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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토크
곰인형이야기
혈액형 | 2012.02.23 | 조회 8,659 | 추천 5 댓글 0


때는 2009..

 

봄바람 살랑살랑.

싱숭생숭한 마음을 주체할 수 없던 당시 스물열한살의 저..

 

의학의 힘으로 소개팅 승률 80-90%를 달리며

한층 자신감이 상승되어 있을 때였기도 했습죠.

 

하지만 박복하다고 말씀드렸다시피..

승률은 높되.. 그 질은.. 어흑.....

(그저 외로움을 타파하고자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소개팅해준다 그럼 막 만난 저의 죄지요..)

 

아무튼..

친한 언니께서 (어렸을 적 한동네에서 자라서 울 친언니랑도 친구..)

저를 어여삐 여기사, 그 언니가 전에 다니던 회사의 과장님을 통해

소개팅을 해주겠다는 연락이 왔어요..

 

그 과장님(이하 과장놈)으로 말씀드릴 것같으면,


그 언니와 제가 술을 먹던 어느날,

동석하시어 저를 곱게 보아주신 나머지, 소개팅을 이미 한 번 주선하셨으나..

자신감만 있고 콧대만 높고.. 유머감각, 눈치, 예의 등을 밥말아 잡순

그런 분을 소개시켜주셨고.

그 뒤 정중히 우린 인연이 아닌거 같다죄송하다 보냈더니..

자기를 아직 잘 몰라서 그러는 거라며..

몇번 더 만나보면 자기에게 빠질거라며..

.. 블로그에서도 종종 볼 수 있는 뭐 그런 사연이 있었는데욤.....



그니까
...


이번에도 나가지 말았어야 했는데...... 외로워서.. 그만........... ㅜㅜ


남 탓 안합니다. 다 제 탓입니다. ㅜㅜ 

 

나이는 저보다 두 살 많은 분이라 했고,

무슨 일하시던 분이었는지는 기억이 나지않아요..

암튼.. 지난번 소개팅처럼 주선자들도 다 나와서 함께 술마시자했는데.

 

그날이 마침 제 사촌동생의 결혼식인거에요..

결혼식 들렀다가 약속시간이 좀 남으니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것 보다는

여유롭게 식구들과 얘기도 좀하고


함께 편하게 차로 이동하자는 생각으로 차를 탔는데..

 

주말에 원래 막히는 도로....

차가 갈 생각을 안하고....ㅜㅜ

 

암튼.. 그렇게 일단 죄송하다고 문자를 주고 받고,

주선자 과장놈은 사정이 생겨 못오신다하고,

그 언니와 소개팅남이 먼저 만나있기로 했어요.  

 

그리고 얼마 후.. 그 주선자 언니에게 연락이 왔는데..

 

"긴가 민가 했었는데, 이 놈을 만나보니 내가 아는 놈이었어.

같이 잠깐 일했던 놈.

근데 과장놈이 왜 다른 사람 스펙을 알려줬는지 모르겠다..

아무튼 일단 와라.."

 

 

?

멍미?

..

 

했지만, 정 아니면 그냥 그 언니랑 술먹고 놀다 들어가믄 되지 머..’


라는 철없는 생각으로 조금 늦게 약속장소에 도착...

 

이미 두 분은 소주 각 일병씩을 잡순 상태였습니다.

 

 

근데..

..

그 소개팅남...

 

 

진짜 민망하게스리 티가 팍팍 나게..

제가 마음에 들었음을 과하게 표현하십니다.

저 공주병 아니고요.. 진짜 그랬어요..

그래서 더 힘들었구요.. .

 

결혼식때문에 입은 정장원피스를 보며..

면전에서 자기는 여자가 정장입는거 너무너무너무너무 좋다..




그럼 여자정장이랑 사귀렴...


 

이 분의 모습은 말투와 행동을 모두 고려해보았을 때


그냥 깍두기, 조폭, 양아치.

어흑. ㅜㅜ

 

자꾸 내가 오늘 끝까지 책임지겠다..

10차라도 쏘겠다..

