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준영아, 종성아! 고마워. 이제 집에 가면 따뜻할 거야. 마지막 명령이다. 집에 가서 편히 쉬거라.”
17일 충북 청주시 흥덕구 청주고인쇄박물관 동산에 마련된 직지원정대 추모조형물 앞. 박연수 전 직지원정대장(55·충북지속가능발전협의회 사무처장)은 2명의 대원에게 “산악인의 등반은 목표로 했던 산에 올라갔다가 내려오는 게 끝이 아니라 집에서 나가 다시 집으로 들어가는 게 끝”이라며 “이제는 집에 돌아가 가족의 품에서 쉬라”는 마지막 명령을 내렸다.
2009년 네팔 히말라야 안나푸르나 히운출리(해발 6441m) 북벽 신루트 개척 도중 실종됐다가 지난달 현지 주민에 의해 시신이 발견된 직지원정대 소속 고 민준영 등반대장(당시 36세)과 박종성 대원(〃 42세)이 10년 만에 고향으로 돌아와 영면에 들어갔다. | 17일 충북 청주시 흥덕구 청주고인쇄박물관 내 직지원정대 추모조형물 앞에서 박연수 전 직지원정대장이 고 민준영 등반대장과 박종성 대원을 기리고 있다. 청주=장기우 기자 straw825@donga.com |
17일 열린 추모식에는 두 대원의 가족과 직지원정대를 포함한 동료 산악인, 청주시민 등 100여 명이 참석해 고인들의 도전정신을 기렸다. 박 전 대장은 “두 대원은 빙하 속에서 10년의 세월을 함께하다가 빙하가 녹아 시신이 아래로 미끄러져 내려오면서 현지 양치기 청년에게 발견됐다”라며 “이때 발견되지 않았더라면 영원히 고국으로 돌아오지 못했을 수도 있다”고 울먹였다. 유족과 함께 네팔로 가 시신을 확인했던 박 전 대장은 15일 현지에서 화장한 뒤 17일 유골을 국내로 옮겼다.
고 박종성 대원의 형 종훈 씨는 “기약 없는 기다림의 시간이었는데, 이렇게 행복한 만남을 해준 종성이가 너무 고맙다”며 “직지의 별이 된 두 산악인에게 특별한 관심을 보여준 모든 분들께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고 민준영 등반대장의 동생 규형 씨는 “10년 동안 기다리면서 많이 힘들었는데 형과 종성이 형이 같이 있었다는 소식을 듣고 기쁜 마음으로 네팔로 향했다”고 말했다. 유가족들과 동료 산악인, 청주시민들은 추모 조형물 앞에 고인들과의 추억이 담긴 사진과 꽃다발을 놓고 추모했다. 민준영 대장의 유골은 청주시 남이면 선산에, 박종성 대원의 유골은 청주시 가덕면 요셉공원묘지에 각각 안장됐다.
문재인 대통령은 추모식 당일 트위터에 글을 올려 “오직 자신들의 힘으로 등반해 우리 금속활자본 직지를 세계에 알리고자 했던 두 대원은 진정한 알피니스트였다”며 “국민들은 두 대원의 도전정신 및 도전으로 알리고자 했던 직지를 매우 자랑스럽게 기억할 것”이라고 추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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