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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억7천 타인예금 인출도 적금해지도…농협직원 '막도장' 힘
어푸 | 2019.08.23 | 조회 530 | 추천 1 댓글 0

자신의 성은 빼고 이름 두글자만 한자(漢子)로 판 '막도장'은 금융권에서 입출금 전표의 확인란에 주로 쓰인다. 하지만 농협 직원들이 갖고 있는 그 작은 막도장은 현행법을 넘어서는 초법적인 힘을 갖고 있었다. 

타인 명의의 3억7000만원 예금을 맘대로 찾을 수 있었고, 3억원 적금계좌 개설부터 중도해지, 인출까지 과정에서 만능키 역할을 했다. 

수억원의 돈이 막도장 하나로 빼돌려지는 상황에서도 예금주 보호를 위한 농협 측의 최소한의 안전장치는 찾아볼 수 없었다. 
 

뉴스1

남광주농협 © News1 박영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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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광주농협 주월지점에서 4억2000만원 불법인출 피해를 입은 A씨(41)가 확보해 23일 <뉴스1>에 제보한 자신의 수백장 입출금 전표를 살펴보면 사건은 2017년 3월23일 작은 도장 하나에서 시작됐다. 

A씨의 부인이자 남광주농협 주월지점 직원인 B씨는 당시 A씨의 농협 모계좌에서 몰래 돈을 찾기 위해 농협은행 쌍촌동지점을 찾았다. 

B씨가 해당 지점을 찾아갈 때 가지고 간 건 A씨의 통장과 알고 있던 계좌 비밀번호, 그리고 자신이 A씨의 신고인감으로 바꿔치기한 막도장 뿐이었지만 B씨는 A씨의 농협 모계좌에서 3억5000만원과 2000만원을 두 번에 걸쳐 수표로 인출했다. 

이 과정에서 창구직원은 수억원의 돈이 인출됐지만 본인 확인 등의 절차를 생략했다. 

금융회사 등의 고객 확인의무를 규정한 '특정 금융거래정보의 보고 및 이용 등에 관한 법률'(제5조의2), 이른바 자금세탁방지법을 무시했다. 일반인이라면 감히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 농협은행에서 벌어진 것이다. 

막도장 하나로 3억7000만원을 인출하는 과정에는 농협 직원이라는 이유로 본인확인 생략 등 편의를 봐준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농협은행 관계자는 이에 대해 "통장, 비밀번호 등을 확인하고 예금을 내준 것으로 안다"고 해명했다. 

B씨의 막도장 파워는 이후 자신이 근무하는 지점의 입출금 전표 곳곳에서 발견된다. 

B씨는 농협은행 쌍촌동지점에서 인출한 돈을 자신이 근무하는 남광주농협 주월지점으로 가져와 다시 A씨 명의로 2개 통장을 만들어 각각 3억9000만원과 3000만원을 입금한다. 

쌍촌동지점에서 인출한 3억7000만원에 추가된 5000만원의 출처는 확인되지 않고 있다. 

이 때 B씨는 남편인 A씨 명의로 통장은 개설하면서도 아예 인감도장은 자신의 업무용 '막도장'을 등록해 앞으로의 거래편의를 도모한다. 
 

뉴스1

© News1 김일환 디자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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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씨는 2017년 10월12일 이들 2개 통장에서 4억2000만원을 모두 인출한 후, 같은 날 1억2000만원은 자신의 통장에 이체하고, 다시 A씨 명의의 자유적립적금계좌를 만들어 3억원을 입금한다. 

B씨는 이어 3억원이 들어있는 A씨의 적금계좌를 닷새 만에 해약한 뒤 1억5500만원은 자신의 계좌로 이체하고, 나머지 1억4500만원은 자신의 남동생 계좌로 옮기는 '돈세탁'을 진행했다. 

B씨가 돈을 빼내는 이 과정 역시 그의 막도장 하나로 가능했다. 

3억원 적금을 중도해지하면서 작성한 당시 출금전표를 보면 작은 전표 한장에 B씨의 막도장은 무려 3곳이나 찍혀있다. 

예금인출자 성명은 A씨로 적혀 있지만 이름 옆의 확인란은 B씨의 막도장이 확연하다. 말 그대로 예금인출자와 예금주가 동일하다는 것을 확인하는 전표 상단의 '본인확인'란에도 B씨의 같은 도장이, 담당자란에도 같은 도장이 확인된다. 

금융실명법 위반이란 건 곧바로 알아챌 수 있었을 것으로 예상되지만 이같은 일련의 불법적인 과정이 진행되는 동안 농협 내부의 제지나 관리감독 시스템은 전혀 작동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더욱이 적금 중도해지의 경우 예금주의 위임장조차 허용되지 않고 오직 본인만이 직접 해약할 수 있는데도 해당 농협 측은 B씨 행동에 아무런 제지를 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초대형 금융기관인 농협의 허술한 금융 관리시스템에 시민들은 불안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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