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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토크
집착의 수렁
푸시 | 2012.02.29 | 조회 8,822 | 추천 6 댓글 0


전 참 연애가 다사다난 했어요.

주변에서 일부러 그런 사람 골라 만나기도 힘들겠다고 할 만큼이요..

 

혹시나 블로그에 올라가면 다 알아챌까봐 겁이 나기도 하지만,

한번의 잘못된 연애에서 벗어나지 못하면

어찌 되는가에 대해 알리려고 해요..

벗어나야 하는 걸 알면서도

결정하지 못하시는 분들에게 응원도 드리고 싶구요..

 

지금은 많이 회복하였고 곧 행복하게 잘살 날도 오겠죠!!! :D



갓 스무살무렵에 지대로 마초맨을 만나서 힘든 연애했으나
,

헤어지자 하기 겁이 나서(-_-) 오래 사귀었

다음엔 정말 다정다감한 남자를 만나리라 결심했습니다.

 

그래서 일년의 탐색 끝에 보드라운 남자를 만났습니다.

(이하 보드남이라 할께요.)

 

옛날 그 사람과는 달리

같이 쇼핑하는 것도 좋아하고 로맨스 영화도 좋아하고

낯간지러운 말도 곧잘해주고, 첨엔 막 좋았어요.

사귀고 나서 한창 좋을 때 보드남에게 물어봤죠.,

1년을 넘게 간을 보다가 이제야 사귀자고 하는거야?”

그리고 보드남의 대답.

 

"내가 생각하기에, 네가 키도 작고 좀 못생겨서 그랬어."

 

그는 장난이 아니라 진지했어요..

 

이 때부터였던 것같아요..

전 점점 이 사람앞에서 제 외모에 대해 자괴감이 들었어요.

 

그리고 이 보드남의 여친..

제가 잘 아는 아이였는데,

그 아이 참 많이 이쁘고 보기 드물 정도로

착하고부유했었던거 제가 알거든요.

인기가 참 많았는데 보드남이 쟁취했었죠.

 

하지만 결국, 그 이쁜 아이가 보드남을 찼고

보드남이 끝까지 매달리고 한동안 못 잊었다는 것도 알고 있었어요.

 

그리고 저와 보드남이 사귄 지 한달쯤 되었을 때,

보드남이 지갑에서 뭘 꺼내더니 그 이쁜 아이에게 전해주라대요?

그들은 벌써 2년전에 헤어진 사이인데....

무언가 보니, 코팅된 네잎클로버더라구요.

이거 옛날에 그 이쁜 애한테 받은 건데 저더러 전해주래요.

왜 저에게 그런 말을 했는지는 여전히 이해가 가지 않지만..

이 때 헤어지니 마니 울고 불고 난리를 쳤었어요.



정말 제 자존심이 바닥을 박박 기더군요
.

그런 일 이후로, 자꾸 그 이쁜 아이와 비교 되는 것 같아서.

뭔가 오기가 생기면서도 자존심이 상하면서도,

가 나지만, 화를 낼 수도 없는

그런 괴로운 상태가 시작되었던 것 같아요..

 

그래도 전 보드남이 좋은 아이인줄 알았어요.

그리고 마구 호구짓을 했답니다.

보드남은 세끼를 다 사먹어야하는 자취생이였어요.

 

근데 집에서 한달치 용돈을 받으면 그날로 탈탈 다 털어서,

일단 아는 사람 모르는 사람 죄다 불러모아 크게 한턱을 냅니다.

 

그리곤 저와 데이트 할 때는 늘.

당당히 먹고 놀고 다하곤, 나 돈 없으니 니가 계산해.”

 

사귄지 얼마 안되어서 돈 이야기 하기가 민망했고,

그 여자 아이는 잘 살았다니까 괜히 비교되나 싶어

위축된 자존감에 찍소리도 못하고

그렇게 제가 삼시 세끼 다 사다먹였어요.

 

옷이며 세간살이며 가방이며 화장품이며

필요하다는 건 다 사다 바쳤습니다.

 

저는 집에서 용돈받는 아이가 아니었으므로,

죽어라 알바를 해야했어요.

그리고 몇년간 알바로 모아놓은 돈 수백은

보드남을 만나며 순식간에 홀랑 털어먹었습니다.

 

맨날 비싼거 먹으러 가자하고

여자애들이랑도 안가는 비싼 카페 들락거리며

언제나 계산은 제 몫.

그녀와 은근히 비교하며 당당하게 계산을 요구..

전 그렇게 호구가 되어갔습니다.

 

통장잔고가 바닥을 보이자,

저도 더는 감당이 안되어

보드남을 알바의 세계로 인도했습니다.

 

, 전에도 종종 사소하게 다투기도 했지만,

조금 삐지는 정도였는데..

알바를 시작한 후부터는 자꾸 핸드폰을 끄고 잠수를 타더라구요.

그때까지도 어떤 상황인지 잘 몰랐어요..

 

어느 날. 그날은 싸운 다음날이었는데,

화해한다고 만났거든요..