지금 택시잡아타서 서해안쪽가서 조개구이 먹고 오자..

자기가 딱 집앞에 모셔다 드리겠다..

 

아침부터 미용실들렀다, 결혼식 들렀다,

밀리는 차에서 피말리는 심정으로 조마조마했는데..

이 망할 놈때문에 더욱 피곤..

 

여자 화장실에서 그 언니와 급회동.

뭐냐 저 놈은.. 나오기로 한 분도 아니고!!!!

언니에겐 내가 저 수준으로 보이는거냐..

진짜 이건 아니지 않냐..

나를 아낀다고 하지 않으셨냐..ㅜㅜ

했더니,

 

나도 정말 미안하다..

앞으로 그 과장놈이랑 말도 안섞겠다.

그냥.. 지금 내 입장 생각해서 분위기만 맞춰다오.

그럼 이 언니가 알아서 너를 집에 보내주겠다..”

하여, 그렇게 합의를 하고..

 

우선 두분이서 각 소주 일병이상의 술을 드신 곳을 나와

2차로 자리를 옮겼습니다.

 

옮긴 곳은 2층에 자리하고 있는 아기자기한 인테리어의 술집..

이름이 "진달래**"였던거 같은데 잘 기억 안나네요..

 

암튼,

그 망할놈의 불꽃눈빛을 어렵사리 피해가며 어떻게 탈출할까를 궁리하던 중.

 

주선자 언니의 손에서 반짝이는 금반지를 보았어요..

전 그의 불꽃시선을 피하기 위해 그 반지에 집중했습니다.

 

"언니! 반지 못보던건데, 뭐에요?

나도 요새 가는 실반지 끼고 싶었는데..

나 한 번 껴봐도 돼요?

.. 이쁘다! 이거 나 주면 안돼요?

. 갖고 싶다.."

주절주절...

 

근데 갑자기..

건너편에 앉아 있던 이 소개팅남이..

 

"저랑 지금 나가서 반지 사실래요?

제가 사드릴게요. 대신 저랑 커플링으로 맞춰야 합니다. ㅎㅎㅎ"

 

뭥미..

미친거 아냐? -_-

 

됐다고 얘기하고 반지를 그 언니에게 돌려줬어요.

그랬더니, 이 남자가 주선자언니에게 이렇게 이야기합니다.

 

"주선자야. 그 반지 00씨께 드려라..

그럼 내가 너에게 새반지를 사주마."

 

그 말을 들은 주선자 언니.






덥썩 뭅디다?





? ? ?????

나 아낀다면서요.. ㅜㅜ



 

"그럴래? 그럼 반지 00이 빼줄테니까 넌 나와 반지를 사러 가자.."

 

이러시고 여자화장실로 저를 조용히 부르시더니..

"00.. 너 쟤 다신 안볼꺼지?

나도 오늘 좀 기분나빠서 쟤 좀 뜯어먹어야겠다.. 괜찮지?"

 

순간.. 저는 등신귀신이라도 씌인 건지,

고개를 끄덕였고,

그러자 그 언니는 말을 잇습니다.

 

"그래.. 그럼 그렇게 할께..

근데.. 그 반지.. 그거 지금 만나는 오빠가 사준 거라서..

널 줄 수는 없어.. 집에 가기 전에 빼주고 가렴.."

 

저는 순간.



? 뭐지?’하였으나..

아무튼..

그렇게 언니는 할말을 하고 화장실을 빠져나갔습니다.

 

..

이 둘은 정말 밖에 나가 반지를 진짜로 사옵니다..

 

그러면서 저에겐 곰인형을 안겨줍디다..

 

그 뒤로 계속 이어지는 망할 놈의 혼자만의 상상과 꿈의 나래(저와 함께하는-_-)

를 참아주다가 드디어 귀가.

 

식구들은 인형을 들고 들어서는 저를 보며..

 

어디서 그딴 먼지구댕이 인형을 주워왔냐..

갖다 버려라.. -_-“

 

‘아. 당장 버리고 싶은데.. 오늘은 안되겠다.

재활용 수거하는 날 버려야겠구나..’

