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간 근무를 한 경찰 3명을 8분 조기 퇴근시켰다는 이유로 한 경찰이 경고장을 받았다고 주장해 논란이 일고 있다.
24일 경찰 등에 따르면 서울 관악경찰서 신사파출소 소속 ㄱ모 경위는 지난 5일 서울 관악경찰서장으로부터 경고장을 받았다. ㄱ 경위가 이날 도보 순찰 야간 근무를 마친 순경 3명을 퇴근 시간인 오전 6시보다 8분 빠른 오전 5시 52분에 조기 퇴근시켰다는 이유에서다. 관악경찰서 청문감사실이 야간 특별점검을 실시하면서 경고장 발부가 이뤄졌다.
관악경찰서장은 경고장에서 “ㄱ 경위에게 7월5일 오전 5시~6시 도보 순찰로 지정된 자원 근무자 3명에 대해 조기 퇴근케 하는 잘못에 엄중한 책임을 물어야 하나 그간의 공적과 제반 정상 참작해 금회에 한해 경고한다”고 했다.
ㄱ 경위는 이에 대해 경찰 내부 게시판에 ‘34년 만에 경고장을 받았습니다’라는 제목의 글을 올렸다. ㄱ 경위는 “제가 과연 엄중한 책임을 물어야 할 만큼의 잘못이 있는 경고장을 받을 정도의 잘못을 한 것인지 모르겠다”고 했다.
이어 “신사파출소 자원 근무는 오전 6시까지 근무하고 퇴근하게 돼 있다. 순찰근무자는 통상적으로 근무 10분 전에 들어와서 근무 교대를 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특히 야간 근무는 3시간씩 근무 교대를 하고 있는데 10분 이전에도 들어올 수 있지 않나”라고 했다.
ㄱ 경위는 “야간에 자원 근무 나온 3명을 통상의 근무 시간에 교대에 맞게 근무 종료해 퇴근하도록 했음에도 근무시간표에는 8분 전에 퇴근하도록 했다고 해서 경고장을 받아야 하는 것이 맞는지 궁금하다”고 했다. ㄱ 경위는 적절한 해명이 없다면 법적으로 대응하겠다고도 했다.
해당 글이 내부 게시판에서 화제가 되면서 관악경찰서 측은 답변 글을 달아 해명했다. 경찰 내부에서도 이번 사안에 구두 경고나 주의 조치가 아닌 경고장이 발부된 데 대한 지적이 나오고 있다. 한 순경은 “경고장을 받은 분은 이틀 연속 야간 근무를 한 분들을 위해 무언가를 베푸셨고 감찰이 지적하자 자신이 모든 책임을 지면서 타인에게 책임을 미루지 않았다”며 “경고장을 철회하고 공적 조서를 작성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관악경찰서 관계자는 이날 경향신문과 통화에서 “자세한 사실 관계는 밝힐 수 없다”며 “관악서 청문감사실의 조치가 적절했는지 여부에 대해서는 서울지방경찰청 감찰조사계에서 확인 중”이라고 했다.
서울청은 이날 경고장을 발부한 감찰 활동에 대해 시정 조치를 내리겠다고 밝혔다. 서울청 측은 “관악경찰서 청문관 등 4명이 이날 오전 5시48분쯤 신사파출소를 점검하는 과정에서 오전 6시까지 근무해야 할 자원 근무자 3명 중 1명은 퇴근 중이었고, 2명은 이미 퇴근한 사실을 알게 됐다”고 했다.
이어 “파출소 여건 등을 고려해 오전 5시 52분쯤 팀장(ㄱ 경위)의 직권으로 자원 근무자를 퇴근시켰다는 팀장과 관악경찰서 청문관 측의 입장 괴리가 컸다. 이에 팀장에게 경고 조치를 했다”고 했다.
서울청 측은 “사소한 근태 위반에 대한 조치는 현재 추진 중인 감찰 행정 개선의 방향과 부합하지 않는 것으로 판단돼 시정토록 조치할 예정”이라며 “감찰은 유착비리 등 고비난성 비위에 집중하도록 서울청 소속 전 감찰요원을 대상으로 교육을 실시해 유사사례가 발생치 않도록 하겠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