그러다 우연히 발견한 무슨 영수증..

 

꽃집에서 밤 12시 반에 3만원 결제.

그 시간에 꽃집이 연다는 것도 신기했지만,

분명 그 땐, 나랑 싸운 직후라서 전화기끄고 바로 잤다고 했는데...?

 

..

이런...

이게 뭔가요.. 추궁했어요.

 

싸운 게 미안해서 꽃주려고 사다 놨다.

꽃이 집에 있다.”

 

그래? 나 그 꽃 지금 받아야겠다. 가자.”

 

그제서야 실토하기를..

같이 알바하는 여자애가 있는데 생일이라서 꽃을 사줬다.

절대 바람은 아니다.

그냥 가끔씩 너랑 싸우고 나면 답답해서 그 여자한테 상담했다.”

 

정말 어이없었습니다.

전 얘 만나는 동안

진짜로 백원짜리 사탕하나 받아본 적이 없습니다.

 

전 난리가 났습니다.

저랑 싸울 때마다 연락 안되던 이 보드남은

화가 나서 핸드폰을 끈 게 아니라,

딴 여자랑 노느라, 싸움을 핑계삼아 맘편히 꺼버리고 자유롭게 놀았던거죠.

 

바람이 아니라했고,

다신 그 여자와 연락하지 않는다는 조건으로 싹싹 빌었습니다.

빌길래 알았다 하고, 전 피곤해서 일찍 귀가했어요..

근데 맘이 너무 답답해서 바람이나 좀 쏘일 겸,

밖에 나왔다가 놀라운 광경을 보게 됩니다.

그 알바 같이 하는 그 여자랑 데이트를 하고 있더라구요.

 

난리치고 사과받고는 찌질하게 다시 만났습니다.

 

그 이후로 전 진짜 병에 걸렸습니다.

세상 사람들이 다 싫어하는 집착이란 병에 걸렸습니다.

 

그 집착이란 병에 걸리고 나니 새로운 세계가 보이더라구요.

거짓으로 도배되어 있는 신세계.

 

그 보드남의 삶은 자기가 누리는 삶과 나에게 이야기하는 삶.

두 삶을 살고 있었습니다.

 

담배 끊었다고 자길 못 믿는다고 화내던 그 보드남.

친구 홈피에 담배 버젓이 물고 있습니다.

집에서 자고 있었다는 보드남.


통장정리를 해보니그 시간 술을 먹고 있었습니다.

연락 끊었다는 그 알바녀.

문자 뒤지니 연락 꾸준히 하고 있습디다.

이 바보는 받은 메세지만 지우고 보낸 메세지는 안 지웠더군요.

학고맞고 제적위기에 처한 상태에서 시험 치러 학교갔다는 보드남.

피씨방에서 게임하고 있습니다.

 

전 이런 거짓말을 알면 알수록..

전화 안받으면 받을 때까지 몇백통을 해댔고,

그럼 그럴수록 보드남은 전화 꺼놓고,

그럼 전 또 보드남 집까지 찾아가고, 싸우고, 욕하고,

헤어지자하고, 죽여버리고 죽겠다고 난리를 쳤습니다.

 

당하는 보드남도 힘들었겠지만 .

이런 남자를 끊어내지 못하고 집착하는 저도 정말 죽을 맛이었습니다.

 

보드남이 술먹는다고 하고 전화를 안받거나, 꺼 놓으면,

백미터 달리기를 하고 온 사람처럼 심장이 두근거립니다.

아무것도 손에 잡히지 않고 온갖 망상이 꼬리를 뭅니다.

 

전에 없던 두통이 생기고,

받지 않는 전화신호음을 들으면 손이 덜덜 떨리고

이 남자가 다른 여자와 시시덕거리는 모습만 생각이 납니다.

 

잠도 안오고 앉아있을 수도 누울 수도 없고 눈물만 납니다.

그리곤 방을 꼴딱새고 첫차를 타고 보드남의 자취방에 찾아가지요.

 

이러다 보니 제 꼴이 말이 아니였습니다.

성격은 날카로워지고다른 사람은 아예 만나기도 싫어지고,

하도 헤어졌다가 다시 만나기를 반복하는 터라,

친구들한테는 쪽팔려서 말도 못하고,

 

그러다보니 친구들과 만남이 줄더니 이젠 다들 소원해지고,

저에게는 보드남만 남았더라구요.

 

그렇게 또 1년을..

보드남과 가족을 제외하곤 아무도 만나지 않고 살았어요.

굉장한 집중력이었죠.

 

결국 스스로도 집착을 하는 저를 견딜 수 없어서

심리상담을 받았습니다.

몇달간 심리상담을 받았지만 쉽게 고쳐지지는 않았어요.

 

그러는 동안 그 보드남이 헤어지자고 했습니다.

전 또 찌질하게 매달렸습니다.

당연하죠. 저한테 남은 건 이제 이 사람뿐인데요..



그러나 결국 매정하게 헤어졌습니다
.

 

사귀는 동안 상처가 큰 만큼 헤어지기가 쉽지가 않았어요.

