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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는 한국기업일까? 일본기업일까?
다이애나정 | 2019.08.06 | 조회 427 | 추천 1 댓글 0

7월19일 서울 낮 온도가 33도에 이르며 찜통더위가 기승을 부리던 날 점심시간. 요리연구가 백종원씨에게 솔루션을 받은 공덕 소담길 김치찌개집 ‘마포나룻가’. 중년 남자 세 명이 자리를 앉았다. 김아무개씨가 김치찌개 3인분을 주문한 뒤 소주 ‘처음처럼’ 한 병을 주문했다. 곧바로 박아무개씨가 손을 가로저으며 ‘처음처럼’ 말고 ‘참이슬’로 주문을 바꿨다. 김씨가 박씨에게 “참이슬 좋아햐냐”고 묻자, 박씨는 “일본제품 불매운동을 시작했는데 얼마 전부터 롯데 제품을 안 쓰고 있다”고 했다. 박씨는 “롯데가 숨어 있는 일본 기업”이라며 “롯데가 운영하는 세븐일레븐에도 최근 발길을 끊었다”고 말한 뒤 참이슬 한잔을 들이켰다. 
 

한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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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 일본 기업의 ‘발판 기업’

일본 경제보복으로 국내에서 번지는 일본제품 불매운동 불똥이 롯데그룹으로 확산되고 있다. 롯데로선 억울한 점이 있다. 사실 신격호 롯데 명예회장은 단돈 83엔을 들고 일본으로 건너가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난 1948년 롯데를 만들었다. 20년 뒤 1967년 한국에 롯데제과를 세우며 국내에서 사업을 확장해나갔다. 신 명예회장은 한국과 일본을 오가며 사업을 키웠다. 최근엔 한국 시장 매출 규모가 일본보다 훨씬 크다. 협력사 직원을 포함해 국내 20만 명 일자리를 만들고 세금 납부액도 상당하다. 

하지만 롯데는 일본 불매운동 목록에 오른 유니클로, 무인양품, 아사히 등과 손잡으면서 일본 기업의 한국 진출을 위한 ‘발판 기업’이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 불매 기업 1순위에 오른 유니클로를 보면, 유니클로 한국법인 FRN코리아는 일본 패스트리테일링이 51%, 롯데쇼핑이 49% 지분을 나눠 갖고 있다. 무인양품 한국 합작법인 무인코리아도 일본 양품계획과 롯데상사가 지분을 각각 60%, 40% 보유하고 있다. 아사히맥주를 파는 롯데아사히주류도 일본 아사히그룹홀딩스가 50%, 롯데칠성음료가 50%씩 지분을 나눠 갖고 있다. 

유니클로는 2018년 한국에서 매출 1조3732억원, 영업이익 2344억원을 올리며 4년 연속 매출 1조원을 기록했다. 무인양품은 2018년 한국에서 1378억원을 벌어, 2003년 한국에서 사업을 한 뒤 사상 최대 실적을 올렸다. 일본-롯데 합작기업이 한국에서 잘나가는 데, 국내에서 유통망을 장악한 롯데가 기여한다는 평가가 나온다. 유니클로와 무인양품 국내 매장은 대부분 롯데 유통 계열사에 입점했다. 

롯데, 전범기업과도 손잡아 

이에 더해 롯데는 일본 전범기업으로 꼽히는 미쓰비시·미쓰이 등과 손잡고 사업을 벌이면서 수천억원 배당을 일본으로 보내고 있다. ‘국부 유출’ 논란이 불거지는 배경이다. 일본제품 불매운동은, 아베 신조 정부가 강제징용 피해자 배상 판결을 빌미로 ‘수출규제’라는 보복 카드를 꺼내들면서 불거졌다. 일본 당사자 기업인 미쓰비시중공업은 우리나라 대법원이 2018년 10월30일 강제동원 피해자에게 위자료를 지급해야 한다는 판결 뒤에도 사과와 이행를 애써 외면하고 있다. 

롯데케미칼은 2006년 미쓰비시케미칼과 손잡고 각각 50%씩 지분을 갖고, 롯데MCC를 세웠다. 이 회사는 플라스틱 합성수지를 만든다. 미쓰비시케미칼(옛 미쓰비시화성공업)은 일제강점기 때 조선인 강제 동원에 관여한 혐의로 전범기업으로 분류된 곳이다. 롯데MCC는 2018년 순이익 1748억원 가운데 배당금만 1400억원에 이르렀다. 최근 5년 동안 이 기업에 흘러간 배당금은 1049억원이다. 롯데케미칼은 미쓰이화학과도 50 대 50 합작사를 만들어 국내에서 사업을 벌이고 있다. 미쓰이는 일제강점기 때 미쓰이광산에 조선인을 강제 동원해 전범기업으로 분류된 곳이다. 

아베, 신동빈 회장 아들 피로연에 참석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이번 사태를 불러일으킨 아베 신조 일본 총리와 돈독한 사이라는 점도, 불매운동을 맞아 다시 부각되고 있다. 2015년 11월28일 도쿄 제국호텔에서 열린 신동빈 회장의 장남 시게미쓰 사토시 결혼식 피로연에 아베 총리가 하객으로 참석했다. 

시게미쓰는 노무라증권을 다니다 미국 컬럼비아대학에서 MBA 과정을 밟았다. 신동빈 회장 역시 노무라증권, 컬럼비아대학 MBA를 거친 뒤 한국 롯데 회장을 맡았다. 시게미쓰는 올해 33살로, 한국으로 귀화하면 군대를 가야 한다. 하지만 신동빈 회장처럼 38살 이후에 한국 국적을 취득하면 병역의무에서 벗어난다. 

그렇다면 롯데가 일본 기업인지 한국 기업인지를 따져보기 위해, 한국롯데 지분구조를 살펴보자. 2017년 롯데지주가 출범하면서 대부분 계열사를 자회사로 편입했지만, 롯데캐피탈·롯데건설·롯데물산 등 여전히 많은 계열사는 호텔롯데가 최대주주다. 호텔롯데는 일본 롯데홀딩스(19.07%)가 1대 주주, 2대 주주가 일본 광윤사(5.45%)다. 롯데 지배구조의 한 축인 호텔롯데는 일본계 법인의 영향력 아래 있는 셈이다. 이런 이유로 롯데가 ‘무늬만 한국 기업 아니냐’는 비판을 받는다. 

신동빈 회장을 포함한 롯데그룹 임원은 이런 논란에 입을 다물고 있다. 신 회장은 7월16일 하반기 사장단 회의를 시작하면서 취재진에게 이와 관련한 질문을 받았으나 답하지 않았다. 다만 신 회장은 7월20일 사장단 회의를 마무리하는 자리에서 “고객, 임직원, 협력업체, 사회 공동체한테 우리가 ‘좋은 일 하는 기업’이라는 공감을 얻어내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강조한 말이지만, 일본제품 불매운동과 연관된 발언이라는 해석이다. 

롯데 불매운동은 주가에 고스란히 반영되고 있다. 롯데지주를 비롯해 롯데쇼핑·롯데하이마트 등 주요 계열사 주가가 줄줄이 52주 신저가를 기록하며 추락하고 있다. 6월 말에 견줘 롯데쇼핑과 롯데칠성 주가는 10% 안팎 하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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