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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심한 녹조 물로 농사를 짓는다고요?
어푸 | 2019.08.23 | 조회 394 | 추천 1 댓글 0

조만간 출범할 국가물관리위원회는 오는 9~10월경 '금강-영산강 보 처리 방안'에 대해 어떤 결정을 내릴까? <오마이뉴스>는 8월 21일부터 31일까지 금강과 낙동강 현장을 환경단체들과 동행 취재하면서 4대강 보의 문제점 등을 탐사 보도한다. '삽질 10년, 산 강과 죽은 강' 특별기획 보도는 9월 말까지 이어진다. 10월에는 <오마이뉴스>가 제작한 4대강 다큐멘터리 영화 <삽질>(영화투자배급사 엣나인필름)을 영화관에 개봉한다. <편집자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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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회 환경노동위 이상돈 의원과 오마이뉴스 김종술 시민기자가 21일 오전 충남 서천군 화양면 망월리 금강과 화산천 합류점에서 금강녹조 상태를 직접 확인하기 위해 투명카약을 타고 있다.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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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마 이렇게 심한 녹조 물로 농사를 짓는 건 아니겠지요?"

투명카약에 올라탄 이상돈 의원(국회 환경노동위원회)이 근심스러운 표정으로 물었다. 21일 금강 유역 환경사회단체들로 구성된 '자전거 탄 금강' 답사단이 서천하굿둑에서 발대식을 한 뒤 처음으로 찾아간 화산천 합수부의 강물은 짙은 녹색 페인트를 풀어놓은 듯했다. 하굿둑에서 2km 정도 떨어진 곳이다.

바로 옆에는 인근 지역 농지인 화양 들판에 이 물을 공급하는 화양 양수장도 있다. 녹조 범벅된 물로 농사를 짓고 있는 셈이다. 몇 해 전, 이 지역의 한 농민도 나에게 비슷한 질문을 했다.

"나는 이제 다 살아서 별로 걱정은 하지 않는데, 이런 강물로 지은 농산물을 서울 사는 자식에게 보내도 될까요?"


그와 잠시 이야기하다가 돌아서는데 그의 논에서는 벼가 더 짙은 녹색의 물속에 갇혀 자라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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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1일 오전 충남 서천군 금강하구둑 주차장에서 금강유역환경회의, 대전환경운동연합, 대전충남녹색연합, 세종환경운동연합, 서천생태문화학교, 이상돈 국회의원실 공동주최로 '금강 자전거 종주 및 현장 답사' 출정식이 열렸다.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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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은 강] 강만 죽은 게 아니었다

금강에는 산 강과 죽은 강이 공존한다. 4대강 사업 이후 세종보와 공주보, 백제보의 수문이 닫혀 있을 때는 하굿둑을 비롯한 모든 구간에 매년 녹조가 창궐했다. 하지만 3개 보의 수문을 활짝 연 지금은 하굿둑에서만 녹조를 볼 수 있다.

이날 오전 9시 '자전거 탄 금강' 답사팀은 서천 하굿둑에서 발대식을 진행했다. 죽은 강의 모습을 여실히 볼 수 있는 곳이다. 발대식은 유진수 금강유역환경회의 사무처장 사회로 진행됐고, 이경호 대전환경운동연합 사무처장(지원팀) 등 시민사회단체 관계자와 회원 10여 명이 참석했다.

김재승 금강유역환경회의 대표는 이날 발대식에서 "4대강 사업 이후 금강에 많은 폐해가 나타났지만 상류 지역은 수문이 열린 뒤 자연성이 회복되고 있다"면서 "하굿둑에 막힌 곳과 수문이 열린 곳을 두루 살펴보면서 4대강 사업의 문제점을 국민들에게 일깨워 달라"고 말했다. 이상돈 의원은 격려사를 통해 "문재인 정부로 바뀐 지 2년 지났지만, 전 정권의 가장 극심한 적폐이자 폐단이었던 4대강 16개 보는 그대로라는 것이 우리에게는 큰 불행"이라면서 "정부를 각성시키고 국민들에게 4대강 사업의 문제점이 잊히지 않도록 하는 계기가 되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금강 하굿둑은 전북 군산시와 충남 서천군을 연결하는 도로로 만들어졌다. 당시 인근 농토가 강보다 낮아 역류 현상으로 인한 침수피해를 막을 수 있으며 관광명소로 각광을 받을 수 있을 것이라는 장밋빛 청사진을 제시했다. 하지만 대부분의 예상은 빗나갔다.

