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정한 의미의 여치기란 간조 즈음에 간출여에 내려 잠깐 낚시하고, 여가 잠기기 전에 철수하는 것을 말한다. 따라서 길어야 3~4시간 밖에 낚시할 수 없다.
여치기가 많은 꾼들로부터 사랑받고 있는 것은, 짧은 낚시 시간에 비해 좋은 조과를 올릴 수 있기 때문이다. 한마디로 ‘짧고 굵은 낚시’라고 말할 수 있다.
일부 초보꾼들 중에는 여치기가 고수들의 전유물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다.
얕은 수심, 빠른 조류, 잦은 밑걸림 등 여러 모로 까다로운 것은 사실이다. 그렇지만 초보자라고 해서 지레 겁부터 집어먹을 만큼 어렵지는 않다.
기 죽지 말고 과감하게 도전해보자.
간출여는 감성돔 놀이터다
갯바위에서 낚시할 때, 앞쪽에 간출여가 보이면 그곳은 1차 공략지점이 된다. 간출여 주변이 포인트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간출여 주변에 왜 많은 감성돔이 머물고 있는 것일까?
이유는 간단하다. 간출여 주변이 감성돔이 서식하기 좋은 조건을 갖추고 있기 때문이다. 간출여 부근에는 감성돔의 먹잇감이 풍부하다. 물이 들었다 빠졌다 하는 곳에는 많은 해조류와 패류들이 자라고 있는데, 이것들은 감성돔이 즐겨 먹는 먹잇감이다. 또한 간출여 주변은 수중여가 넓게 분포돼 있고 조류의 흐름이 원활하다.
넓게 형성된 여밭은 감성돔에게 은신처를 제공해주고, 원활한 조류 소통은 감성돔이 안심하고 이동해 다닐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해 준다.
하지만 이러한 점들은 여치기를 어렵게 하는 요소이기도 하다. 주변 수심이 얕고 발밑이 여밭으로 이루어져 있기 때문에 밑걸림이 심하고, 입질을 받은 후에도 목줄이 터지는 경우가 많다. 어떤 꾼들은 ‘여치기에서 챔질에 성공한 고기가 완전히 자기 것이 될 확률은 반도 안된다’고까지 말한다.
또한 들·날물의 진행에 따라 빠르게 변하는 조류는 자신의 낚시패턴을 엉망으로 만들기도 하고, 옆사람과 엉킨 채비를 푸는데 금쪽같은 시간은 허비하게 만들기도 한다. 초보자들 보다는 경험이 풍부한 꾼들이 여치기를 더 선호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가장 중요한 것은 안전
여치기에는 수많은 위험 요소들이 도사리고 있다. 발판이 낮기 때문에 낚싯배에서 내릴 때부터 주의가 필요하다. 간출여에 내릴 때에는 짐을 최소화해야 한다. 가급적이면 사용할 낚싯대 하나와 밑밥통만을 가지고 포인트에 내리는 것이 좋다.
앞서 말했듯이 여치기는 낚시할 수 있는 시간이 매우 짧다. 간출여는 중날물 이후 드러나 초들물이 지나면 다시 잠기는 것이 보통이다. 하지만 이것은 기상이 좋고 파도가 없을 때 이야기다. 간조에도 너울이 치면 여지없이 여 전체를 삼켜버리는 일이 자주 발생한다. 따라서 기상이 조금이라도 나쁜 날에는 절대 내려서는 안된다.
일부 꾼들 중에는 여가 잠기는 시간이 돼서 선장이 배에 오르라는데도, 이제야 입질이 오기 시작했다며 채비를 걷지 않고 버티는 사람들이 있다. 참으로 어리석은 일이 아닐 수 없다. 여치기를 할 때는 절대 욕심 부리지 말고, 예정보다 일찍 철수해야 한다. 자신이 서 있는 곳은 육지가 아니라 바다 한가운데라는 것을 잊어서는 않된다.
고부력찌를 사용하라
간출여 부근은 대부분 수심이 얕은 여밭으로 이루어져 있다. 보편적으로 생각하기에는 저부력찌 채비가 적합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 조류 때문이다.