석달은 집에만 박혀서 아무것도 못먹고 못자고 울기만 했으니까요.

 

보드남은 집안에 큰 문제가 있는 아이라,

생활습관과 금전에 대해 배운 적이 없는 아이였어요.

제가 완전 악역을 맡았죠.

그리고 그것 때문에 저를 답답하게 여겼겠죠.

이해는 합니다.

 

그렇지만 한탕주의에 밤새 게임하다 수업안들어가서 학고 맞고

술에 쩔어 맨날 아프고, 겉멋들어 밥사먹을 돈도 없는

이런 아이를 어찌 내버려둡니까?

 

첫 알바비 30만원 받아서 25만원짜리 새운동화 사서 신는 아이입니다.

천원짜리 삔하나 받아본 적 없이

또 한달을 밥사먹이게 생겼는데 어찌 내버려둡니까?

 

평강공주병에 걸린 저는 보드남갱생에 성공했으나

죽쒀 개준 꼴이 되었습니다.

 

헤어지고 나서도 그의 소식은 들려옵니다.




저랑 헤어지기 전에도 새벽에 종종 그 보드남이 다른 여자랑 팔짱끼고

MT밀집지역을 다니는걸 봤다는 얘기.

보드남은 술먹으면 여자 후배들을 친히 집까지 모셔다준다며,

그의 바람끼에 대한 소문.

그 바람이 아니라 우기던 알바녀와 양다리..

 

심리 상담선생님이 그러시더군요.

 


그 보드남이 애정결핍이다.

그리고 그 애정결핍에서 나온 행동은 주변인을 불안, 불편하게 하는데,

정신이 건강한 사람은 이 상황이 잘못되었다는 걸 알고 금방 벗어나지만,

너도 뭔가 정신적으로 약한 부분이 있어 그걸 자극당했을꺼다.




그렇게 애정결핍이 너에게까지 전이가 되고

서로서로 악영향을 주며 궁지로 몰아갔으며..

처음에 헤어졌어야 하는데 그렇지 못한 바람에

너도 보드남과 같은 애정결핍이 되어 서로를 괴롭히며

사랑이라 착각하는 단계까지 이르렀다...


 

애정결핍은 또 다른 애정결핍의 사람을 끌어당기니까

스스로를 많이 사랑해주라고 하셨습니다.

정말 네가 좋은 사람이 되면 좋은 사람을 만나게 될 거라는 말씀도..

 

제가 상담을 받으면서 곰곰히..

제가 집착하는 이유에 대해 생각을 해보았습니다.

 

가장 큰 이유는 캘수록 자꾸만 드러나는 거짓말.

회복되지 않은 믿음..

 

또 다른 이유는 이 보드남에게

인정 받고 싶어하는 욕구 때문이 아니었을까싶어요.

(난 그냥 고유한 인간이라고, 제 사고가 건강했다면 휘둘리지도 않았겠지만요..)



전 여친과 비교해서 이것저것 모자라는 점을

친절하게 지적해주었던 보드남.

그는 저에게 열등감을 마구 생성해주었어요.



저는 그렇게 무너진 자존심을

다 견디고 더 잘해주고 말겠어!’

이런 마음으로 세우려 했던 것 같애요.

 

게다가 그는 자꾸 말로는 빌고, 미안하다고 하는데,

행동은 여전하니, 제가 보상을 요구했던 점도 있었어요.

그래? 미안하면 내 말을 더 잘 들어야지!!’

하면서 옥죄는 거요.



진짜 나에게 미안하면 내가 시키는 대로 해주고
,

내 말을 들어줘야한다고 생각했나봐요.

 

근데 뭐 이런 생각도 망상이었으니,

제 생각처럼 굴러갈 리가 있나요.. ㅎㅎ

당연히 그는 살던 대로 살뿐이고,

전 계속 기준에 부합하지 않는 그를 괴롭히고,

그는 또 엇나가고, 그럼 또 괴롭힐 새로운 기준을 만들고..

막상 닥치면 그 굴레에서 벗어나기 참 힘들답니다..

물론 생각 많고 걱정 많은 제 성격도 한몫했겠지요.

 

에효.. 이게 끗

 

 

 

 

 

이면 좋으련만.

이 연애는 다른 연애도 영향을 미칩니다.

그 연애 이후로 나 좋다는 멀쩡한 남자를 두고

꼭 뭔가 결핍이 있는 사람만 만나게 되더라구요.

결핍은 결핍을 끌어당긴다는 말은 이걸로 증명되나요.... ㅜㅜ

 

겉은 멀쩡한데 속으로 병든 사람들.

불우한 가정에서 비뚠 심성품고 자란 사람들.

상담 선생님 말처럼 나도 모르게

결핍의 분위기를 풍기는 사람에게 끌렸어요. 

 

작은 거짓말에도 전 마치

크게 뒤통수를 맞은 사람처럼 상처를 받습니다.




게다가 그 중에 짧게 만난 한명 또한 바람을 피웠지요.

 

이리 되니 이젠 누구도 믿을 수 없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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