맘을 먹고 방구석에 쳐박아놓고 잡니다..

 

토요일 그렇게 소개팅한 후 다행히 일요일 아무 연락없습니다.

월요일 출근했습니다.

그 언니에게 메신져가 옵니다..

 

"그 주선자 과장이 그러는데 그 놈이 나를 너무 맘에 들어하는데

술먹고 실수한 거 같아서 연락을 못하고 있다고..

너 어떡할래?"

 

지금 장난하십니까? ㅋㅋㅋ


(쓰다보니 주선자 언니가 더 밉네요. -_-)

 

당근 아무 미련없고 연락안왔으면 좋겠다.

연락처는 혹시나 내가 모르고 받을까봐 당분간 저장해놓겠다..”

 

이렇게 마무리를 지었지요.


나 참. 별 웃기지도 않는... ㅎㅎㅎ

 

그리고 또 다시 도착한 그 언니 메신져..

 

미친 놈이라며.. 열받아 죽겠다. 으로 시작.

 

그 망할놈에게서 연락이 오긴 왔는데..

내용인 즉슨,

내가 술취해서 기억이 안나는데 지갑에 보니 금은방 영수증이 있더라..

18만원인데 이거 뭐냐?” 였고,

 

그래서 이러저러 설명했더니..

 

미안한데.. 그거 환불하자.. 내가 실수했던 거 같다..”

, 계속 일도 못하게 문자, 전화, 문자, 전화..

 

그러니까 저더러도 절대 그 놈 연락 받지 말라..

자기 너무 괘씸하고 기분나빠서 절대 환불 안해줄거라고..

 

저는 얘네 뭥미?’ 하고 알았다 했습니다.

 

어차피 다신 안볼 놈.. (금은방사건과 무관하게) 연락받고 싶지 않았으니까요.

 

전 퇴근을 합니다..

원래 우리집은 서울동쪽 끝.

시집간 친언니네(주선자언니랑 친구) 집은 서쪽 끝.

회사에서 언니네 집이 더 가까워 평일엔 거의 언니네서 지냈거든요.

언니네 집에서 저녁을 먹는데 이 망할 놈에게 전화가 막 옵니다..

 

안받았습니다..

 

자꾸 옵니다.

 

이젠 모르는 번호로 옵니다..

 

안받았습니다..

 

이거 분명 그 언니 설득해서 반지 환불해달란 얘길테니깐요..

 

계속 윙윙대는 전화기..

 

짜증납니다..

 

그래서 주선자 언니에게 전화했어요.

자꾸 전화오니까, 언니가 그 과장놈에게 연락을 하든..

망할놈에게 연락을 하든.. 나한테 전화하지 말라고 해달라..

 

그 언니 알았다.. 미안하다고 끊습디다..

 

그리고 잠시 후..

 

그 언니에게서 전화가 다시 옵니다..

 

"00.. 내가 그 과장놈이랑 통화를 했는데....

너한테 전화를 계속한 게.. 반지때문이 아니랜다.."

 

? 반지가 아니야? 그럼 뭔데??

 

"있잖아.. ..곰인형.."

 

? 곰인형? ??

 

"그게... 걔가 산 게 아니고.."

 

아니야? 둘이 같이 나갔다가 같이 들어올 때 산 거 아녔어??

 

"나도 걔가 갑자기 어디서 곰인형을 났나.. 했었는데


뭐 그냥 앞에서 산거겠거니 했그든.."

 

근데? ??왜왜왜왜??????????

 

"그게.... 거기 술집....... 장식돼있던.. 거래...."

 

으악!!!!!!!!!!!!!!!!!!!!!!!

이게 뭔 소리야??????????????????????????

 

"그 술집 사장이. 그 망할놈이 카드 긁은 정보를 추적해서

그 놈에게 연락이 오고..


절도죄로 집어넣겠다고 난리가 났다나봐..

돈으로 못사는거라고,


변상하겠대도 안먹히나봐.......... 어뜨카니...."

 

, 놔 지금 장난해?????????????


ㅠㅠ

 

 

순간.

번뜩드는 생각...

모르는 번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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