왔습니다..
그리고.. 임신 9주차..
근무도중 쓰러져 응급실을 가게 되었고..
낳을 생각을 했으면 마음을 더 강하게 먹고,
잘 먹고 잘 자고 좋은 생각만 했어야 했는데...
아이도 그동안 많이 힘들었는지.. 그렇게 가 버리고...
뭐라고 달리 표현할 수 없는...
그 생지옥 속에서 마지막으로 그 사람을 만났어요.
“결혼도 한 사람이 나를 도대체 왜 만나려고 했으며,
나에게 결혼 얘기를 한 것은 무엇이냐?”
“네가 너무 내 타입이라서,
마지막 사랑이라고 생각하고 놓치고 싶지 않았다.
나는 사랑 없이 선봐서 결혼했기 때문에, 결혼에 아무런 의미가 없다.
1년뒤 이혼 할 생각이다.
지금 아이는 지우고, 결혼해서 다시 가지자.”
아기는 이미 가고 없었지만,
너무나 쉽게 아이를 지우라는 소리를 하는 그 사람을 보니 소름이 끼쳤고.
정말 기막히는 소리만 주절주절 늘어놓는 그 사람을 보고
내가 뭐때문에 이런 사람을 만나왔던건지 도무지 모르겠더라구요..
마음같아선, 당신같은 인간..
집이고 회사고 당신이 한 짓 다 알려버리고 싶지만...
아무것도 모르는 당신 와이프가 가여워서 참는다고..
다시는.. 지나가다가도 얼굴 마주치는 일 없도록
근처에 얼씬도 하지 말라고 하고 뒤돌아 나왔어요..
이 일이 벌어진 지 이제 한달남짓..
살이 엄청나게 빠져서..
부모님은 어디 아픈거 아니냐 걱정하시고,
친구들에게도 털어놓지 못하고..
꿈도 꿉니다.
한 여자를 불행하게 만드는..
나쁜 내연녀가 되어있는 제 모습에 깜짝 놀래서 깨버립니다.
그런 일을 겪고도...
아직 그 사람이 마음 한구석에 남아있다는 사실..
인정하기 싫어 더욱 끔찍하구요..
제가 한 사람의 내연녀였다는 사실이
정말 참을 수 없게 절 더 힘들게 하는 것 같아요..
내가 눈치가 조금만 더 있었다면
이런 일이 생기기 전에 알 수도 있었을텐데..
라는 생각도 수없이 들구요..
그 일이 있은 지 이제 몇주가 지났고..
아직은 생각만해도 눈물나고 가슴이 먹먹해져서.. 힘들지만...
평소처럼 다시 일을 하고.. 저를 아껴주는 사람들 속에서..
조금씩 회복하며 좋아질 거라고 생각하고 있어요..
사실.. 이 일을 써보내야겠다고는 생각 해보지 않았는데..
어제 퇴근길에 전화 한통을 받고..
오늘 이렇게 장문의 글을 쓰게 되었습니다.
다신 연락할 일도, 연락올 일도 없을거라고 생각하고
번호를 지워버린게 실수였습니다.
저장해놓은 채로 수신거부를 해놨어야 했는데...
낯익은 번호라..
업무상 오는 전화라고 생각해서 받았더니..
그 사람이었습니다. 전 번호를 잘 못외우거든요..
근데 이 사람..
마치 어제 만난 사람처럼...
너무나 아무렇지도 않게..
“별일없냐
카톡보내도 왜 대답이 없냐. (당연히 차단이지..)
난 네가 보고 싶은데,
그냥 만나서 밥먹고, 차마시고, 술한잔 하고
그런 사이로 지내면 안되냐.”
하더라구요.
그게 가능할거라고 생각해서
지금 나한테 말하고 있는거냐고 물으니..
“그런 사람들 많다.
그냥 편하게 만나자.”
이 만나자는 의도는 이제 정말 100%, 절 내연녀 취급하는 말이었습니다.
이제는 정확히 자기가 유부남인 것도 다 알게 된 마당이니,
그냥 부담없이 편하게 만나자.. 이런 의미였습니다.
입에서 나온다고 그게 다 말은 아니라고...
다시 한번 나한테 연락하면,
나도 가만히 있지는 않을거라고 말하고 끊었어요..
끊고 나니..
정말 분하고..
아직까지 그 사람을 잊지 못하고 힘들어하는
제 자신이 너무 한심해서 한참을 울었습니다.
그 전화가.. 남아있는 미련을 끊어내준 것 같아서..
한편으로는 고맙기도 하네요..
이젠 정말 끝이길 빌어요...
두서없는 이야기지만...
이렇게 누구에게라도 털어놓으니..
마음이 조금 후련해지는 기분입니다.
들어주셔서 감사하구요... 날씨가 많이 추워졌어요.
모두 옷 따뜻하게 입으시고, 감기 조심하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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