간출여는 간조 전후의 짧은 시간을 제외하면 조류 속도가 빠른 편이다. 심한 곳은 채비를 던지자 마자 난바다로 달아나 버리기도 한다.
이런 상황에서 가벼운 채비는 적합하지 않다. 최소 0.5호 이상, 경우에 따라서는 1호 이상의 고부력찌가 필요할 때도 있다. 조류가 빠를 때는 감성돔이 시원하게 입질하기 때문에 고부력찌로도 얼마든지 입질을 파악할 수 있다.
조류를 보고 공략지점 정하라
자신이 내린 포인트에 대한 정보가 없을 때는, 여러 곳에 채비를 던져 수심과 조류 속도를 파악한 다음 공략지점을 정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하지만 여치기에서 수심은 큰 의미가 없다. 간출여 주변은 수심이 거의 비슷하기 때문이다. 다른 곳에 비해 수심이 깊은 지점이 있다고 하더라도 조류의 방향이나 속도가 알맞지 않다면 공략지점으로 적합하지 않다.
여치기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는 조류다. 간출여 주변에 넓게 형성된 여밭지대에서 감성돔은 조류를 타고 이동하기 때문이다. 아무리 수심이 얕은 곳이라 하더라도 조류소통이 원활한 곳은 감성돔이 머물고 있을 가능성이 크다. 또 이런 곳은 밑밥효과를 확실하게 볼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조류에 따라 공략지점을 정할 때 눈여겨 보아야 할 곳은, 여를 지나 먼 곳으로 빠져나가는 다소 빠른 조류다. 빠르게 흘러가던 조류가 지류로 갈라지면서 속도가 느려지는 지점이나. 여에 부딪히면서 갈라졌던 조류가 다시 만나는 지점 등은 여치기에서 입질확률이 가장 높은 곳이다.
핵심테크닉-뒷줄견제
앞에서 언급한 것처럼 간출여 부근은 수심 얕은 여밭으로 이루어진 경우가 대부분이다. 따라서 밑걸림이 자주 발생한다. 특히 수심이 일정하지 않고 불규칙하기 때문에 찌밑수심 조절로는 밑걸림에 적절하게 대처하기 어렵다. 밑걸림 극복은 여치기의 조과를 결정짓는 중요한 요소라고 할 수 있다.
간출여에서 낚시할 때는 평소보다 자주 뒷줄을 견제할 필요가 있다. 찌가 천천히 잠기기 시작하면 뒷줄을 잡아 입질인지 밑걸림인지 재빨리 파악해야 한다. 만약 밑걸림이라면 그 지점을 기억해 두었다가, 이후에는 미리 뒷줄견제를 해 미끼가 수중여를 넘도록 해야 한다. 뒷줄견제는 밑걸림을 줄일 수 있는 방법이자 빠른 입질을 유도하는 테크닉이다.
조류가 빠르다는 점도 뒷줄견제가 필요한 이유 중 하나다. 상식적으로 생각하면 조류가 빠른 상황에서 뒷줄을 잡으면, 밑채비가 떠버려 입질지점에 미끼가 도달하지 못할 것 같다.
하지만 여치기에서 말하는 뒷줄견제는 오랫동안 원줄을 잡고 있는 게 아니라, 짧게 자주 잡아주는 것을 말한다. 이렇게 하면 미끼가 활발하게 움직이기 때문에, 조금이라도 빨리 정확한 입질지점을 찾아낼 수 있다. 뒷줄견제는 조류 속도가 한풀 꺾이는 지점이나 합수지점으로 채비를 끌어주기 위해서도 꼭 필요하다.
챔질 이후가 더 중요하다
여치기에서는 입질을 받는 것 보다 챔질 이후가 더 중요하다고 할 수 있다.
채비가 터지는 일이 잦기 때문이다.
안전하게 고기를 끌어내기 위해서는 갯바위 근처의 물밑지형을 미리 숙지하고 있어야 한다.
그래야지만 발밑 수중여를 피해 고기를 끌어낼 수 있다. 만약 발밑 지형이 복잡하거나 얕으면, 먼 곳에서 충분히 힘을 뺀 다음 고기를 끌어들여 뜰채질을 하면 된다.
초보자는 뜰채질을 다른 사람에게 부탁하는 것이 안전하다.
월간바다낚시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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