공사 전 서천 주민들이 장항을 경유, 도선을 이용해 전북권을 오갔으나 하굿둑 개통으로 장항읍을 비롯한 지역 상권 침체가 가속되었다. 특히 장항읍은 당시만 하더라도 군내에서 가장 인구가 많았고 소비도시로 명맥을 유지했으나 급속히 쇠락했다.

또 자연환경 변화를 예측하지 못했다. 이곳은 하굿둑이 조성되기 전까지만 해도 종어, 웅어, 황복어 등이 지천이었다. 그물만 치면 물고기들이 가득했기에 어업이 번성했으나 하굿둑 건설로 보상을 받고 면허를 반납한 어부들은 강을 떠났다. 또 하굿둑으로 강물이 막히면서 토사가 퇴적돼 매년 준설 문제로 골치를 앓았다. 지금은 유지관리 비용을 충당하지 못하고 준설마저 포기한 상태다.

최근 들어 수질이 악화되면서 수시로 물고기 집단폐사가 발생하고 녹조 등이 창궐하면서 관광 이미지보다는 흉물거리로 전략하고 있다. 여기에 녹조 물로 인한 농작물 오염 등의 불안감마저 조성되고 있다. 하굿둑으로 강만 죽은 게 아니라 강에 사는 생명체와 강 주변 인간의 삶에 이르기까지 막대한 영향을 미치고 있는 셈이다.

[퍼포먼스] 녹조강에 펼친 대형 현수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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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1일 오전 충남 서천군 화양면 망월리 금강과 화산천 합류점에서 '금강 자전거 종주 및 현장 답사'에 참가하고 있는 시민단체 회원들이 녹조 가득한 금강에서 '4대강 보 해체'를 촉구하는 대형 현수막을 펼치고 있다.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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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자전거 답사단이 서천조류전망대를 지날 때부터 비릿한 녹조 냄새가 풍겨왔다. 악취의 진원지는 길산천 합수부였다. 다리 공사를 하느라 파헤친 강변 옆으로 녹색 강물이 바람에 날려 파도처럼 철썩거렸다. 모를 심어 놓은 농경지와 강물의 경계는 확인하기 어려울 정도로 짙푸른 녹색이었다.

조금 더 상류로 거슬러 올라가 화산천 입구에 도착했다. 아래쪽에서 맡았던 냄새가 다시 풍겼다. 송전탑 아래를 돌아서자 강물인지 잡초밭인지 분간을 못 할 정도로 온통 녹색이 펼쳐져 있었다. 자전거 답사단이 녹조의 심각성을 알리기 위해 퍼포먼스를 계획했던 어류작업장이었다. 투명카약을 타고 물속에 들어가 다음과 같은 글귀가 적힌 대형 현수막을 펼쳤다.

"4대강 보 완전 해체하라! 금강 흐르게" 


▲ '금강요정' 김종술 기자의 '투카톡' ⓒ 권우성



이상돈 의원은 투명카약에서 녹조 물을 손으로 뜨면서 "이렇게 심한 녹조물로 농사를 짓지 않겠지요?"라고 말했다. 하지만 이 강물은 인근 화양양수장을 통해 농경지로 유입된다. 건너편 군산 쪽은 이 강물을 가져가 농업용수로 사용하고, 공업용수로는 너무 수질이 좋지 않아 정수해 사용한다.

<오마이뉴스> 취재팀은 이곳에서 투명카약을 타고 유튜브 생중계를 하기도 했다. 유튜브 방송을 하면서 찍은 손을 보면 녹조가 어느 정도 심각한지 한눈에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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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1일 오후 충남 서천군 화양면 망월리 금강에서 김종술 오마이뉴스 시민기자가 녹조에 손을 담궈 녹조가 얼마나 심각한지 확인하고 있다.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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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에 살짝 담갔다가 꺼냈는데, 녹색 고무장갑을 낀 것처럼 손에 녹조가 엉겨 붙었다. 투명한 용기에 녹조 물을 퍼담아서 쏟다가 녹조 강물에 빠졌다. 순식간에 입안에까지 비릿한 녹조가 퍼졌다. 옷과 목덜미, 속옷까지 거머리처럼 녹조가 달라붙었다. 이곳은 6~7월부터 녹조가 발생하여 11월에도 사라지지 않을 정도로 심각한 상태다.

[녹조 농사] 청산가리 100배 독성 물질

충남 서천군 갈산천과 화산천은 금강에서 인근 넓은 평야의 농경지로 연결되어 있는 수로 형태의 지천이다. 농경지 상류의 용수를 공급받기도 하지만, 금강에서 유입된 강물을 사용해 농사를 짓는 곳이다. 이곳에서 생산한 쌀은 명품 브랜드로 상품화해 국내는 물론 세계 각국으로 수출하고 있다.

하지만 이날 이상돈 교수의 질문처럼 이 물로 농사를 지은 농산물을 먹어도 건강할까? 녹조의 한 종류인 남조류는 마이크로시스틴이라는 독성물질을 포함하고 있다. 간에 치명적인 맹독을 품고 있는 물질이다. 2017년 7월 방한했던 일본 구마모토 보건대학교 다카시 토우로 교수가 강연에서 밝힌 바에 따르면 "마이크로시스틴은 청산가리 독성의 100배"였다.

일본 신슈대학교 박호동 교수는 일본 매립지에 남조류가 창궐하여 오랫동안 검사한 결과, 농산물인 벼와 채소에서 소량이지만 남조류 독성물질인 마이크로시스틴이 검출된 사례가 있다고 했다. 일본뿐 아니라 독일 농산물에서도 독성물질이 검출된 사례가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 농산물은 남조류 마이크로시스틴 조사를 하지 않기 때문에 검출된 사례가 없다고 한다.

자전거 답사단은 강변을 끼고 상류로 페달을 밟았다. 강물은 온통 녹색이었다. 충남 서천군과 부여군의 경계인 원산천에도 썩은 녹조가 보글보글 끓어오르고 있다. 답사단은 황포돛배 선착장이 있는 부여군 시음지구에 도착했다. 4대강 사업 때 인근 공원과 함께 조성된 곳이다.

하지만 선착장의 철문은 쇠사슬과 자물쇠로 굳게 잠겨 있었다. 입구에 걸어놓은 황포돛배 사진은 헤져서 너덜너덜해졌고 주변 운동기구에는 거미줄이 쳐 있다. 이곳에도 녹조가 창궐했다. 마름에는 말라붙은 남조류 성분 때문인지 잎사귀는 희끗희끗하다. 공원에도 인적은 없다. 텅 빈 잡초밭 한가운데 녹슨 축구 골대만 세워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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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금강 자전거 종주 및 현장 답사'에 참여하고 있는 시민단체 회원들이 21일 오후 충남 부여군 양화면 금강변 녹조 가득한 황포돛배 선착장을 둘러보고 있다.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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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1일 오후 4대강 사업으로 만들어진 충남 부여군 양화면 금강변 축구장에 잡초가 무성하게 자라고 있고 그 사이로 골대가 보이고 있다.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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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곳을 지나 웅포대교 다리 밑에서 잠시 쉬었다. 4대강 사업 전부터 수상레저 활동을 하는 공간이다. 드론을 띄워 하늘에서 내려다본 이곳도 온통 녹색이었다. 여름에는 수상레저를 즐기는 사람들로 붐비던 곳이었는데, 4대강 사업 이후 녹조가 심해서 문을 닫았다 최근 다시 영업을 시작했다.

'성 김대건 신부가 타고 왔던 라파엘호의 진입로'라는 간판이 세워진 천주교 성지에도 갔다. 조선 시대에는 익산시 용안면 용두리 용두산 기슭에 자리한 용두포에서 나암포까지 수로가 있었고, 용두산은 나암포로 들어오는 초입이다. 김대건 신부 일행이 상해를 떠나 42일 동안 죽을 고비를 넘기며 금강에 오르면서 정박한 곳으로 알려진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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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1일 오후 전북 익산시 망성면 나바위 성지 주변 금강변에서 김종술 오마이뉴스 시민기자가 녹조를 뿌리며 얼마나 심각한지 확인해보고 있다.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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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곳에는 천주교의 야외 제대와 대형 십자가상이 세워져 있다. 천주교 성지로 해마다 많은 신도들이 찾는 곳이다. 하지만 이곳에도 녹조가 창궐해 있었다. 이 물은 자전거 도로 옆의 수로를 가득 채운 채 흐르고 있었다. 도로로 흘러넘칠 정도였다. 용두양수장을 통해 인근 농경지로 공급되고 있는 것이다.

'자전거 탄 금강' 답사단은 첫날 하굿둑에서부터 현장을 조사하면서 49km가량 달린 뒤 충남 논산시 강경읍의 한 숙소에서 짐을 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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